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1.23 15:11최종 업데이트 17.06.07 10:45

지난 14일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을 찾은 방문객들이 'Welcome to the world's happiest nation'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라는 문구가 쓰인 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 ⓒ 정민규


꿈틀 비행기가 떴다. <오마이뉴스>는 행복 지수 1위라는 덴마크의 비밀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 '꿈틀 비행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3번째 꿈틀 비행기에 탄 33명의 행복 원정대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으로 향하는 하늘길에 있을 때였다. 중국에서 비행기를 바꿔 탄 기자와 일행의 대화를 듣던 승무원 나디아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덴마크의 이웃 나라 스웨덴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 하는 거 한국말인가요?"

어떻게 알아차렸느냐는 말에 그녀는 "15살 된 아들이 케이팝(K-pop)을 좋아하는데 나누는 대화가 한국어 같았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나디아가 "그런데 왜 덴마크를 가느냐"고 물어왔다. 덴마크 사회가 행복한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고 말하자 그녀가 웃었다. "저도 궁금하니 찾으면 좀 알려주세요"라는 게 그녀의 요청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일부러 다가와 "덴마크에서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해준 나디아의 배웅을 받으며 내린 코펜하겐에서 가장 눈길이 간 건 짧고 간결한 간판 글귀였다. "Welcome to the world's happiest nation"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궁금했다. 대놓고 행복하다는 이들의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평범한 덴마크인들을 만나기 보기로 했다. 그중에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미나 얀센(Minna Jensen, 78) 할머니에게 굳이 말을 붙여보고 싶었던 건 눈 내리는 혹한의 북유럽 날씨에도 시위를 하고 있던 모습 때문이었다.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교육의 비밀

16일 오전 로스킬레 초중등학교(Roskiele private realskole)를 방문한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을 학생이 바라보고 있다. ⓒ 정민규


할머니는 무려 5200일이 넘게, 그러니깐 15년째 시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와 만났던 것처럼 눈이 오는 날에서부터, 비가 오는 날까지 시위를 하는 이유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명료했다. 미나 할머니가 원하는 건 세계 평화였다.

"덴마크는 잘 사는 나라에요. 사회적 안전망도 잘 갖추어져 있고요. 많은 나라가 덴마크를 배우려고 해요. 이런 덴마크일수록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덴마크가 세계 평화에 앞장서는 나라가 되어달라는 바람으로 계속 시위를 하는 거예요."

코펜하겐 사람 몇몇을 만나며 이런 시민의식을 길러낸 덴마크란 나라가 더 알고 싶어졌다. 의원들이 눈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고, 정부 중앙부처의 청사 간판조차 손바닥만 해서 찾기 힘든 나라. 왜 간판이 작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왜 커야 하나"라고 진지하게 되묻는 이 나라 시민들을 키워낸 교육이 가장 궁금했다.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자유교육>이라는 어느 책의 제목처럼 교육은 덴마크 사회의 근간이기도 했다. 

꿈틀 비행기는 현지에서 5곳의 학교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과 교사들은 입을 모아 덴마크 교육의 경쟁력을 '자율성'이라고 말했다. 이건 공립과 사립을 떠나 바뀌지 않는 대답이었다. 그중 덴마크만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인 애프터스쿨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중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진학 사이 1년의 틈 동안 학생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것을 찾는 애프터스쿨은 덴마크 25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변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18일 발레킬데 성인학교(Vallekilde højskole)를 방문한 꿈틀비행기 참가자들과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인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는 곳이다. ⓒ 정민규


애프터스쿨에서 나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는 '성인형 애프터스쿨'인 호이스콜레도 운영되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믿고, 학생은 그 믿음에 책임으로 답하는 구조가 중심이 된다.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음침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도 그들은 학생들의 판단을 믿었다. (관련기사 : "이것만 조심하면 학교에서 섹스해도 괜찮아")

이를 통해 덴마크의 청소년들은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자립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19일 코펜하겐에 있는 애프터스쿨협의회 (Eferskolerne)에서 만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순(Sune Kobberoe)은 "애프터스쿨을 간 것은 내가 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배웠고, 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최고의 선택은 인생의 친구를 만들었다는 것"이라는 어느 학생의 글을 대신 보여주며 애프터스쿨의 장점을 설명했다.

16일 오후에는 꿈틀비행기 참가자들과 로스킬레 고등학교(Roskiele Gymnasium) 학생들의 공동 수업이 있었다. 교사는 학생들의 질문을 적극적으로 유도했고, 학생들은 저마다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했다 ⓒ 정민규


일주일 동안 덴마크의 교육을 지켜본 꿈틀 비행기 참가자들이 이것이 결코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곽형준(46) 경상남도교육청 장학사는 "가장 큰 성과는 행복사회가 가능하다는 확신이었다"면서 "가능하겠냐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지켜보며 변화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란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꿈틀 비행기를 이끈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이른바 '우리 안의 덴마크'를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 사람도 덴마크 사람 이전에 결국 사람"이라며 "사람이 만든 자산을 우리라고 이룩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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