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 21:22최종 업데이트 20.07.0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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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 대응 긴급사태 연장 결정…한산한 도쿄역 광장 아베 신조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일본 전역의 긴급사태 유효 기간을 오는 6일에서 이달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결정한 4일 오후 도쿄역 광장이 행인들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2020.5.4 ⓒ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일 정부 대책본부회의를 열어 오는 6일까지 예정돼 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를 이달 말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7일 도쿄도를 포함한 7개 광역지역에 1차 긴급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같은 달 16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 바 있다. 치명적 경기침체를 가져올 코로나19 긴급사태는 이로써 25일간 더 연장됐다.

방역과 경기침체 극복은 코로나19에 대한 전통적 방역모델을 취하는 지구촌 거의 모든 국가에게 숙명적인 선택의 문제다. 전통적 방역모델이란 바이러스 억제를 위해 사회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통제를 가하는 것이고 그만큼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시키려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미국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에는 이 선택을 둘러싼 원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아베 총리 역시 경기 침체를 바라지 않는 한 긴급사태 연장을 무엇보다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AP

 
일본의 긴급사태

지난달 29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긴급조치 연장 여부를 두고 아베 총리를 향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 추궁이 이어졌다. 당시 아베 총리는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의 판단을 중시하겠다는 말로 긴급사태 연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이어 다음 날인 30일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에게 긴급사태 연장의 뜻을 전달했고, 오늘 정부 차원의 공식적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긴급사태가 일본 경제에 미칠 치명적 영향은 전문가들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 된 올해 2분기(4~6월)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이래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신문은 4일, 27명의 민간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을 근거로 올해 2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21.8%(연율환산) 격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경제전문가들은 긴급사태를 계기로 개인 소비와 설비 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역성장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일본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지는 석연치 않은 대처로 현재 일본이 직면한 코로나19 피해는 의료체계와 방역체계의 통제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회의적이다. 어쩌다 안전 대국, 경제 대국 일본이 이런 상황에까지 오게 됐을까? 돌이켜 보면 적어도 한 가지 분명히 아쉬운 대목은 발견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전향적 자세로 재접근하면 회복될 수 있는 영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국민 참여 캠페인이다. ⓒ 연합뉴스

 
한국 존재감 무시

참의원 예산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다수의 한국 언론은 아베 총리가 야당에 답변하던 중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한국과) 정보를 나누고 경험을 교류하는 것은 일본의 대응에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고 30일 <연합뉴스>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과 계속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 후 많은 언론이 뒤이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분명 한국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은 얼마나 비중 있는 발언이었을까.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나온 아베 총리의 '한국과의 협력 희망' 발언은 한국 언론의 대대적 관심과 달리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핵심 주제가 아니었다. 일본 언론도 아베 총리의 이 발언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 정부의 논제에서 비켜나 있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가 방역의 핵심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던 지난 3월, 일본 정계 핵심부에서는 "한국의 방식에 대해서 비판도 나온다"든가 "한국 키트의 정밀도가 나쁘다"는 말들이 연이어 나왔다. 3월 중순 한국과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가 역전될 무렵 기자회견에 나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드라이브 스루를 포함한 한국의 대응 방식에 대한 질문에 "각국의 검사 실시 방법에 대해 코멘트를 삼가겠다"고만 답변했다. 심지어 4월 7일, 일본이 6개 현 긴급사태를 선포한 후에도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한국과 같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반복됐다.

코로나19에 대한 한일 협력 또는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이상할 정도로 완강한 거부 반응은 그 성사 여부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지난 3월 27일은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교차한 날이다. 이날의 한국 확진자 수는 91명, 일본의 확진자 수는 116명. 그날까지 한 달간 한국의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그래프로 보면 거꾸로 뒤집은 U자 모양을 이루고 있고 그날 이후 한 달간 일본의 확진자 변화 추이를 봐도 역시 비슷한 형상을 보인다.
 

2월19일~4월29일 사이 한국 일본 일별 신규확진자 추이 ⓒ coronaboard.kr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이 전 세계의 관심과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동안에도 "한국이 머쓱해지도록 일본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한 한 재한 일본 언론인의 심기에서 드러나듯 일본 정부는 지원요청은 커녕 한국의 존재감을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의 질문

일본은 2018년 말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한인 강제노동에 대한 손해배상판결 이후 노골적인 반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엄격한 삼권분립 체제 하의 한국 정부를 향해 사법부 판결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명분 선점에서도 대응 전략에서도 패착을 반복해온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입장이 정치적 배경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마저 줄곧 부인하고 있다.

정치는 사회의 공동 이상을 지향하며 분열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개별 정체성을 풀어가며 공동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그 핵심이다. 국제정치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 간에는 분명 그들의 정체성과 이익관계가 부딪치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그 분열지점에서 지속적으로 대화와 논쟁, 타협을 이어가야 함은 당연하다. 그 점에서 일본의 반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충돌지점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충돌지점에서 나오는 불똥이 다른 영역으로 튀어, 없던 갈등까지 새로 생긴다면 그 정치는 파국으로 향하게 된다.

최근 일본의 대표적 진보매체 <아사히신문>은 "세계표준이 된 한국식 코로나 검사를 왜 일본은 수용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世界標準」の韓国式コロナ検査 日本が採用しない理由 "세계표준"의 한국식 코로나 검사, 일본이 수용하지 않는 이유) 이 신문은 앞서 위기를 맞이한 한국엔 이제 코로나19 종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면서 방역대책은 한일 양국의 공통 과제인데 쌍방 모두 협력에 착수하려 들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 4월25일자. "세계표준이 된 한국식 코로나 검사를 왜 일본은 수용하지 않는가" ⓒ 아사히신문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현 정권 내부에서 한국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성공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는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일본정부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국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불신은 한국으로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한 어떠한 지원을 받을 경우 나중에 징용공 문제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양보를 강요당할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일 간 강제노동 문제, 수출규제 문제는 양국의 정체성과 이익관계가 부딪치는 지점이다. 당장 해결이 어려울 수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와 논쟁을 해야 하는 과제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두 나라가 공동으로 당면한 문제이며, 인류에 대한 거대한 도전에 함께 맞서야 하는 공동과제다. 양국의 정체성과 이익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이 아니라 인류라는 더 큰 정체성 안에서 함께 대응해야 하는 영역이다. 일본 정부는 무엇보다 이러한 정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또한, 일본의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한국의 관심에도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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