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02 11:11최종 업데이트 17.06.07 10:40
'당신은 정말 행복하십니까?' '꿈틀비행기 2호'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다녀왔습니다. 무엇이 덴마크를 행복 사회로 만들었는지, 8월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9일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말]

칼질도 척척... 학생이 직접 요리하는 덴마크 초등학교 '행복사회 덴마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날아간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Ørestad Skole, 9년제 초중등학교)를 찾았다. ⓒ 소중한


행복해지려면 어릴 때부터 요리를 배워야 할까?

행복지수 세계 최고 덴마크에서는 요리교육이 수학·영어 못지않게 중요했다.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기자가 방문한 가스베악스 바이은스 스콜레(Gasvaers vejens Skole)와 외레스타드 스콜레(Ørestad Skole)는 그랬다.


가르치는 방법이 무척 파격적이다. 4~8명이 한 조로 짜여 일주일 내내 식당에서 전문요리사와 함께 요리만 한다. 전교생과 교사들이 먹는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것이다. 그 기간에 영어 수학 같은 수업은 하지 않는다.

"제가 직접 한 요리, 어때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초등학교 외레스타드 스콜레(Ørestad Skole) 학생들은 학기 중 일정 기간 동안 학교 급식소에서 요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4학년 레비(Rabie)군이 직접 만든 감자야채볶음을 들어올리며 미소짓고 있다. ⓒ 소중한


놀라운 것은 정규 수업을 전폐하고 진행하는 요리 수업에 대한 학부모 호응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지난 14일 덴마크 가스베악스 바이은스 스콜레(Gasvaers vejens skole)를 방문, 마키아느 리세이어 한슨 (Makianne Risager Hansen, 여, 60세) 교장에게 학교에 대한 소개를 받는 중 알게 됐다.

그는 "덴마크 아이들은 보통 도시락을 싸오는데, 우린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 등을 기르기 위해 학교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공동체 정신과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 학생들이 음식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한다"라고 말했다. 요리사와 함께 직접 아이들이 요리를 한다는 것. 이어 그는 "학부모들이 이 같은 요리 수업에 적극 찬성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이 요리하는 모습은 식당을 수리하고 있어서 직접 볼 수 없었다. 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모습은 20일 오전 외레스타드 스콜레 (Ørestad Skore) 에서 볼 수 있었다. 두 학교 모두 공립학교다. 공립학교는 우리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으로 총 9학년으로 이루어졌다.

두 학교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한 '2015 덴마크 견학여행 꿈틀 비행기 2호(아래 꿈틀 2호)'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꿈틀 2호는 지난 13일 덴마크로 출발해서 22일 한국에 돌아왔다. 탑승객은 스태프(Staff) 5명을 포함 총 22명이다.

오늘 식재료는...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4학년 이사벨라(Isabella, 앞쪽)·시실(Cecilie)양 이날 식재료인 생선을 들어보이고 있다. ⓒ 소중한


감자도 직접 '싹둑'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4학년 레비(Rabie앞쪽)·알칸(Alkan)군이 진지한 표정으로 직접 감자를 썰고 있다. ⓒ 소중한


"수학·영어만큼 재미있지만, 축구·수영만큼은 아냐"

외레스타드 스콜레 식당은 무척 깔끔했다. 검정 앞치마를 두르고 숟가락과 포크를 정리하던 아이들에게 '하이' 하며 손을 흔들자 "하이"하며 눈웃음을 쳤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자 아이들은 망설이는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도 아니고 생김새도 다르건만 아이들 눈에서 경계심 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

이날 만난 아이들은 4~5학년이다. 이 학교는 4~5학년만 음식을 직접 만들고 6~7학년은 이론만 배운다. 요리사를 도와 전교생 500여 명 분의 음식을 직접 만들고 있다. 요리 실습이 아닌 '실전 요리'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꼬리를 물듯 계속되는 질문에 귀찮은 기색 없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모두 스스로 원해서 음식을 만들고 있고 수학 영어만큼이나 요리가 재미있다고 했다. 특히 자기가 만든 음식을 교사와 학생이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지금 배운 게 커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나 수영 같은 취미보다는 재미없다고 말했다.

