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26 23:06최종 업데이트 21.12.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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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검증대상] 이재명 "산부인과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입니다. 여전히 여성 건강과 질환을 부인병으로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여성 청소년과 미혼 여성의 병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2일 '소확행 공약' 11번째로 "의료법을 개정해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혼(비혼)여성이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임신 출산 등 기혼여성을 위한 병원이라는 선입견이 큰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산부인과 의사들도 이같은 이유로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의료계 내부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산부인과 명칭이 여성을 부인으로 부르던 '일제 잔재'라는 이 후보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부인, 결혼한 여성? 성인 여성? 

'산부인과(産婦人科, obstetrics and gynecology)'는 임신과 출산을 다루는 '산과(産科, obstetrics)'와, 여성 생식기 질병을 다루는 '부인과(婦人科, gynecology)'를 합친 진료 과목이다. 영문인 'gynecology'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부인과'보다는 '여성의학과'에 더 가깝지만, 일본은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에 서양의학을 들여오면서 이를 '부인과'로 번역했다.

<여성신문>은 지난 2016년 2월 15일 기사(일제강점기에 만든 명칭 '산부인과' 왜 아직까지?)에서 "산부인과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여성이 아닌 '부인'이란 단어를 사용해 명칭을 만든 것이고 지금까지 고착화된 것이라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산부인과 ⓒ flickr

 
실제 우리나라에선 '며느리 부(婦)'자가 들어간 '부인(婦人)'을 '결혼한 여성'이란 의미로 쓰고 있지만, 일본에선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성인) 여성'이란 의미로 쓰였다. 일본에서는 '여성복'을 '부인복(婦人服)', '여성경찰'을 '부인경관(婦人警官)'을 줄인 '부경(婦警)'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부인'이란 단어가 성차별적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 총무성도 지난 2006년 산부인과라는 명칭에 임신이나 성병 같은 이미지가 있어 청소년이나 비혼 여성이 방문을 꺼린다면서 '여성진료과' 등 다른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후생노동성에 요청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지난 2008년 4월 진료과목 표시 방법을 폭넓게 허용했고, 현재 도쿄의과대학 부속병원 등 주요 종합병원에서는 '산부인과'를 '산과·여성진료과' 등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일본의사회, '진료과명 표시 방법이 크게 바뀝니다!' 2008.3.25 ).

국내 산부인과 의사들도 지난 2004년과 2012년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진료 영역이 겹치는 일부 의사 단체들 반대로 계속 무산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2012년 9월 15일부터 29일까지 산부인과 전문의 650명 대상 설문 조사 결과 85%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고, '여성건강의학과'(27%)보다는 '여성의학과'(58%)를 선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1월에는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변경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만여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2명도 지난해 7월 의료법(제3조의3 종합병원 요건)에 규정한 진료과목 명칭인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당시 "산부인과라는 명칭이 임신 또는 출산에 한정된 진료과목으로 인식될 수 있어 청소년이나 미혼 여성이 이용하기에 심리적 부담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하여, 실제 진료내용을 보다 적절히 반영하고,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부담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14년 연구 보고서(가임기 여성 임신 전 출산 건강 관리지원 방안 연구)에서 "'산부인과는 임신과 출산을 위해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미혼여성들의 산부인과 이용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한다"고 밝혔다. 실제 여성 청소년(708명 대상조사) 가운데 64.4%, 성인 미혼여성(1314명) 51.1%는 "내가 산부인과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전문가 의견] "일본 영향 사실... 그러나 부인 '가임기 여성' 의미로도 사용" 

전문가들은 '산부인과'란 명칭이 성인 여성을 결혼 여부와 상관 없이 '부인'으로 불렀던 일본 영향을 받긴 했지만,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성인 여성도 '부인'으로 불렀다는 의견도 있다.

박진경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일제 강점기에 '부인'은 '가임기 여성'을 뜻했고, 당시 우리나라 여성들은 거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이전에 일찍 결혼했기 때문에 통칭해서 '부인'으로 부르기도 했다"면서 "당시 여성 생식기 관련 질환을 '부인병', 이를 다루는 곳을 '부인과'나 '부인병원'으로 부른 것도 그런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이지, '여성'을 '부인'으로 부른 게 여성 차별적 요소가 있었다거나 '일제 잔재'로만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22일 "산부인과 명칭이 일제 잔재라는 건 조금은 생소한 주장"이라면서 "'산부인과'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결혼한 여자의 출산을 진료하는 과'가 돼 (여성 건강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는) 실제 진료와는 다른 축소된 의미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24일 "산부인과란 명칭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번역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논의 없이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면 환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명칭을 변경할 경우 산부인과 관련 단체나 학회 등은 물론 여성 비뇨기과나 유방 외과 등 여성 관련 질환을 진료하는 다른 산하 단체들과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검증결과] "산부인과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

산부인과란 명칭이 여성을 부인으로 부르던 일본 영향을 받았고, 지금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는 건 사실이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는 여성의 결혼 연령이 지금보다 낮아 가임기 여성은 대부분 기혼자였고, 우리나라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성인 여성을 '부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런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여성'을 '부인'으로 부른 게 반드시 '일제 잔재'라고 볼 수는 없다.

이에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라는 이재명 후보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으로 판정한다.


"산부인과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사실 반 거짓 반
  • 주장일
    2021.11.22
  • 출처
    본인 페이스북출처링크
  • 근거자료
    여성신문 보도, ‘일제강점기에 만든 명칭 ‘산부인과’ 왜 아직까지?‘(2016.2.15)자료링크 일본의사회, ‘진료과명의 표방 방법이 크게 바뀝니다!’(2008.3.25)자료링크 대한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학회, 전문과목 ‘여성의학과’로 변경 추진‘(2012.11.15)자료링크 청와대 국민청원,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명칭변경하라"(2019년 11월)자료링크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2020.7.24)자료링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가임기 여성 임신 전 출산 건강 관리지원 방안 연구'(2014.12.31)자료링크 박진경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1.11.22)자료링크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간선제) 회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1.11.22)자료링크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오마이뉴스 인터뷰(2021.12.24)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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