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17 14:16최종 업데이트 17.06.07 11:09
2016년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오마이뉴스>의 꿈틀비행기 5호를 타고 덴마크를 다녀왔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 지금, 9일 동안의 여행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중심가 광장에서 열리고 있던 여성의 누드사진전 . ⓒ 서광석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중심가 광장에서 열리고 있던 여성의 누드사진전 2 . ⓒ 서광석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중심가 광장에서 열리고 있던 여성의 누드 사진전.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장면에 나와도 잘려나갈 누드 사진들을 공공장소에서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명은 'FEMALE BEAUTY 2016'. 사진에 쓰여 있는 메시지들에 주목하자. 웬만한 법문 이상의 많은 깨달음을 준다.

"YOU HAVE ONLY ONE TRUE ENEMY : YOURSELF" (당신의 유일한 진짜 적은 자신이다.)
"YOU HAVE ONLY ONE REAL LIMITATION : THE NEGATIVE THOUGHTS YOU BELIEVE IN" (당신의 유일한 진짜 한계는 당신이 믿는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LIFE IS ENDLESS JOY. REMEMBER TO ENJOY IT" (삶은 끝없는 즐거움이다. 이것을 즐기는 것을 기억하라.)
"WATCH YOUR MIND. KILL YOUR MIND" (당신의 마음을 보라. 당신의 마음을 죽여라.)
"BEAUTY COMES FROM WITHIN. LOVE YOURSELF"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온다. 스스로를 사랑하라.)
"BE YOURSELF. BE FREE. DON'T BELIEVE IN ANYTHING" (자신이 되어라. 자유로워져라. 아무것도 믿지 마라.)


피사의 사탑보다 더 기울어진 AC BELLA SKY HOTEL. . ⓒ 서광석


코펜하겐의 아파트 특이한 베란다 구조! . ⓒ 서광석


첫 번째 사진은 피사의 사탑보다 더 기울어진 AC BELLA SKY HOTEL.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참 멋지다. 그 아래 사진은 코펜하겐의 아파트 특이한 베란다 구조를 찍은 것이다. 돌출된 베란다에 나와 윗집 아랫집이 서로 얼굴 보며 소통하게 만들어졌다. 덴마크의 각종 건물과 상품 디자인에 반했다.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철학이 감동적이다.

남자가 부인과 4남매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린다. 덴마크 자전거는 모양도 참 다양하다. ⓒ 서광석


덴마크 중앙역(기차역) 광장. 수많은 자전거로 가득하다. ⓒ 서광석


한 가장이 부인과 4남매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린다. 덴마크 자전거는 모양도 참 다양하다. 덴마크 중앙역(기차역) 광장에도 수많은 자전거가 있다. 코펜하겐 교통이용 중 자전거 비중 50%다. 자전거 중심 교통체계다. 자전거 속도(15km/h)에 맞춰서 신호등이 연동된다. 자전거 다 지나고 나서 자동차가 우회전한다. 이곳에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전거 교육을 받는다.

21세기의 화두 중 하나는 '생태적 삶'이다. 우리는 자동차와 핵발전소에 기대고만 살 것인가? 며칠 전 지진이 일어난 경주 인근엔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다.

어느 코펜하겐 아파트의 어린이 놀이터. . ⓒ 서광석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 ⓒ 서광석


어느 코펜하겐 아파트의 어린이 놀이터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덴마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엿볼 수 있다. 놀이터를 건물의 후미진 그늘진 곳에 두지 않는다. 잘 보이는 곳, 양지바른 곳에 둔다. 아이들이 모이는 곳에는 당연히 놀이터가 있다. 심지어 열린교도소에서도 보았다. 그래, 이게 맞다.