요리 수업에 대한 학부모 호응이 높다는 것을 아이들 답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요리하는 것을 부모님도 좋아하느냐?'고 묻자 한 아이는 "아빠가 요리사라 무척 좋아한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한 아이는 "오늘 저녁 요리 당번"이라고, 한 아이는 "언니하고 함께 저녁을 만든다"고, 한 아이는 "엄마를 자주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요리하는 것을 부모가 좋아한다는 말이다.

"생선은 이렇게 생겼군요"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4학년 이사벨라(Isabella, 왼쪽)·시실(Cecilie)양 이날 식재료인 생선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학교 요리사 코니 비플링어(Connie Wipplinger·여·45)는 "좋은 재료를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학생들에게) 재료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 소중한


직접 그릇도 나르고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4학년 이사벨라(Isabell, 앞쪽)·시실(Cecilie)양이 직접 만든 요리를 담기 위해 그릇을 나르고 있다. ⓒ 소중한


형·누나가 만들어 준 음식 들고 조심히...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1학년 학생이 4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받아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다. ⓒ 소중한


요리한 생선을 조리실 입구에 전시... 쿡 찌르고 만져보고

조리실 입구에는 어른 팔 길이 정도의 큰 생선이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이날 요리 재료다. 오늘 무엇을 먹는지 알려주기 위해 전시해 놓은 것이다. 예닐곱 살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이 생선 주변에 번득였다. 손으로 쿡 찌르고 만져보기도 하다가 교사가 다가오자 작은 입술을 달싹여 무엇인가 물었다. 교사는 아이들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 교사 얼굴에서 짜증스런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조리실은 무척 깨끗했다.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한 조리사가 "(난)잘 생겼다. (그래서) 사진도 잘 나올 것"이라며 시원하게 허락했다. 아이들이 칼을 들고 감자를 자르고 있는데 손놀림이 꽤 익숙했다. 일하는 도중 조리사에게 무엇인가 물으면 조리사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조리사 5명과 어린이 5명이 500여 명 분의 음식을 만드는데도 전혀 바빠 보이지 않았다.

이 학교 요리사 코니 비플링어 (Connie Wipplinger, 여, 45세)는 그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그는 "음식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므로 '이 생선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서 잡은 것인지 아니?"라고 물으며 아이들과 음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난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건강해지길 바란다. 요즘 같은 패스트푸드시대에, 좋은 재료를 써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게 참으로 중요하다.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능력을 길러주면 나중에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좋은 재료를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재료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한다. 아이들은 일하면서 책임감을 키운다. 또 자기들이 만든 음식을 교사와 학생이 먹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

"건강한 음식 만드는 능력, 중요하다"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요리사 코니 비플링어(Connie Wipplinger·여·45)씨는 "좋은 재료를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학생들에게) 재료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 소중한


듣고 보니 요리 교육을 하는 목적은 요리사를 양성하는 게 아닌, 건강한 시민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책임감을 키우고 성취감을 느끼게 할 목적도 있었다.

식당에서는 '스스로 정신'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은 우리 초등학교보다 더 혼란스러워 보였는데, 특이한 점은 예닐곱 살 아이가 물을 엎질러도 교사가 절대 대신 닦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아이가 물을 엎자 교사는 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알려 줄 뿐 직접 닦지는 않았다. 여유를 주어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다. 그 아이는 그날 물걸레를 꽉 짜서 물기를 뺀 다음에 물을 닦아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을 것이다.

'만져 볼까, 말까?' 식당 앞에 놓여 있는 생선을 저학년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맛있어요 '냠냠'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2학년 학생이 4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먹으며 웃고 있다. ⓒ 소중한


"오늘 요리 맛있어요" 20일 외레스타드 스콜레에서 만난 2학년 학생이 4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먹으며 웃고 있다. ⓒ 소중한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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