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5 19:16최종 업데이트 22.04.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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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의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을 앞두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 ⓒ 이희훈

 
[검증대상] "장애인 시설 만족해 탈시설 반대 많다" 이준석 주장

지난 13일 오후, JTBC '썰전 라이브'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출연해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을 놓고 1대 1 토론을 벌였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전장연을 비롯해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요구하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대해 "(장애인 전수조사에서) 탈시설을 하고 싶다는 분이 33% 정도고 그렇지 않다가 59%"라며 탈시설을 원하지 않는 장애인이 많은 이유가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이 대표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따져 봤다. 

[검증내용] 인권위 조사에선 '퇴소 의사' 42.6%로 가장 높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박경석  : "탈시설이라는 건요. 지역사회의 예산이 들어가는 거죠. 특히, 소위 이야기하면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에 비해서는 예산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죠. 활동 보조, 그리고 또 24시간 지원 이런 거는 시설에 있다는 건 (중략) 결국에는 비용 문제예요."

이준석  : "근데 목표가 비용 절감인 게 아닙니다. 이거는 아까 말했듯이 이분들의 만족도가 오히려 시설에 있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서 발간한 '인권교육 기본용어'를 보면 '탈시설'은 장애인들이 시설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생활 방식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비준하고 2008년 5월 3일 발효된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9조는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격리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이를 위해 협약 당사국은 장애인이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하도록 강요받지 않고 활동보조를 포함해 가정 내 지원 서비스, 주거 지원 서비스 및 그 밖의 지역사회 지원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21년 8월 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준석 대표 주장의 근거는 당시 정부에서 함께 발표한 '2020년 거주시설 전수조사 주요 결과' 자료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020년 9월 7일부터 약 5개월간 시설 장애인 2만4214명, 시설종사자 3002명을 대상으로 대면·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는데, 의사소통(본인응답)이 가능한 6035명(전체의 28.5%) 가운데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는 응답은 33.5%,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59.2%였다.
 

2021년 8월 2일 배포된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보도자료 [붙임 5] 2020년 거주시설 전수조사 주요결과 중 탈시설 욕구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시설 거주 희망 사유에 관한 부분(복수응답) ⓒ 정부

 
'시설에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의 시설 거주 희망 사유(복수응답)는 '이곳에 사는 것이 좋아서'가 69.5%로 가장 많았지만,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라서'(21.9%), '경제적 자립 자신없음'(14.7%), '가족이 이곳에 있기를 원해서'(9.7%), '함께 살 가족이 없거나 찾을 수 없을 거 같아서'(4.8%) 등과 같이 탈시설 이후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59% 응답자들이 모두 현재 시설에서 만족해서 남으려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인권위 실태조사에선 '퇴소 의사 있다' 42.6% vs. '없다' 39.0%

인권위도 지난 2019년 8월 22일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문에서 "인권위가 2017년에 실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략) 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인의 42.6%는 '시설에서 나가 살고 싶다'고 응답('퇴소 의사 없다' 39.0%, '모르겠다' 6.2%, '응답 불가' 11.4%)하였지만, 25.9%의 응답자는 퇴소 의사를 표시해도 '퇴소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28.6%의 응답자는 '시설장'이, 25.2%의 응답자는 '가족'이 퇴소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퇴소 가능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인도 1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중 <표 III-86> 거주인의 시설 퇴소 의사 유무 ⓒ 국가인권위원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중 <표 III-86> 거주인의 퇴소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 ⓒ 국가인권위원회

 
당시 인권위는 "장애인은 지역사회와 분리된 거주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될 수는 있으나 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주시설에 입소하여 집단화된 거주환경 속에서 개인의 의사와 욕구가 제한되고, 사생활을 통제받아 왔으며, 인간발달의 기회나 개개인의 삶의 질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거주 시설은 구조적으로 인권침해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 전수조사) 데이터가 나온 배경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장애인이 탈시설 했을 때) 어떻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현재 조건에서 통제된 거주시설이 아니라 자유로운 지역사회로 나가는 걸 선택할 수 없고, 먹고사는 모든 것에 대해서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을 때 그건 (시설 장애인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인권위 조사에 모두 참여했던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1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이 시설에 만족해 하지 않는 건 맞지만,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꼭 시설에 만족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설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59%) 가운데 '이곳에 사는 게 좋아서'라고 한 사람이 69% 정도인데 이는 전체로 따지면 41% 정도"라면서 "나갈 여건이 안 돼서 시설에 있겠다는 거지, 시설에 만족해서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박경석 "처음에는 탈시설 두려워해"... 이준석 "충분한 환경부터 마련해야"

박경석 대표도 지난 13일 토론에서 "(미국 펜허스트 종단연구에서) 처음에 (1979년 탈시설) 들어갈 때는 (펜허스트 시설 장애인) 부모들이 너무 두려워해서 90%가 반대해 결사항전했다"면서도 "탈시설이 한 10년 이상 진행돼 거기서 나온 사람들을 찾아서 연구하니까 70% 이상이 (탈시설 후 행복해졌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 당시 "(시설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낮아서 지금 이렇게 나온 것이고, 전수조사니까 이건 신빙성 있는 데이터"라면서 "제 입장은 그것(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서 충분한 환경이 마련돼 탈시설에 대한 여론이 장애인에게까지 좋아지면 그것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장애인 시설 만족해 탈시설 반대 많다"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

2020년 정부의 거주시설 전수조사 결과만 보면, 시설을 떠나지 않겠다는 응답이 탈시설을 원한다는 응답보다 많았던 건 사실이다. 또한 탈시설을 원치 않는 응답자 가운데 '시설에 있는 게 좋아서'라는 응답(복수응답)도 70% 정도였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탈시설에 반대하는 이유가 시설에 만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준석 대표 주장은 '시설에서 나가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응답자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실제 2017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는 "시설 퇴소 의사가 있다"는 응답이 '없다'는 응답보다 좀 더 많았다. 따라서 "장애인 시설에 만족해 탈시설 반대 많다"는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절반의 사실)'으로 판정한다.

"탈시설 원치않는 장애인이 더 많은 건 시설에 만족해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사실 반 거짓 반
  • 주장일
    2022.04.13
  • 출처
    4월 13일 JTBC '썰전 라이브' 장애인이동권 토론출처링크
  • 근거자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 기본용어(개정증보)자료링크 UN,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자료링크 정부, 2020년 거주시설 전수조사 주요결과(2021.8.12)자료링크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문(2019.8.22)자료링크 국가인권위원회,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2017.11.30)자료링크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2.4.14)자료링크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2.4.15)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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