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06 10:08최종 업데이트 17.06.07 10:42
'당신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꿈틀비행기 2호'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다녀왔습니다. 무엇이 덴마크를 행복 사회로 만들었는지, 8월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9일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덴마크 코펜하겐 '호스트룹 (Hostrups Have)' 아파트. 사진은 19일 베란다에서 내다 본 호스트룹 아파트 풍경이다. ⓒ 소중한


개인 소유 아파트 가격의 3%만 내면 입주. 큰 도심 한복판에 있으니 교통·쇼핑 등도 편리. 거기에 매달 내는 관리비도 싸다. 이런 꿈같은 아파트가 정말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진짜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아파트는 아니다. 행복지수 세계 최고로 알려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아파트다.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은 협동조합이다. 개인이 아닌 협동조합 소유라서 터무니없이(?) 쌀 수 있는 것이다. 관리비가 싼 것 또한 협동조합이 운영·관리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은 협동조합

이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120㎡(약 36평) 넓이 기준 우리 돈 약 1980만 원 정도인 11만 크로네가 필요한데, 이는 코펜하겐에 있는 개인 소유 아파트 가격 약 300만~400만 크로네(약 5억4천 만 원~7억2천만 원)의 3% 정도 수준이다.


관리비는 우리 돈 150만 원 정도인 8500크로네다. 좀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비슷한 크기 개인 소유 아파트 관리비 약 1만2000(216만 원)크로네에 비하면 훨씬 싼 편이다. 거기에 전기세 같은 일반 관리비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매입할 때 빌린 돈에 대한 이자까지 포함돼 있으니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 지난 2007년 협동조합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아파트를 매입했다.

19일 알렌 앤더슨(Allan Andersen) '호스트룹 (Hostrups Have)' 아파트 협동조합 협회장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를 비롯한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 참가자들에게 아파트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 소중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덴마크 코펜하겐 '호스트룹 (Hostrups Have)' 아파트. 19일 주민들이 아파트 주변을 걷고 있다. ⓒ 소중한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아파트가 온전한 자기 소유가 아닌 협동조합과 공동소유라는 점. 혹시 그래서 인기가 없는 게 아닐까? 결론은 '천만에'다.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이 이 아파트에 들어오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우선 주거자 중에서 대기자가 있다. 규모나 위치가 좋은 집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인데, 줄을 선 사람만 300여 명이다. 외부에서 이 아파트에 들어오려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 대기자 명단에 올려야 하는데, 이 대기자도 300명이 넘는다.

혹시 과열 경쟁 부작용으로 웃돈을 주거나 하는 등의 부정이 발생하지 않을까? 알렌 앤더슨(Allan Andersen) '호스트룹 (Hostrups Have)' 아파트 협동조합 협회장은 "돈을 책상 위가 아닌 밑으로 주는 일은 절대 없다"고 장담했다. 이어 "매달 세일즈 미팅을 열어 줄을 선 사람이 누군지, 몇 개가 팔리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은 지 80여 년이 지났는데, 재건축을 모른다

19일 만난 알렌 앤더슨(Allan Andersen) '호스트룹 (Hostrups Have)' 아파트 협동조합 협회장은 "이 아파트에 들어오려는 대기자만 300여 명이 이른다"고 말했다. ⓒ 소중한


지난달 19일 오전 이 아파트를 방문했다. 이 아파트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한 '2015 덴마크 견학여행 꿈틀 비행기 2호(아래 꿈틀 2호)'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꿈틀 2호는 지난달 13일 덴마크로 출발해서 22일 한국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을 맞이한 것은 파란 잔디가 펼쳐진 꽤 너른 공원이다. 공원 주변을 마치 에워싸듯이 아파트가 서 있는데, 6층 높이로 우리나라 대도심에 있는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낮았다. 아파트라기보다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고급 빌라단지 같은 모습이었다.

공원을 지나 아파트 사이로 난 길을 빠져나오자 작은 빌딩이 한 채 나왔다. 공동 회의실, 도서관 등이 있는 아파트 관리동 건물이었다. 알렌 앤더슨이 그곳에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그는 "10여 년 전 사업차 서울에 몇 번 다녀왔다"고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알렌 앤더슨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1935년에 지은 아주 오래된 아파트로, 총 679세대에 1500여 명이 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지은 지 80여 년이 지난 아파트인데도 외관부터 내부시설까지 이제 갓 지은 아파트처럼 말끔하다는 점이다. 금이 가거나 벽돌이 부서진 부분은 없었다. 아파트 내부에서도 세월이 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재건축'이라는 말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파트가 낡아서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경우 주민 몇 프로 동의를 얻어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실내 수리는 소유자들이 하고 창문 수리 같은 외부는 조합에서 한다. 지붕 개량 같은 대규모 수리는 총회에서 투표해서 결정한다"라고 다소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그게 아니고 재건축...'이라고 물으려 하자 한국 출신 현지인 통역이 "여긴 워낙 탄탄하게 지어서 대부분 100년 이상 가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개념이 없다"라고 귀띔, 질문을 접었다.

집주인이 세입자 허락없이 집을 못 판다니...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덴마크 코펜하겐 '호스트룹 (Hostrups Have)' 아파트. 19일 아파트 내 있는 공원 앞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 소중한


이 아파트는 지난 2007년까지 협동조합이 아닌 개인소유였다. 지난 2006년 소유자가 팔려고 하자 입주자들은 회의를 거쳐 이 아파트를 사기로 했고, 다음 해인 2007년 협동조합을 만들어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입주자의 94%가 협동조합 결성에 동의했다.

입주자들이 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유자가 팔려고 할 경우 거주자 의견을 물어야 하는 덴마크의 주택 제도 덕분이다. 세입자 의견도 묻지 않고 집주인 마음대로 집을 팔 수 있는 우리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런 꿈같은 아파트가 있다고 해서 덴마크가 완벽한 주택복지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알렌 앤더슨은 덴마크 도시에는 늘 아파트가 부족하고 특히 대학생이 살 집이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살 집을 마련해 달라고 하자 사민당 소속 한 시장이 학생들이 살 수 있는 싼 집을 지으려 했는데 인건비 등이 너무 비싸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도 학생들을 위한 값싼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늘 부족하다. 그래서 도시 외곽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호스트룹 주택 협동조합(Cooperative Housing Association)은 덴마크에서 가장 큰 아파트 협동조합이다. 알렌 앤더슨에 따르면 덴마크도 우리처럼 아파트를 계속 짓고 있는데, 새로 짓는 아파트는 대부분 개인 소유이고 협동조합이 소유·운영하는 것은 주로 오래된 아파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 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다고 한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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