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5.22 16:37최종 업데이트 17.06.07 10:28
지난 1일, 제1기 '오마이뉴스 꿈틀 비행기'가 떴다. 행복 사회 덴마크를 돌아보며 행복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 우리 안에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스태프를 포함한 32명의 참가자들은 인생 학교와 교육 단체, 덴마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의 흔적 등을 돌아봤다. 첫 번째 '꿈틀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행운이다. 그 행운의 단편을 나누고자 한다. - 기자말

코펜하겐 자자체 아동교육센터 지자체 아동교육센터 건물 입구에 설치된 작품을 통해 이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알 수 있다. ⓒ 김민수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장애 아동 주거집 '스베네 집'( Døgninstitutionen Svanehuset) 이 있다.

이곳은 도심 한 가운데, 주택가에 여느 건물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스베네의 집은 1998년 코펜하겐에 사는 장애인 부모들의 요구로 개원했으며, 100년이 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 물론 덴마크는 1950년대부터 장애인을 위한 교육 방법을 연구했으며, 현재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모두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행복 사회 덴마크에서는 장애인도 행복할까? 정말, 그들이 말하는 대로 일반인의 장애인 차별은 없는 것일까?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삶은 어떨까? 꿈틀 비행기 탑승자들이'스베네 집'을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모두 외부행사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원장 니나 팔레(Nina Palle)와 교사의 안내로 장애 아동들의 방과, 휴게실, 화장실 등을 두루 둘러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교사들이 아무리 행복하다고 설명을 해도, 장애 아동들이 아무리 천진난만한 웃음을 띤다해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는 삶을 살아오다 보니 주변에서 겪지 않아도 좋을 일까지도 거반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주변엔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가는 장애인 자녀를 둔 이도 있고, 얼마 전에는 장애인 자녀의 장례를 치르고서야 '슬프지만 비로소 홀가분해졌다'던 사촌 누님도 있다. 85세가 넘은 권사님 한 분은 본인이 돌아가시면 장애를 가진 딸은 어떻게 사나 싶어 늘 걱정이시다. 그 분의 기도 제목은 '딸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게 해주십시오'지만, 그 기도의 응답은 요원하다. 

이런 개인적인 일들뿐 아니라, 서울 광화문역 지하에서는 장애인들이 몇 년째 짓밟히고 있는 그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서명 운동도 진행 중이다. 가족 중 장애인이 있으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은 물론 사회적인 차별까지 고스란히 함께 겪을 가능성이 크다.

'비용'이 아닌 '인간'을 위한 장애인 정책

스베네 집 100년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다. 지붕의 유리창문은 장애아동들의 방에 자연채광을 하기 위한 것들이다. ⓒ 김민수


자연광이 들어오는 방 장애아동 한 명당 방을 하나씩 사용하고 있다. 장애의 특성에 따라 방의 구조도 다르다. ⓒ 김민수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도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마도 이런 까닭 때문에 그들을 대면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기적 같은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 감동 뒤에도 늘 아픈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스베네집은 0~18세를 거주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방문했을 당시는 6~22세까지 24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니나 팔레 원장이 설명했다. 스베네 집의 목적은 장애인이 정상인과 같은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장애인은 부모들이 원해서 입소하지만, 부모가 능력이 없거나 장애 아동을 키울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입소할 때도 있다고 했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나라지만, 장애인(타인에 대한 것도 동일)에 대한 인권 침해가 우려되면 부모라도 약자를 위해 격리하는 것이다. 장애 아동들은 이곳에 입소하는 동안은 물론, 18세가 되어 독립하게 되면 거주비와 생활비 등이 사회 보험을 통해 전액 지원 받는다. 물론 18세가 돼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으면 이곳에서 더 생활할 수도 있다.

스베네집 원장과 교사 스베네 집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원장 니나 팔레(왼쪽)과 교사, 니나 팔레는 자신의 자녀도 청각장애가 있으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 김민수


안전 펜스가 처진 베란다 낡이 맑은 날이면 학생들이 나와 볕을 쬐며 휴식하는 공간이다. ⓒ 김민수


덴마크의 장애인에 대한 기본 정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비용 대신 한 개체의 인간을 위한 것으로 본다. 그들도 육체적 장애를 갖지 않은 이들과 동등하며, 단지 그들의 육체가 불편하다고 해서, 그 불편함 때문에 어떤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등의 정신, 그것은 덴마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의 정신 중 하나다.

이런 사회적인 시스템과 문화가 바탕이 됐기에 덴마크에서는 장애인뿐 아니라 입양아들도 가정과 학교, 이웃에서도 거의 차별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덴마크의 입양법은 상당히 까다로워 상당한 재력이나 사회적인 입지를 가진 이들 중에서도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고 했다.

"시설이 들어오는 걸 왜 반대 하죠?"

그룬트비 동상 그룬트비 센터(포럼)에 있는 그룬트비 동상, 그룬트비는 덴마크의 아버지라 불린다. ⓒ 김민수


일단, 입양이 되면 국가가 양육비를 보조하는 것은 물론, 교육은 대학까지 무상이며, 심지어 대학에 다닐 때는 매달 학교에서 일정 금액을 받는다. 장애인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정책들이 잘 제도화돼 있어서 덴마크에는 장애 아동 입양도 많다고 했다. 장애 아동의 부모가 된다는 것, 가족 중 장애인이 있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보면서, 육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어찌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바라봄이 차별이 아닌 '다름'의 관점이라면, 지켜보는 이나 장애를 가진 이나 더불어 삶,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학생 24명에 교사 75명. 맨 처음 니나 팔레 원장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학생 75명에 교사 24명을 잘못 들은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의 감동. 우리 사회도 시스템만 잘 만들어진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캠페인 등을 통해 그들도 단지 육체가 불편한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다양한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욕실 상당히 넓은 장애아동을 위한 욕실엔 각종 안전 장치들도 되어 있었다. ⓒ 김민수


장애인 복지에 대한 것은 물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갖는 것은 우리 사회가 행복 사회로 한 단계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작은 움직임을 통해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 중 1998년 코펜하겐의 장애 아동 부모들의 요구에 의해 100년 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식 사고에 익숙한 나는 상당히 무식한 질문을 하고 말았다. "이곳에 이런 시설이 들어올 때 주위에 반대는 없었는지?"라는 질문, 그에 대해 "왜 반대를 하죠?"하는 단답형 대답이 돌아왔다. 그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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