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1 07:20최종 업데이트 21.07.0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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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합니다.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합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입니다.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입니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1시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 열린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더 강조하는 그의 주장은 과거 역사 교과서 논쟁을 일으켰던 뉴라이트 세력과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 주장과 일치한다. (관련 기사: '보수본색' 드러낸 윤석열... "전직 대통령 구금 안타깝다" http://omn.kr/1u7n5)

과연 현 정부가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이를 토대로 지금 정부가 "진짜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전제(정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따져봤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 뉴라이트 주장 반복
  
우리 헌법의 근간을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로 보는 관점은 2000년대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에서 비롯했다. 이들 주장은 지난 2011년과 2013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역사교과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현 정부에서 '자유' 빼기 논쟁이 벌어진 것도 지난 2018년 6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애초 그동안 혼용했던 '자유민주주의'를 빼고 '민주주의'만 쓰기로 했지만, 야당과 보수 언론이 반발하자 결국 헌법에 나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초중고 역사 교육과정에서 쓰던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던 것을 다시 바로잡는 과정이었다.

2018년 당시 교육부 조사에서도 미국, 영국, 일본 등 민주주의지수 상위 국가들도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민주주의' 외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고,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역사 사회 교과서에 한국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표기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관련 기사: "미·영·일 역사교과서에도 '자유민주주의'는 없었다" http://omn.kr/s23u)

이에 앞서 대통령 발의 헌법 개정안도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헌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헌법 전문에 있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을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 실현'으로,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는 논의 과정에서 철회됐고 최종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진영은 '자유민주주의'를 '인민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와 대립으로 내세우는 한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규정을 근거로 우리 헌법 이념도 '자유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학자 견해는 다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자유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서로 다른 개념인 것처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규정도 지난 1972년 박정희 유신 독재를 분식하려고 독일 헌법에서 가져다 쓴 것이고, 애초 제헌 헌법에는 '민주주의 제 제도를 수립하여'라고 돼 있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인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를 뜻하는 것으로 혼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역사 교과서 논쟁 당시에도 뉴라이트 인사들이 참여한 한국현대사학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규정을 근거로 헌법 이념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 방침에 맞섰던 역사교육과정개발정책연구위원회 등은 헌법 제1조를 근거로 대한민국 이념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라고 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도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뜻하는 것이지, 좁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지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한국의 헌법 이념: 헌법 전문 개정의 쟁점을 중심으로, 2019 <인간․환경․미래>)

"진짜 민주주의 아닌 독재"... 한국은 '완전한 민주국가' 분류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전 세계 167개국 중 23위를 기록하면서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에 포함됐다. 언론자유지수도 2018년 현 정부 들어 43위로 올랐고, 2021년에는 42위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는 주장을 토대로 현 정부를 권위주의 정부로 규정할 수 있을까?

김선택 교수는 "헝가리나 폴란드 같이 일부 동구권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당선한 국가수반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해 '비자유적 민주주의'라는 국가 개념을 쓰고 있지만, 한국 정부를 그런 국가나 독재국가인 북한과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은 언론자유지수도 높고, 민주주의 성숙도에 대한 국제 평가에서도 한국을 아시아에선 일본, 타이완과 함께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 2월 발표한 '2020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20)'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8.01점을 받아 167개국 가운데 23위를 기록해 5년 만에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에 포함됐다. 반면 미국, 프랑스 등은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최하위를 기록한 북한은 '권위주의 체제 국가'로 분류됐다.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도 한국은 지난 2016년 180개국 가운데 70위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2018년 현 정부 들어 43위로 올랐고, 2021년에도 42위를 기록했다.

다만 그는 "현 정부가 자유가 빠진 독재 정부라는 윤석열 주장은 지나친 과장이지만, 그런 비판이 나온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현 정부가 검찰개혁, 사법개혁, 권력분립 등 개혁을 제대로 진행했는지, 그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직시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빼내려 한다"는 주장은 '거짓'

"(이 정권이)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는 윤석열 전 총장 주장이 성립하려면, 먼저 대한민국 헌법 근간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일부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은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규정이 근거라고 주장하지만, 역사학계와 헌법학자들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또한 보수 진영에서는 현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도 사회 교과서 등에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거의 쓰지 않고 있는 점, '민주주의'에 이미 '자유'란 개념도 포함된 걸 감안하면 근거로 삼기 어렵다. 이에 윤석열 전 총장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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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이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1.06.29
  • 출처
    대선출마 기자회견출처링크
  • 근거자료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자료링크 <오마이뉴스> 2018년 보도 "미·영·일 역사교과서에도 '자유민주주의'는 없었다"자료링크 문지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한국의 헌법 이념: 헌법 전문 개정의 쟁점을 중심으로, 2019 <인간 환경 미래>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2020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20)'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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