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06 20:54최종 업데이트 17.06.07 10:35
'당신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꿈틀비행기 2호'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다녀왔습니다. 무엇이 덴마크를 행복 사회로 만들었는지, 8월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9일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다함께 사진 찍자!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8월 13일~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17일 찾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의 학생들이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지난달 17일 오전(현지 시각)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가량 달려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에 도착했다. 이 학교 교장인 애네 페버안슨(Anne Fabiansen, 47)이 "안뇽하세요"라며 어설픈 한국말로 반갑게 일행을 맞았다.

페버안슨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교장의 근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강이 밑까지 내려오는 흰색 칠부 면바지에 짙은 회색 티셔츠를 입었다. 슬리퍼도 신었다. "안녕하세요" "빨리빨리" 등 한국말을 섞어 쓰며 친근함을 나타냈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의 매력에 우리 일행은 금세 빠져 들었다.

한 교실에 모여 앉아 애프터스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호탕한 성품답게 설명은 간결하고 명쾌했다. 통역한 한국말을 따라 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자꾸 자신의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가 신경이 쓰였나 보다. "나만 손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휴대 전화 카메라를 꺼내 들더니 사진 기자를 향해 대거리했다. 우리 일행은 다시 한 번 뒤집어졌다.

"나도 찍을래!" 17일 찾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의 애네 페버안슨(Anne Fabiansen, 47) 교장이 사진을 찍는 기자를 향해 "나만 손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다. ⓒ 소중한


애프터스쿨이 뭐야?... 공부보다는 인생을 배우는 학교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는 영어로 '애프터스쿨(after school)'이지만, 한국의 방과 후 수업과는 전혀 다르다. 한국으로 따지면 중학교 3학년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기 전 1년을 통째로 다니는 '또 하나의 학교'인 셈이다. 그래서 애프터스쿨을 10학년 제도, 갭이어(Gap Year)라고도 부른다.

덴마크에 240여 개의 애프터스쿨이 있다. 전체 학생이 다 가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다. 30% 전후의 학생이 다닌다. 집을 떠나 기숙 학교 형태의 애프터스쿨을 다니는 대신, 집과 가까운 기존의 초등학교에서 10학년을 다닐 수도 있다. 애프터스쿨을 다니지 않은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성인 학교에 다니기도 한다. 애프터스쿨이나 성인 학교의 목적은 같다. 공부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 바 인생 설계 학교다.

대부분 사단법인이나 협동조합 유형의 사립학교이지만, 정부로부터 50%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체육·음악·댄스·필름 등 특별한 분야를 전문화한 학교도 있고, 이를 종합적으로 교육하는 학교도 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는 종합 학교 형태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보니, 인기 있는 애프터스쿨은 경쟁률이 높지만, 인기가 없는 애프터스쿨은 지원 학생이 적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반 학교와는 달리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한다. 목공예를 배워 필요한 의자와 책상 등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집을 떠나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성을 기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오마이뉴스>는 한국형 애프터스쿨의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자전거 가득' 덴마크 애프터스쿨 자전거의 나라 답게, 17일 찾아간 툐료세 슬롯츠 에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 기숙사 앞에 수많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 소중한


"남들 방해하지 않는 한 학교에서 섹스해도 돼"

페버안슨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의 가장 큰 정신적 가치로 '신뢰'를 꼽았다. 서로 의지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동체 정신을 배우고, 그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단지 직업상의 비전만 찾는 게 아니다. 여러 면에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민주적인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배운다. 덴마크어·영어·수학·과학 등 기본 과목 외에 각 학생이 나름의 취향에 따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또, 개인 성장과 지도력을 길러주는 과정도 마련돼 있다.

전체 학생이 165명인데, 교사가 18명이나 된다. 밤낮으로 학생과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과가 끝나면 교사와 학생은 함께 저녁 식사도 하고, 축구도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른다. 학교에서 함께 잠을 자는 교사는 보통 2명 정도다. 학내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엄연히 규율이 존재한다. 페버안슨은 학생들이 한창 혈기왕성한 사춘기 시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프터스쿨 기숙사 17일 찾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의 기숙사. ⓒ 소중한


"여기 환경이 특별하다. 사춘기들의 아이들만 모여있기 때문에 사춘기의 호르몬으로 꽉 차 있고, 그래서 우리도 규율이 있다. 모두가 서로 잘 지내야 하고, 따돌림(왕따)이 완전히 금지되어 있다. 오전 7시에 일어나고 오후 11시에 잠자리에 들게 한다. 그런 규칙이 없으면 밤새도록 파티하고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웃음). 낮에 아주 재미있게 지내고, 밤에는 충분히 자게 한다. 담배, 마약, 술은 금지다. 학생들 스스로 잘 지키고 있고, 학교도 잘 관리해준다."

학교가 아무리 학생 관리를 잘한다고 하지만, 1년 내내 사춘기 남녀 학생이 같이 지내면 이성 교제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이에 대한 페버안슨의 답변도 명쾌했다.

"항상 남녀 커플이 있고, 자연스럽게 서로 키스를 자주 한다(웃음). 우리는 규칙이 있다. 밤에 같은 방에서 함께 잘 수는 없지만, 남들을 방해하지 않는 한 서로 섹스(성관계)는 할 수 있다."

