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4 09:01최종 업데이트 20.07.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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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언론 또는 보수언론이라고 막연하게 칭했던 조선·중앙·동아일보 세 신문을 하나로 묶어서 '조·중·동'이라 쓰기 시작한 건 20년 전인 2000년 10월 25일 한겨레 칼럼을 통해서다. ('정연주 칼럼' '한국신문의 조폭적 행태(2)).

세 신문을 '조중동'이라 묶어서 하나의 신문인 것처럼 표현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세습이라는 족벌체제, 세상을 보는 눈, 주요 기사와 논설의 방향,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적대감, 수구 기득권·강자의 논리, 냉전·대결 이데올로기 추종, 역사의 가해자 편들기, 군사독재 권력에 굴종하고 부역한 역사, 그 과정에서 특혜를 받으며 자본을 축적해 언론시장에서 '대자본'으로 성장, 대자본을 바탕으로 현금 살포, 자전거 경품 등 신문시장에서 보인 약탈적 시장점유 행태 등 여러 면에서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세 신문사가 공동으로 편집회의와 논설회의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표현과 편집, 논리와 방향, 미움과 적개심 노출 등이 흡사하다. 그냥 하나의 '조중동 신문' 같다.

최근 사례로는 평양 옥류관 주방장 얘기가 있다.

* 조선일보 "국수 처먹을 때는 요사 떨더니..." 옥류관 주방장까지 문대통령 조롱
* 중앙일보 "처먹을 땐 요사 떨더니"... 평화 상징 평양 냉면의 '독한 변신'
* 동아일보 "국수 처먹을 땐 요사 떨더니..." 옥류관 주방장까지 대남 비난


옥류관 주방장 말 가운데 가장 자극적인 부분을 따서 따옴표에 담았다. 품격과 절제 없이 쏟아내는 말의 모양새와 수준이 옥류관 주방장이나 조중동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

 

6월 15일자 <조선일보> 보도 ⓒ 조선일보

  

6월 15일자 <동아일보> 보도 ⓒ 동아일보

  

6월 15일자 <중앙일보> 보도 ⓒ 중앙일보

 
일란성 세 쌍둥이

조중동이 일란성 세 쌍둥이처럼 생각과 표현, 주장과 논리가 같은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2년 4월 29일자 조중동 사설을 보자. 이날 조중동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확정 ▲ 국방백서의 북한 주적 폐지 ▲ 전교조의 민주화 인정 등 같은 주제를, 같은 순서, 거의 비슷한 논지로 다뤘다.

<조선일보>  
노무현 후보 '과거' '현재' '미래'
북이 요구하니 '주적' 삭제인가
전교조 '민주화 운동 인정' 뒤에 남는 것

<중앙일보>
노무현 후보가 해야 할 일
주적론, 군사회담에서 풀어야
민주화 운동 평가 성급하다

<동아일보>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주적론 삭제 신중해야
전교조 민주화 인정 문제 있다


그 날의 여러 사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설 주제로 고르는 것이니 사안의 경중에 대한 생각이 비슷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제목, 표현, 배치의 순서, 사설의 논리는 신문사의 철학과 생각이 담긴 것이어서 서로 다른 다양한 결과로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초록이 동색

이 날짜 조중동의 사설을 두고, 당시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조중동이 한통속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면서 '초록이 동색'이라고 비판했다.
 
2002년 4월 29일은 '조중동'이란 단어가 고유명사로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날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29일자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은 공교롭게도 각각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확정을 보도한 머릿기사부터 3꼭지로 구성된 사설까지 동일한 주제와 소재를 거의 비슷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당시 조중동이 신문시장에서 차지한 독과점의 위치를 생각하면 주요 기사와 사설, 칼럼에서 하나의 신문인 것처럼 비슷한 시각과 논리를 보인다는 것은 수구기득권과 강자의 논리가 압도하는 조중동 이데올로기가 여론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을 뜻했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이랄 수 있는 다양성은 배제되고 하나의 논리가 압도하는 세상이 되고 만다.

조중동이 하나같은 신문 모습을 보이는 행태는 또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시대, 상황, 정권에 따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카멜레온처럼 주장과 논리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정권 따라 말 바꾸는 카멜레온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오전 10시께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대북 전단 살포, 국회 개원 협상, 재정 확대 정책 등에 대해 조중동이 같은 사안을 두고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와는 정반대의 주장과 논리를 펴고 있는데 대해 페이스북 등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며 비판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중동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정반대의 주장을 할 수 있느냐는 조롱과 한탄이 뒤따른다.

박근혜 정권 때,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이런 기사들이 나갔다.

- 공개적인 대북 풍선 날리기는 부적절 (중앙, 2012.10.24 사설)
- 대북 전단, 보내려면 조용히 보내라 (중앙, 2013.3.27 시론)
- 위험천만한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 한다 (중앙, 2014.10.27 사설)
- 여야,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 (조선, 2014.10.27)
- 자유북한연합, 대북 전단 살포 강행 "대체 왜 자꾸 이런 일이" (동아, 2014.9.23)


이렇게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고 자제를 촉구했던 신문들이 지금은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 군 동원해 우리 국민들 대북전단 살포 제압하자는 발상 (조선, 2020.6.9 사설)
- 미 인권단체들 '전단 금지는 재앙' (조선, 2020.6.12)
- 북에 쌀 지원 추진하면서 '페트병 쌀'은 트집 (조선, 2020.6.11)
- 세계 최악 독재자 남매 위해 우리 국민 고발한 정부 (조선, 2020.6.11)
- 삐라 금지는 북 정권 돕고, 외부 정보 유입은 북 주민 돕는다 (중앙, 2020.6.9)
- "대북 전단 금지, 표현의 자유 억압...통제 대상 확대될 수도" (동아, 2020.6.8)
- 무기력과 비위 맞추기로는 북의 '도발본능' 못 막는다 (동아, 2020.6.16 사설)


정권에 따라 말을 바꾸는 조중동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경제위기'를 보는 눈도 정권에 따라 정반대다. 인사청문회 때 동원되는 논리도 정권에 따라 춤을 춘다. 국회 개원협상에 대한 주장도 어느 정권 때인가에 따라 정반대의 논리가 동원된다.  KBS 사장에 대한 얘기도 정권에 따라 판이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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