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19 10:33최종 업데이트 17.06.07 11:20

덴마크 코펜하겐의 뉘하운거리. ⓒ 안홍기


80분 수업 중 교사가 말을 몇 분 정도 하면 적당한지 생각해봅시다. 학생 입장이라면 선생님이 말을 간단하게 하면 좋겠다 하겠지요. 교사라면 학생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하나라도 더 알려줘야 하니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할 것입니다. 교과서 진도를 다 나가는 것이 교사의 책무라고 믿는 선생님이라면 수업으로 모자라 쉬는 시간까지 말을 하는데 쓸 것입니다.

말을 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명료해집니다. 교사들은 수업에서 말을 하면서 지식이 더 명확해집니다. 그러면 더 설명해줄 것이 많아지겠지요. 결국 수업을 하면 할수록 말이 더 많아집니다. 안타까운 악순환 속에 그 수업에서 가장 잘 배우는 사람은 교사 자신입니다. 극단적인 설명일 수 있으나 말로만 진행되는 수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현실적인 예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덴마크 견학여행 '꿈틀비행기' 5호 마지막 일정은 조별로 하는 덴마크 시민 인터뷰입니다. 게으른 저는 좋은 조원님들 덕분에 의미 있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혼자 다녔으면 궁전하나를 더 구경했겠지요. 인터뷰에 응해준 시민은 대학을 졸업한 성인 남자였습니다. 전체 인터뷰 중 학교와 수업에 대한 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학 이전 학교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잘 기억이 안 난다. 3~5년간 같은 선생님이 지도한다. 담임선생님은 2~3개 과목을 지도해서 수업에서 좀 더 자주 만났다."

-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초등은 80분, 중등으로 올라가면 90분간 수업을 한다. 수업진행은 대부분 초반 10~15분이 교사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이 시간에 교사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준다. 학생들은 흩어져서 토론이나 과제를 어떻게 할지 대화하고 검색하러 컴퓨터실을 가기도 한다. 다음 시간에 교사는 역시 초반 15분 정도 학생들에게 발표를 어떻게 하는지와 들을 때 방법 등을 안내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 학생들의 발표를 듣는다. 과제가 어려울 경우 준비 기간을 더 갖기도 한다. 또 다음 시간이 되면 교사는 15분 동안 지난 발표를 바탕으로 토론할 거리 등을 설명하고 남은 시간은 발표자들과 질의응답으로 지식을 나누고 토론하는 등 학생 중심으로 진행이 된다."

- 교사가 준비를 아주 잘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수업은 대부분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인데 교사가 잘 짜면 수업이 잘 진행되고 준비가 부족하면 잘 안 되기도 한다. 교사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이번에 덴마크 교육부가 교사의 수업준비 시간을 줄이고 수업시수를 늘렸다."

- 교사들이 받아들였나?
"이 일로 크게 집회도 열고 시끄러웠다. 교사들이 한 달 가까이 파업을 했는데 그래서 조정한 것으로 알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수업 준비시간이 줄었다고 들었다."

-  한 달? 한 달이라니! 교사들이 한 달이나 파업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

모든 덴마크 초, 중등학교가 응답자가 다닌 학교와 비슷하다는 가정 하에, 덴마크 교실은 80~90분 수업에 교사의 설명은 15분 이내입니다. 나머지 65~75분을 학생들이 조사, 탐구, 토의토론, 보고서 작성, 발표준비로 보내는 것입니다.

발표에서 내용이 부실하면 학급친구들이 듣고 나서 질문하거나 비평한다고 합니다.

'00는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았어.'
'앞 부분 설명이 부족한데 좀 더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어.'

이런 방식으로 긴 기간 배우기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은 상대가 알아듣도록 말하고 듣는 태도를 갖는다고 통역하시는 분이 설명해주었습니다. 모둠구성을 매번 하는지 무임승차학생은 없는지 질문하자, 한번 모둠을 구성하면 꽤 긴 기간 바꾸지 않는데 과제에 대한 상호평가로 조원들을 서로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조별과제에 기여한다고 답했습니다. 느리거나 소통이 부족한 학생과 조가 되려하지 않는 것보다 같은 조에서 계속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런 수업은 학생의 성장과 소통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교사가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것보다 더 잘 배우게 되며 지식만이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을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공부를 못하고 싶은 아이, 남보다 뒤처지고 싶은 아이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아는 아이는 정말 잘난 척을 하며 가르쳐줍니다. 알고 싶은 아이는 꼼짝 않고 그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 노는 곳에 가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이며 혁신학교에 근무하고 있어 80분 수업을 주로 합니다. 아주 어린 나이의 학생들도 이 긴 시간동안 토론과 조별과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저는 3학년 담임을 했었는데 이 귀염둥이들은 성질이 약간 급했습니다.

이 아이들 덕분에 제 수업은 좀 더 짜임새를 갖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설명을 좀 길게 하면 "빨리 말해요"하거나 듣지 않는 겁니다. 어려운 표현을 쓰면 "뭔 말이에요."라고 해서 쉽고 명확한 표현을 쓰게 했고, 복잡한 활동은 모르겠다며 안 해버려서 표와 그림을 만들게 했습니다. 위대한 교관들 덕분에 저는 수업 전에 짜임을 구상하고 이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자료를 만들었으며, 수업 중 설명은 10분을 넘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전쟁이 끝나고 배움이 시작되어 평화로운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가 설명을 하는 동안은 '듣는 학생, 듣지 않는 학생'으로 학생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말을 시작하고 교사가 듣다보면 '학생들이 하는 생각'이 보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교사가 정말 알아야 하는 것은 '학생들이 아는 것, 모르는 것, 알고 싶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은 다음 수업을 설계할 때 도움이 되며 계속해서 의미 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15분만 말하기'는 거꾸로 교실이나 하브루타같은, 아니 훨씬 사소한 교수학습 방법 제안에 불과합니다. 교육은 방법보다 개별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고려하는 교육철학, 인권존중, 협력적 교육환경이 먼저인 것은 확실합니다. 모든 수업에서 교사가 15분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수업에서 변화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이것도 하나의 정보가 될 것 같아 소개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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