덴마크 국세청 . ⓒ 서광석


덴마크 세금정책 프리젠테이션 . ⓒ 서광석


덴마크의 국세청과 세금 정책 프리젠테이션. 덴마크의 세율은 50.9%로 세계 1위다(OECD 평균 34.4%, 한국 24.8%). 당연히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낸다. 이 세금으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노인연금, 실업수당을 준다. 대학생에게 생활비도 준다. 모든 사람에게 안정된 삶과 균등한 소득,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게 핵심 철학이다.

각자도생, 민중은 개·돼지, 금수저·흙수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불안하고 불행한 대한민국의 모습이 겹쳐진다. 부러움과 함께 분노와 슬픔이 눈 앞을 가린다.

덴마크 국회의사당 . ⓒ 서광석


덴마크 국회의사당. 덴마크에선 18세부터 투표하는데 투표율이 80% 정도로 높다. 정치인과 접촉하기 쉽고, 이들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들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 13개 정당이 있고, 각 상임위 활동이 활발하다.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우도 많고, 국회의원 2명  당 비서 1명을 둔다.

다당제 국가이니 1당이 독재할 수 없다. 끊임없이 여러 당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서 끊임없이 대화·타협·봉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선거 때만 국민에게 머리 숙이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떠오른다.

풍력발전협동조합 미들그루덴 . ⓒ 서광석


풍력발전협동조합 미들그루덴. 건설할 때 정부 지원 없었다고 한다. 풍력에너지의 30%를 정부가, 70%를 시민이 생산한다. 현재 22개 풍력발전하고 있고 전체 3만5000명이 소유하고 있다.

덴마크는 협동조합의 나라다. 음식 45%, 물 80%, 난방 60%를 협동조합에서 공급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무슨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모이고 협동조합을 만든다. 덴마크에는 협동조합법도 없지만, 서로 돌본다. 그래서 행복하다.

수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의 교도관과 수감자 . ⓒ 서광석


비수거드 교도소(Statsfængslet pa Søbysøgard)의 교도관과 수감자의 사진이다. 침대, 세면대, 커피포트, 냉장고, 노트북 등 갖춘 '호화시설'이다. 창밖에는 철창도 없다. 인터넷 뱅킹이나 홈쇼핑도 가능하다. 피자를 배달시켜 먹기도 한단다. 교도관 동행없이 학교나 자격증 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인근 마을에 슈퍼마켓에 다녀오기도 한단다. 가족들이 면회 와서 교도소 안에서 놀다 간다.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페더슨 교도관은 "교도소는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곳"이라고 했다. '수감자들을 어떻게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징벌을 줄까'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사람도 루저를 만들지 않으려는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철학은 교도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나도 용기 내서 짧은 영어로 톰에게 물어봤다.

"Are you happy?" (당신은 행복한가요?)
"Yes, I'm happy." (네, 저는 행복합니다.)


그의 대답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나는 보았다. 감옥 수감자도 행복한 사회를.

투레코로너 초등학교 캠프 . ⓒ 서광석


바우네호이 에프터스쿨 . ⓒ 서광석


첫 번째 사진은 투레코로너 초등학교 캠프다. 어린 소녀가 쇠를 불구덩이에 넣었다가 꺼내서 망치로 도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식만을 쌓는 교육이 아니라 삶을 위한 교육을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이렇게 위험한 걸 한다고 걱정하지 않을까.

두 번째 사진은 바우네호이 에프터스쿨이다. 덴마크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가는 1년제 인생학교인 에프터스쿨. 1년 동안 집을 떠나 이곳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공동생활, 방청소, 음식조리 등을 한다. 책임감, 자율성, 시민성을 길러줘 인생 설계에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이 사진의 오른쪽 남학생은 "고등학교 진학 안 하고 요리스쿨에 가겠다. 자기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게 적성에 안 맞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덴마크에 다녀온 지 좀 됐는데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그래 공부 못 해도 괜찮아. 고등학교 안 가도 괜찮아. 대학교 안 가도 괜찮아. '사'자 들어가는 직업 안 가져도 괜찮아. 살다가 실직돼도 괜찮아. 아파도 괜찮아. 지금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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