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13 15:01최종 업데이트 17.06.07 10:37
'당신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꿈틀비행기 2호'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다녀왔습니다. 무엇이 덴마크를 행복 사회로 만들었는지, 8월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9일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예배 후 이야기 나누는 목사와 신자들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17일 찾은 그룬트비 교회에서 예배를 끝낸 목사와 신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예배당을 나오고 있다. ⓒ 소중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오르간이 엄숙한 선율을 내뿜었다. 이어진 덴마크 목사의 설교가 교회를 경건함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덴마크어로 된 성경책을 들추다보니, 급격히 졸음이 몰려왔다. 손바닥으로 눈 주위를 살며시 문지른 뒤,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쟤, 뭐하는 거야?'

눈 앞에 펼쳐진 황당한 광경이 졸린 눈을 부릅뜨게 만들었다. 점잖은 공기로 가득 찬 예배당 바닥에 꼬마 아이 하나가 대(大)자로 누워 있었다. 나 혼자 당황한 걸까? 내 마음 속엔 '쟤, 뭐야?'라는 말이 계속해서 요동치는데, 누구 하나 아이를 말리거나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부모는 물론, 목사도.

'이 교회, 뭐지?'

아이들 뒹구는 교회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17일 그룬트비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아이들이 교회 바닥에 누워 장난을 치고 있다. 예배 도중에도 예배당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소중한


텅 빈 교회, '목사들, 뭐 먹고 살지?'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13~22일 덴마크 코펜하겐을 여행한 '꿈틀비행기 2호'는 16일 오전, 코펜하겐 북서부에 있는 '그룬트비 교회'를 방문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예배에 참석하려는 신자들이 교회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예배 시작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여 있던 신자 수는 많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직원이 예배 시작을 알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벌써 시작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교회 좌석의 90%가 빈 상황에서 예배가 시작됐다. 텅 비다시피 한 교회를 보며 속으로 '뭐야, 기독교가 덴마크 국교라며?'라고 되뇌었다. 문득 측은지심이 몰려왔다.

'이 교회 목사들, 참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

하지만 이 교회 목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내 측은지심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깨달았다. 예배 후 만난 잉에 리세 로케고르(Inge Lise Løkkegaard, 여) 목사 입에서 "덴마크의 목사는 공무원"이란 말이 나왔다. 목사 월급을 교회가 아닌, 나라에서 준다는 거다.

로케고르 목사는 "사실 오페라 가수가 꿈이었는데, 목사가 내 첫 직업이 됐고 10년 동안 이 일을 해왔다"라며 "평균 임금에 비해 (목사 임금은) 조금 낮은 편이지만, 나는 이 일이 매우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늘 예배 어땠니?'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17일 그룬트비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한 여성이 아이들과 손을 잡고 교회를 나오고 있다. ⓒ 소중한


그렇다면 덴마크 정부는 무슨 돈으로 목사에게 월급을 주는 걸까. 루터교를 국교로 하는 덴마크엔 종교세가 있다. 이 종교세로 덴마크 전역의 루터교회가 운영된다. 소득의 0.4%에 해당하는 종교세는 국민 스스로 낼지, 안 낼지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덴마크 국민의 80%가 종교세를 낸다. 덴마크 국민 중 루터교인 비율이 약 80%이니, 신자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종교세를 내는 것이다.

덴마크 국민이 자발적으로 종교세를 내는 이유는 교회가 '세금 값'을 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국민들에게 교회는 '주일마다 가야하는 곳'이 아닌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 2014)에 따르면, 신앙이 필요할 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목사는 부모, 교사, 주치의와 함께 덴마크 국민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정신의 위안'을 위한 복지 시스템 역할을 교회가 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세례식, 성년식, 결혼식, 장례식 등이 교회에서 열린다. 이날 예배 도중에도, 갓난아이 4명의 세례식이 진행됐다. 로케고르 목사가 아이들의 머리에 성수를 끼얹자, 교회를 찾은 남녀노소 모두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축복의 말을 전했다.

덴마크 종교정신 이끈 '두 사람'

'덴마크의 아버지' 그룬트비 기념 교회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꿈틀비행기 2호 참가자들이 16일 그룬트비 교회에 들어가고 있다. ⓒ 소중한


이날 1400석 규모의 그룬트비 교회에는 고작 신자 150여 명이 다녀갔다. 종교세까지 내는 덴마크 국민들이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케고르 목사는 한국 목사라면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굳이 교회에 안 나와도 됩니다."

로케고르 목사는 "덴마크 사람들은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느님은 집에서 만날 수도 있고, 이웃을 통해 만날 수도 있으므로 장소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사람들은) 교회에 오는 걸 마치 여행처럼 편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앞서 예배 중 교회 바닥을 뒹굴던 아이와 이를 굳이 말리지 않은 목사의 태도가 이해됐다.

덴마크 교회라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덴마크 왕정은 1536년 루터교를 국교로 정했는데, 이후 덴마크에선 300년 넘게 '국민의 주일예배 참석'이 의무(1850년까지)였다. '종교세 의무 납부'도 1848년까지 계속됐다. 현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9세기 덴마크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예배 전, 대화 나누는 신자들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17일 오전 예배를 앞둔 그룬트비 교회 앞에서 신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소중한


"(덴마크에서) 하느님은 주권과 아무런 상관없는 존재가 됐다."

