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단 복원에 딴지 걸지 마라

조한혜정 씨의 한겨레신문 칼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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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koya26)등록 2014.12.19 16:31
"이 터(사직단)에는 이렇게 '백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그런 근대 역사의 흔적을 지우고 왕조적 발상으로 사직단을 복원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지한 일이다. 중앙집권적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민족주의 부흥의 제단을 복원하기에 앞서, 사직단의 본래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식량 위기에 처한 국가를 살리는 대책부터 세워야 하지 않을까?" 

아는 지인이 카톡으로 2014년 12월 16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조한혜정 씨의 "사직단은 누가 왜 복원하려는 걸까? "를 찍어 보냈다. 멋모르는 사람들은 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하트모양의 이모티콘을 날리고 있다. 찬찬히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어? 이건 아닌데 싶어 몇 자 적는다.

사직단 종묘사직을 대변하던 사직단, 헐리고 축소되어 초라한 모습이다 ⓒ 이윤옥


사직대제 오늘날 "사직대제"를 지내는 것을 단순히 예산만 잡아 먹는 쇼맨십으로 보면 안된다. ⓒ 이윤옥


조한혜정 씨는 한겨레신문의 칼럼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사직단 복원 건으로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올해 4월 '사직단 복원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은 "역사성과 민족정기 회복을 위하여 일제에 의해 영역이 축소되고 훼손된 사직단의 복원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는 원형을 복원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겠다고 하고, 문화재청은 사직단을 조선 시대 기준으로 돌려놓는 대대적인 복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 한다. 6차 지방선거에서 사직단 복원 공약이 나오고, 수원 화성에서는 사직단을 복원하고 근처에 한옥타운을 조성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민족주의를 내세운 토건사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민족주의를 내세운 토건사업"이라는 말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많이 배운 학자의 말에서 나온 말이라니 더욱 씁쓸하다. 그렇게 말하는 이면에는 "왕조시대의 유산을 복원한답시고 고아원과 초등학교와 도서관이 있던 근대건축물을 파괴하면 쓰겠는가?"라는 말이 도사리고 있어 더욱 듣기 거북하다.

한마디로 조한혜정 씨의 컬럼의 요점은 "왕조시대의 유산 복원이냐? 일제 때 파괴하고 그 자리에 들어선 건물을 기념하자는 것인가? "라는 문제를 짚고 가자는 것이다.

이 문제에 앞서 조한혜정 씨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한나라의 궁궐인 창경궁을 훼손하고 동물들의 똥오줌 냄새를 풍기는 창경원도 근대 건축물이니 지켜야한다고 할텐가? 그의 논리대로라면 변변한 놀이 시설도 없던 시절 단란한 가족끼리 창경원 나들이 하던 곳이야말로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동물들의 똥냄새와 밤 벚꽃 놀이로 난리 법석을 피우던 창경원은 과천으로 이사 보냈다.

창경원 창경궁을 헐어내고 사쿠라(벚꽃)을 심고 동물똥 냄새 풍기는 동물원을 만들어 시민의 명소(?)로 만든 일제. 1925년 4월 25일 동아일보 "봄마즌 창경원, 금일부터 불야성" ⓒ 이윤옥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궁궐 복원"을 단순한 "건물 복원" 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직단도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1-28에 있는 사적 제121호 사직단(社稷壇)은 고종이 황제국가를 선포하면서 "태사(太社)와 태직(太稷)"으로 불렀던 곳이다. 이는 황제나라에서만 쓸 수 있는 것으로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의 당당함을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태사와 태직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격을 낮추려고 사직(社稷)으로 고쳤고 사직단을 훼손하여 사직공원화 해버렸다. 그것은 마치 창경궁을 훼손하여 동물원을 만든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훼손한 자리에는 조한혜정 씨가 말한대로 고아원이며 초등학교, 도서관 따위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조한혜정 씨는 말한다. 사직단에 쏟아 부을 돈이 있으면 사직신에 고사지내는 심정으로 위기에 찬 식량문제를 해결하라고 말이다. 그러나 사직단복원과 식량문제는 분명히 말하건대 별개의 문제다. 사직단 복원의 문제는 짓밟히고 구겨진 민족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일이며 뒤틀린 역사의 문제이므로 다른 예산에 앞서 배정해야한다고 본다. 생각이 있는 민족이라면 말이다. 그간 너무 늦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왕조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라는 것을 조한혜정 씨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직서의궤 복원의 자료가 될 사직서의궤(社稷署儀軌) ⓒ 이윤옥


정신이 제대로 박힌 민족이라면 아무리 근대학교니 고아원을 세울 곳이 없다고 해서 사직단을 훼손하고 그 자리에 그런 잡다한 건물을 세우지는 않는다. 적어도 우리 겨레의 심성은 그렇다. 그러하기에 지금 조한혜정 씨가 "사직단 자리에 들어선 근대 건물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시선"은 곱게 봐줄 수 없는 것이다. 문화유산의 깊은 근본의 역사를 되짚는다면 그렇게 감상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조한혜정 씨는 "1920년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경성도서관이 1968년에 옮겨왔으며, 1979년 국내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인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은 몇 번의 부침을 거쳤지만 그때마다 시민들, 특히 어머니들의 힘으로 지켜낸 유서 깊은 도서관이다" 라고 하면서 이러한 근대유산을 지켜낸 사람들이 어머니들이었음을 상기 시킨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 어머니들이란 아무것도 모르고 동물 구경을 하고 싶다고 따라나선 어린것들 손잡고 창경원에 데리고 간 어머니의 모습과 진배없다. 그러기에 더욱 슬프다. 그 어머니들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조한혜정 씨는 사직단 복원에 들어갈 돈이 있으면 위기에 처할 식량문제에 써야한다고 하지만 사직단 복원비용은 4대강이나 자원외교에 쏟아 부은 돈의 몇 백 아니 몇 천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라 돈을 몇 십조 원씩 쏟아 붓는 것에는 침묵하면서 푼돈 (어찌보면) 드는 사업을 트집 잡는 사람들은 이상하다. 근본을 잊고 돈타령하면서 자신들을 짓밟았던 승냥이들의 쓰레기문화 (근대건축 따위)를 기억해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그것은 식민지근대화론과 무엇이 다른가?

만일 일본에서 옛 황궁을 조선인이 파괴하고 그 자리에 근대건물(고아원, 도서관 ,학교 따위)을 지어 쓰다가 다시 옛 황궁을 복원해야한다고 하면 조한혜정 같은 학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직단 원경 일제에 의해 파괴되고 헐렸으며 주변은 공원되어 있는 사직단 전체 모습 ⓒ 이윤옥


덧붙이는 글 한국문화신문과 대자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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