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5.18 15:14최종 업데이트 17.06.07 10:27
지난 1일, 제1기 '오마이뉴스 꿈틀 비행기'가 떴다. 행복 사회 덴마크를 돌아보며 행복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 우리 안에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스태프를 포함한 32명의 참가자들은 인생 학교와 교육 단체, 덴마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의 흔적 등을 돌아봤다. 첫 번째 '꿈틀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행운이다. 그 행운의 단편을 나누고자 한다. - 기자말

어떤 졸업식 우리 나라는 획일화된 교복처럼 획일화된 교육 체제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저렇게 맑은 청춘들인데,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실패자가 된다. ⓒ 김민수


우리 집에는 대학 재학 중인 딸 둘과 고등학교 2학년 막내가 있다. 그중에서 고등학생인 막내는 스포츠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지난 13일에는 반 대항축구 시합이 열린다면서 아침부터 작은 눈에 렌즈를 끼느라 야단법석이다. 공부하는 데 저렇게 열정적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날 오후, 아들로부터 승전보가 카톡으로 날아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가 공격수였는데, 상대 선수 중 하나가 "축구도 못하는 게 공격수"라고 했다며 분해했다. 그런데 아내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너 누가 공부 못한다고 하면 그렇게 열 받지 않니?"
"왜?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좀 못해도 된다며?"
"네가 좋아하는데 못한다고 하니까 화가 났지?"
"그럼. 공부는 내가 싫어하는 거니까 좀 못해도 기분이 안 나쁜데 축구는 아니야."

모자간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덴마크의 '샐소룬 애프터스쿨'(스포츠 학교, Sportsefterskolen Sjælsølund S/E/S)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중요한 것


셀소룬 에프터스쿨(스포츠학교) 지난 5월 5일, 스포츠학교를 견학하기 위해 꿈틀 비행기 탑승객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 김민수


덴마크의 애프터스쿨은 다양하다. 그중 스포츠학교는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 지원한다. 학생들을 선발할 때 중요한 점은 이들이 스포츠를 '잘하는지'보다 '얼마나 좋아하는지'다. 그리고 스포츠학교를 지원한 학생 중에는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진학하는 학생보다는 1년간 스포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스포츠도 즐기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샐소룬 애프터스쿨의학장피터 부른 옙슨(Peter Bruhn Jepsen)은 스포츠학교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여행'을 꼽았다. 스포츠학교의 목적은 프로선수를 양성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사람됨을 갖추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한 동기 부여를 위해 학생들과 1년에 4개국 정도를 방문한다고 한다.

해외여행이 많아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학생들은 공교육 7년보다 이곳에서의 1년이 더 좋다고 평가한단다.

스포츠학교 학생들 그늘진 구석이 없는 학생들, 단지 외부 손님들 때문에 짓는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었다. ⓒ 김민수


댄스스포츠가 좋아서 이 학교에 들어온 학생도 있었고, 운동은 잘 못하지만 스포츠를 좋아해 이곳에 온 친구도 있었다. 스포츠학교라지만, 스포츠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자기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됨을 갖추게 하는 데 있단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학교에서 숙식하면서 수업시간 외에도 인생 상담을 하는데, 이것이 애프터스쿨만의 장점이라고.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의 인생설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댄스스포츠가 좋아서 이곳을 선택했다는 한 여학생은 현재 댄스스포츠 선수가 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자신보다 타고난 재능이 많은 학생도 많으며, 좋아하는 것만으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단지, 지금 댄스스포츠가 자신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1년 동안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만약 그 기간 동안 자신이 좋아할 뿐 아니라 재능도 있다고 판단되면 댄스스포츠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할 수도 있단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옆을 볼 자유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15~16세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한국의 아이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입시 경쟁의 '정글'로 진입해 오로지 시험 성적에 목을 매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공부'가 아니라면, 다 포기해야만 한다.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치에 불과하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부모를 불행하게 하는 교육

수능시험장 그 어느 해의 수능시험장, 우리의 교육은 '선배님 샤프에 신이 들려야' 일류대학에 갈 수 있는 형편이다. ⓒ 김민수


그뿐 아니라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이미 자신을 실패자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첫 번째 시험을 보고 인생의 좌절을 운운하는 학생도 있다. 그 기준은 단연 '시험 점수'다.

대학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의 대학을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인생 서열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게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가 아닌 것은 아무리 잘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시스템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학부모를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소위 '학벌'은 한 개인의 운명뿐 아니라, 한 집안의 운명을 좌우하는 기제가 됐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이 있었기에, 아무리 가난해도 '공부만 잘하면' 뭔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의 학부모들은 그것을 불변의 진리로 생각한다. 자본의 규모에 따라 공부 서열이 정해지는 시대임에도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학부모들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로 족쇄를 채워가며 아이들을 시험 보는 기계로 만들어버린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덴마크의 애프터스쿨과 같은 형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산학교나 풀무학교 등 선진적인 학교들이 있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 속에서 백년대계 교육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1980년대 후반부터 제도교육의 문제점을 간파한 이들을 중심으로 대안학교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전교조가 탄생하면서 '참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시행착오 속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대안학교도 있고, 다시금 입시제도 형태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소위 '인기 대안학교'도 있다.

현재 한국교육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다양한 교육운동이나 대안학교 운동도 제도교육의 한계에 편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문제는 향후 대안학교나 인생학교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부모의 조바심... 한국이나 덴마크랑 비슷하구나

스포츠학교의 학생들 15-16세의 학생들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기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할 줄 알았다. 한 두 명이 아니라 누구든지, 믿겨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 김민수


그렇다면 덴마크 애프터스쿨은 완벽한 지상천국의 모양새일까.

아마도 학생들에겐 그렇게 느껴질 것 같았다. 샐소룬 애프터스툴의 학장은 "학생들의 문제는 거의 없는데 부모가 문제인 경우는 간혹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을 "부모의 조바심"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는 학교에서 잘 생활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걱정해서 생기는 문제란다.

그 부문에 있어서는 한국의 부모와 덴마크의 부모들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부모들의 자녀사랑법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만약, 한국에 이런 형태의 스포츠학교(애프터스쿨)가 있고, 그곳에 1년을 다니다 고등학교에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교육시스템이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음악을 좋아하던 첫째에게는 음악 관련 애프터스쿨을 다니게 했을 것이고, 사진을 좋아하던 둘째에게는 디자인·예술 관련 애프터스쿨에 입학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막내는 당연하게 스포츠학교에 입학시켰을 게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을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꽃 피는 시기에 마음껏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더 성숙한 아이들이 됐을 것이다. 그냥, 이런 잔인한 교육체제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자라준 게 고마울 뿐이다.

스포츠학교 학생들과 축구시합을 하기 전에 몸을 풀고 있는 꿈틀 비행기 탑승객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고, 승부차기에서 학생들의 승리를 했다. ⓒ 김민수


그래서 포기할 것인가?

아니, 여기저기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움직임들이 꿈틀거린다. 다양한 교육운동이 이젠 공적인 시스템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또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강화도 오마이스쿨에 인생학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이런 다양한 움직임들이 결집한다면 지금 우리의 아이들을 옥죄고 있는 파행적 제도교육의 시스템을 흔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흔들림의 시작은 교육혁명의 시작이 될 것이며,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들까지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꿈, 우리의 아이들도 덴마크 아이들처럼 마음껏 옆을 볼 자유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일, 그것이 지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관련기사]

① 덴마크서 본 한국 교회, 행복할 수 있을까
② 21단짜리 고급 자전거가 부끄러워지는 나라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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