덴마크 철학자이자 기독교 신자인 쇠렌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 1813~1855)는 살아있는 내내 덴마크 루터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덴마크 기독교의 형식주의를 향해 죽기 전까지 쓴소리를 내뱉었다.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을 찾아온 친구 에밀 뵈센(E. Boesen) 목사에게 "목사가 주관하는 성찬식을 거부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확실히 하느님은 주권자다. 그런데 사람들, 그것도 1000명이나 되는 목사들이 기독교의 진리를 자기들에게 편리하도록 정리하려고 했다. 때문에 오늘날 목사에게 속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축복받으며 죽을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목사가 주권자가 된 것이다."

키에르케고르 동상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사진은 크리스티안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의 정원에 있는 덴마크 출신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 1813~1855) 동상이다. ⓒ 소중한


종교는 '자유'다

이처럼 덴마크 루터교를 비판하며 평생 '공공의 적'으로 살아온 키에르케고르는, 역설적이게도 현재 루터교 성인 달력(루터교에서 기독교 신앙의 모범이 되는 인물을 정해 기념일을 표시한 달력)의 11월 11일을 장식하고 있다. 교회가 자신을 공격한 이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덴마크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콜라이 그룬트비(N. Grundtvig, 1783~1872)도 그 스스로 목사이면서 '교회로부터의 자유'를 주창했다. 이날 꿈틀비행기 2호가 찾은 교회의 이름이기도 한 그룬트비는 목사이자 시인이었고, 역사가이자 교육자였으며, 작곡가이자 정치인이었다. 그는 지금이야 당연한 '종교의 자유'를 200년 전에 외친 탓에, 목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덴마크 교회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자발'이란 단어를 꼽고 싶다. 키에르케고르와 그룬트비의 종교관은 앞서 소개한 로케고르 목사의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덴마크 국민은 스스로 교회에 나가고, 굳이 안 내도 되는 종교세를 낸다. 코펜하겐 시민이자, 꿈틀비행기 2호의 통역을 맡은 노영숙씨는 "덴마크 사람들은 종교를 개인의 것이라고 생각해 서로 존중한다"며 "때문에 남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물론, 전도하는 것조차 매우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종교관은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명제를 던졌다.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은 우리 '모두'를 위해 '어디서든'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신이 '예수천국 불신지옥' 혹은 '퀴어퍼레이드 앞 부채춤'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교회 나가는 것, 의무 아냐"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17일 그룬트비 교회에서 만난 잉에 리세 로케고르(Inge Lise Løkkegaard, 여) 목사는 "덴마크 사람들은 교회에 나가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장소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소중한


그룬트비를 기념하는 교회답게, 그룬트비 교회 곳곳에선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교회 외부에 십자가가 없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높이 약 1m의 십자가와 예배당 단상 위의 높이 약 30cm의 십자가가 이 교회에 있는 십자가의 전부였다.

예배당 내부 장식물은 길이 약 1m의 배 한 척 뿐이었다. 로케고르 목사는 "성경에 배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인생은 배를 타고 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인데 예수와 함께 이 배를 같이 타고 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로케고르 목사와 나눈 대화 전문이다.

십자가가 단 두 개 뿐인 교회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17일 찾은 그룬트비 교회에는 십자가가 단 두 개 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높이 약 1m의 십자가(왼쪽)와 예배당 단상 위의 높이 약 30cm의 십자가가 이 교회에 있는 십자가의 전부다. ⓒ 소중한


- 당신은 매주 일요일 예배를 주관하나?
"(그룬트비 교회에는) 목사가 총 세 명이다. 때문에 일요일마다 예배를 주관하진 않는다. 다만, 예배를 주관하지 않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있거나, 결혼식을 돕는 등 다른 방식으로 교회에 머무른다."

- 그룬트비 교회는 다른 교회와 어떻게 다른가.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이 교회는 특별하며, 덴마크의 유일한 (그룬트비를 기념하는) 교회다.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이곳은 매우 소박하다. 그림이나 금으로 된 장식품이 없다. 이는 그룬트비 정신과 연관이 있다."

- 목사만 설교할 수 있나.
"일반 시민도 세례를 받았다면 누구나 설교할 수 있다. 교회는 그룬트비의 철학처럼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이는 사람들을 모으고, 정신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의 많은 의자, 많은 방(회의실)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예배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토론도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은 예배당 밖 회의실에서 토론을 하며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신의 뜻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은 (덴마크) 교회의 전통이다."

- 오늘 교회 자리가 많이 비었는데, 항상 이런가?
"이 정도가 평균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교회에 나가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다. 장소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 여성 목사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5:5다. 1940년 첫 여성 목사가 나왔다. 그 이후로 여성 목사가 점점 증가해 현재 비율이 됐다."

-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기독교 가치와 연관돼 있는가.
"그렇다. 기독교 가치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모든 사람에 대한 책임'과 관련돼 있다. 덴마크 사회는 이 가치를 바탕으로 돌아간다. 물론 기독교를 믿지 않고도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를 (위 두 가치를 기반으로 한) 민족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아픔을 나누고, 보살피는 민족성이 덴마크를 행복 사회로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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