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29 18:47최종 업데이트 17.06.07 11:57
우리가 인터뷰한 모든 덴마크인, 행복하다고 말한다

코펜하겐 꽃시장 해질녁 코펜하겐 꽃시장 ⓒ 안혜란


드디어 꿈틀 비행기 7호(1.7-17)에 올라 행복 여행을 시작하였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면서 오마이뉴스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덴마크는 행복지수 1위라는 것, 사회복지, 즐거운 학교, 신뢰와 자유가 촘촘히 연결된 공동체 사회라는 것 등 익히 알고 시작한 여행이다.

꿈틀비행기 여행에서는 덴마크의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 에프터스콜레, 노동부와 노동조합, 열린감옥까지 견학하면서 책에서 밝힌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 나라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견학이 끝나갈 즈음 생각지도 못한 조별 취재 시간이 주어졌다. 당황스러웠지만 용감할 수 있는 기회여서 내심 기다려졌다(다행히 우리 조는 글로벌한 조원이 있었기에 수월(?)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먼저 전통시장인 토브할렌에서 덴마크 부모들을 인터뷰했다.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었기에 덴마크 부모에게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주부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도 도와주시는 부모님 없이 아이 둘을 온전히 키우면서 직장과 가정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은 치열한 삶과의 전쟁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견학해보니 이렇게 행복하다는데 너네 나라는 아이 키우면서 진짜로 행복하냐고... 그러면서 의심이랄까 호기심이 생겼다.

'이 나라도 행복의 구멍이 있을 거야. 설마~ 여기도 나라인데 헬덴마크까지는 아니어도 내 나라가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지 않겠어?'라는 삐딱한 심술도 발동하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적어도 우리가 인터뷰한 모든 덴마크인은 행복하다고 말하였다.

"한국에서는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게 힘듭니다. 덴마크도 힘든 점이 있지 않나요?"

"아니요, 행복합니다. 우린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서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돌봄 시간을 조절합니다. 학교를 무한 신뢰하므로 아이를 맡길 때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오히려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들이 아이를 더 잘 케어해주고 어떤 분이 담임이 되어도 걱정하지 않아요. 아이도 학교가 재미있다고 좋아합니다."

아울러 대답을 이어갔다.

"우린 아이에게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아요.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모 역할입니다. 어떤 직업을 갖든 어떤 학교를 다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바라는 것이요?(한참을 생각하다) 글쎄요. 굳이, 굳이 말하자면 (웃으면서) 지구환경오염?"

이 사람들 걱정은 지구 환경오염이란다.

남녀 취업률이 동등한 나라, 육아 걱정 없는 나라

덴마크 숲 유치원 수업 견학 장면 덴마크 숲 유치원 수업 견학 장면 ⓒ 안혜란


남녀 취업률이 동등한 나라.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걱정이 없는 나라. 당당하게 유모차를 끌고 가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덴마크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숲 유치원에서 기타 치는 선생님과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왜 나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딸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까?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직장생활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인터뷰는 코펜하겐 시립 중앙 도서관에서도 이어졌다.

"그래도 50% 이상 세금을 내야하는데 아깝지 않나요?"
"음, 가끔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병원비, 교육비를 부담하는 것보다 수학적으로 이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덴마크 사람은 기꺼이 세금을 냅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연말정산을 하였다.

'도대체 왜 이리 세금을 많이 떼 가는 거야. 나라에서 해준 것도 없으면서...'

연말정산을 위해 머리를 굴려가며 카드를 쓰고, 이익도 없다는 연금저축에 가입하면서 난 항상 이렇게 구시렁거렸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매달 떼가고도 몇 십만 원을 더 뗀다. 난 세금을 기꺼이 내는 것이 아니라 아깝게 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싸울 때는 학교에서 어찌 해결할까

로스킬레 초등학교 교장실 로스킬레 초등학교 교장실 ⓒ 안혜란


견학하는 교육기관마다 누군가는 질문을 하였다.

"아이들이 싸우거나 갈등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아마도 우리네 학교의 학교폭력이나 교권 추락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이다.

"대화로 풀지요. 토론으로 하구요. 대화로 하면 아무 문제 없어요."

대답은 한결같다. '왜 이런 질문이 왜 필요한 거지' 라는 뉘앙스로...

그렇다. 대화로 풀면 된다. 그런데 대화 이전에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치고 상처만 남는 교실 상황이 먼저 떠오르는 나는 비정상일까?

노동조합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였다.

"이렇게 이직율이 높고 노동자가 자유롭게 나가면 개인이나 회사로서 손해 아닌가요?"

이 곳은 해고가 자유롭지만 유연안정성이 높은 나라이다. 해고보다 노동자의 선택으로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였다.

"실업자가 되어도 나라에서 실업급여를 주고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지원합니다. 개인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이며 회사는 손해가 아닌 더 나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합니다."

"진로요? 고민하지 않아요"

덴마크 왕실 도서관 덴마크 왕실 도서관 ⓒ 안혜란


열린 감옥에는 여성교도관이 더 많았다. 의문이었다. 그 험한 죄수들을 어떻게 제압하지?

"네. 여성 교도관이 더 많습니다. 그건 여성들이 사람의 내면을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하며 어떻게 하면 사회에 잘 적응할 지를 도와줍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그렇구나. 사람을 보는구나. 이곳은 아이든 학생이든 실업자이든 죄수이든 사람을 보고 있다. 그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평등하며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러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들이 신뢰로 연결되고 있었다.

"진로요? 고민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원하면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요."

진지하지만 자유롭게 토론 수업을 하던 학생의 대답이 떠오른다.

요즘은 여행에서 중요한 즐거움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덴마크의 아름다운 조명 아래 하루도 빠짐없이 '원데이 원비어'를 하며 우리들의 자연스런 토론장이 만들어졌다. '이게 나라인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무엇부터 손대야 하나?' 각자 고민하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촛불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덴마크 사람들 촛불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덴마크 사람들 ⓒ 안혜란


시작점이 안 보이는 듯하였으나 그것이 시작이다. 우린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우리들 '사람'을 만났고 마음을 공유하며 희망을 보았다. 함께 한 우리들 각자 자리에서 행복이라는 나름의 씨앗을 뿌릴 것을 생각하니 흐뭇한 마음 숨길 수가 없다. 사람... 덴마크에서 우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여행의 마지막 인터뷰는 돌아오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아이 엄마였다.

"출장 갔다 돌아가는 길이에요. 그래도 저는 스웨덴 회사에 다녀서 일하기 좋은 편이에요. 이렇게 아이도 데리고 갈 수 있고.... "
"선생님은 여전히 어렵네요. ㅎㅎㅎ 중학생 아들이 걱정이에요. 사교육 좀 어떻게 해결해주세요. 너무 힘이 들어요. 안 보낼 수도 없고..."

아무런 힘없는 내게라도 하소연하는 엄마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뿌릴 행복 씨앗의 시작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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