20.07.08 08:02최종 업데이트 20.07.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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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한강변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6·17 부동산대책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작년 말 이후 수도권과 지방도시를 휩쓸었던 투기꾼들의 주택을 매도하게 할 대책이 없었는데 집값이 하락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 대책이 발표된 지 보름 만에 대통령이 국토부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다는 기사가 6·17대책보다 더 큰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이로써 국토부장관은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무려 21번이나 집값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거짓말을 했으니 더 이상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관만이 아니다. 국가정책의 공동책임자인 청와대와 집권당 역시 집값 정책에 관한 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양치기 소년

이런 상황이니 대통령이 무대 전면에 등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작년 말 국민과의 대화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공수표가 되었으니, 대통령의 신뢰도 역시 그다지 굳건한 상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50% 국정지지도가 보여주듯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믿음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의 지시가 또다시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로 밝혀지면, 집권세력의 마지막 보루마저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유지될지 여부는 급등한 집값이 하락할지 아닐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서울, 수도권과 지방도시의 급등한 집값이 제자리로 돌아올지는 투기꾼들이 투기로 매입한 주택을 매도할지 아닐지에 달려 있다.

집권당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 같다. 집권당 상층부에서 문제의 핵심을 간파한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대사업자 정책, 부동산 정책과 함께 투기 소득 환수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근본적인 체계적인 정책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정책 중 하나로 거론된 것이지만, 집권여당에서 '임대사업자 문제를 전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좀 더 구체적인 발언을 했다.

"임대사업자가 제조업자보다 투자액 기준으로 세금을 10분의 1만 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임대사업자들이 누리는 특혜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집권여당의 뒤늦은 깨달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대표. ⓒ 남소연


주택임대사업자는 대부분 고용도, 부가가치 생산도 하지 않는 사업체다. 당연히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전무하다. 그런 법인에게 제조기업의 열 배가 넘는 세금 특혜를 베풀고 있다는 사실을 집권당이 뒤늦게나마 인식한 것만도 큰 진전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사흘 후 임대사업자 세제 특혜를 축소하는 입법이 여당에서 추진된다는 기사가 나왔다. 지난 5일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종합부동산세법·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등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음과 네이버에 개설된 '집값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카페에 이 뉴스가 올라오자, 무주택자가 대다수인 카페 회원들은 환호했다.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가 집값 문제에 그렇게 중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주택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주택이 200만 채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런 의문은 사라질 것이다. 등록된 임대주택 157만 채와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 51만 채를 합하면 200만 채가 넘는다.

그 200만 채에 대한 세금 특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다. 재산세를 전액 면제하거나 75% 감면하고, 임대소득세는 소득의 60%를 소득공제한 다음 산출된 소득세의 75%를 또 감면하므로 세금을 거의 안 낸다. 집값안정 대책의 단골 메뉴인 종부세도 200만 채 주택은 1원도 안 내도록 해준다. 주택투기의 가장 큰 목적인 시세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도 80%까지 감면해준다.

설마 집부자에 대한 이런 엄청난 특혜를 문재인 정부가 베풀었겠냐며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특혜를 처음 도입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기존의 특혜를 승계했을 뿐 아니라 추가로 확대했다. 그 이후 임대주택 등록이 급증했다.
 
귀 기울여야 할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주택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제 특혜 폐지' 청원. ⓒ 청와대


6·17대책이 '종부세 인상'과 '양도세 추가 인상'으로 투기를 잡겠다고 장담했으나, 이런 세금 인상은 임대사업자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200만 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 지시 이후 집권당과 정부가 부랴부랴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줄을 잇는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란 구호가 다시 나오고, "진짜 종부세"라는 해괴한 말까지 등장했다. 무주택 국민의 울분과 분노가 폭발 직전임을 뒤늦게 알아차린 데서 오는 조급함이야 짐작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전가의 보도로 휘둘렀던 종부세 강화는 모두 가짜였다는 소리 아닌가.

그러나 이번에 '진짜 종부세' 대책을 내놓더라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폐지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대국민 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200만 채 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게 뻔하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특혜 폐지를 청원합니다"

며칠 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이 특혜 폐지를 청원하는 청원문이 올라왔다. "집값 폭등의 주범인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특혜 폐지를 청원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0349)라는 제목의 청원은 3일 만에 7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문은 세제 특혜의 문제점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청와대와 집권당이 이 청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행한다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집값은 하락세로 전환하고 2500만 무주택 국민의 고통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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