"남들에게 방해만 안 된다면, 섹스도..." 17일 찾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의 애네 페버안슨(Anne Fabiansen, 47) 교장은 "항상 남녀 커플이 있고, 자연스럽게 서로 키스를 자주 한다(웃음)"며 밤에 같은 방에서 함께 잘 수는 없지만, 남들을 방해하지 않는 한 서로 섹스(성관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소중한


"학교에서 섹스를 허용한다고? 너무 어리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페버안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우리 학생들은 16~17살이다"라며 농을 치고 만다. 그 나이 때 학생들이라면 스스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애프터스쿨을 졸업한 요나스 노 셰룬(Jonas No Sjølund, 20)은 "취침 시간 후에는 룸메이트 말고 다른 사람이 방에 있으면 안 되지만, 낮에는 원하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 수업과 저녁 식사 때만 나타나면 된다"면서 "어렸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독립성을 기르게 됐고, 더 성숙해졌다"고 회상했다.

"애프터스쿨 다니고 더 성숙해져" 17일 만난 덴마크 청년 요나스 노 셰룬(Jonas No Sjølund, 20)은 "취침시간 후에는 룸메이트 말고 다른 사람이 방에 있으면 안 되지만, 낮에는 원하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 수업과 저녁 식사 때만 나타나면 된다"면서 "어렸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독립성을 기르게 됐고, 더 성숙해졌다"고 애프터스쿨 다닐 당시를 회상했다. ⓒ 소중한


"미성년자 성행위는 사회적 금기?" "청소년에게도 상식의 기준 적용해야"

덴마크 성교육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면, 페버안슨의 말이 이해가 된다. 덴마크는 1970년대에 이미 초등학교부터 성교육을 의무화했다. 고등학교에 가면 보건 교과가 개설돼 있고, 한 주에 3시간씩 1년에 4주간 집중 성교육을 받는다. 또 10여 개 학교당 1명의 '성교육 전문 의사'가 배치돼 정기적으로 방문 특강도 한다.

덴마크뿐 아니라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 소위 성교육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독자적인 능력과 책임 의식, 인간 관계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남녀의 생식기나 성관계에 대한 내용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성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서 성범죄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결과 이들 국가의 10대 임신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성교육 내용 대부분이 성행동을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여전히 신체 발달로 시작해 임신·출산을 거쳐 성병으로 끝난다. 현재까지도 성교육 과정은 정규과목이 아니다. 교과 과정이 개정되면 언제든지 삭제될 수 있다. 반면 지난해 중고등학생의 성관계 경험률은 5.3%다.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다(남학생은 10%를 넘었다).

밝은 표정의 애프터스쿨 학생들. 17일 찾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의 학생들이 학교 건물에서 밖으로 나오며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내보이고 있다. ⓒ 소중한


그러나 체계적인 성교육을 하겠다며 정부가 올해 처음 만든 성교육 표준안은 기존보다 오히려 더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동', '자위' 등 학생들이 주로 쓰는 말을 금지하고, 성행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비현실적으로 금욕을 강조해 성을 터부시하는 낡은 인식을 공고히 한 것이다.

또한, 남성의 성적 욕망을 정당화하고, 이에 대한 여성의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반복적으로 서술했다. 마치 성폭력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한국 성교육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미성년자의 성행위는 사회적 금기이므로 적발 시 퇴학 등 무거운 제재를 하는 게 옳다."
"학생 신분이므로 자유 연애는 금지하는 것이 옳다."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공정택 전 교육감이 한 말이다. 반면 그의 경쟁자였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미성년자의 성행위를 금지할 수 없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는 성교육을 해야 한다."

밥 먹으며 '따봉' 17일 찾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의 학생들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 소중한


"남들에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섹스를 할 수 있다"는 페버안슨에게 학생은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의 대상이다. 학생도 성인과 똑같은 육체와 욕망을 지녔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 정보와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그렇다고 학생이 지닌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성인보다 작을 수는 없다. 오히려 성인보다 더 존중받아야 할 중요한 존재이다. 

이날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를 함께 방문한 이병록(49, 대학 행정직)씨는 "(이 학교의 규칙은) 청소년의 성과 일상을 과정으로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녀 학생이 함께 살고 있지만, 금욕적인 규정이 없다"며 "일반 사회에서도 그렇다. 청소년들에게도 그런 상식의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병록씨를 비롯해 22명의 '꿈틀이'들은 '꿈틀비행기 2호'를 타고, 지난 8월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9일 동안 덴마크 사회 견학 여행에 참가했다. '꿈틀이'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 2014) 독자들의 모임을 말한다. 저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는 2013~2014년 세 차례 덴마크를 방문, 약 300명의 덴마크인을 만났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행복한 학교, 행복한 일터, 행복한 사회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강연을 듣고, 책을 읽은 독자들은 한국 사회도 좀 더 행복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덴마크의 행복 사회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31명을 태운 '꿈틀비행기 1호'가 첫 비행을 다녀왔다. 3호기는 내년 1월에 덴마크로 떠날 예정이다.

교장선생님 설명에 '집중' 17일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을 찾은 꿈틀비행기 2호 참가자들이 애네 페버안슨(Anne Fabiansen, 47) 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소중한


자, 패스! 패스! 17일 찾은 툐료세 슬롯츠 애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의 학생들과 꿈틀비행기 2호 탑승자들이 축구 시합을 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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