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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진영에서 공격받는 TBS, 폐국만은 막아달라"

[인터뷰] 언론노조 TBS지부 송지연 위원장

등록 2024.05.09 15:08수정 2024.05.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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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임시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 노조원 등이 TBS 폐지 조례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팻말을 들고있다. ⓒ 손병관


서울시의회 임시회 마지막날인 5월 3일 오후 TBS(교통방송) 노조원 10여 명이 중구 태평로 의사당 앞에 모였다.

서울시가 요청한, 시의 TBS 예산 지원 3개월 연장안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시의회 의석의 67%를 장악한 국민의힘은 이날 조례안을 상정도 하지 않고 끝냈다. 이대로 임시회가 열리지 않으면 TBS는 폐국의 수순을 면할 길이 없어진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5월에는 임시회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TBS 사태 최대의 피해자는 250여 명에 달하는 TBS 직원들이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TBS 제2노조에 해당하는 언론노조 TBS 지부 송지연 위원장을 7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TBS는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직원이 최대 360명대였다가 작년 10월부터 희망퇴직 70명 포함해서 110명이 줄어서 지금은 256명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회사 상황이 워낙 어렵다보니 육아휴직이나 병가를 내신 분들도 30~40명 되고 210명 정도 인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상황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1년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다. 인건비가 지급돼도 제작비가 안 나오니 외부 진행자와 출연자를 쓸 수 없어 아나운서들이 음악 등을 내보내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

- 방송국 폐국까지 치닫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오세훈 시장이 김어준 등 일부 방송 진행자들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방송국 폐국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강택 대표 후임 대표이사를 뽑을 때도 서울시의회는 'TBS를 완전히 보수색으로 돌려놓겠다'고 공약한 인물을 선호했는데, 오 시장은 직원들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정태익 대표(3월 16일 사임)를 선호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때부터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불협화음이 표출된 셈이다.

최근까지도 오 시장은 TBS를 인수할 사업자가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지원 시한을 3개월 정도 연장해달라고 시의회에 요청했는데, 김현기 시의회 의장 등 국민의힘 분위기가 워낙 강경하다.

정권이 바뀐 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도 따져봐야 한다. TBS가 방송사업자 재허가를 받은 게 2020년인데, 당시 재허가 조건이 서울시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었다. 지금 서울시의 재정 지원이 끊어질 판국인데 정상적이라면 서울시에 '왜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냐'고 따져야할 상황 아닌가?"

- 지난해 말부터 TBS 민영화 얘기가 나왔는데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나?

"TBS  라디오 주파수(95.1과 101.3)가 업계에서 인기가 있는 이른바 '황금주파수'라서 이걸 사려는 회사는 많다. 문제는 고용승계인데, 이것은 또 하나의 지난한 과정이다. 인수자는 30명이든 40명이든 최소한의 인력만 가져가길 선호할 것이다. 경영난을 겪은 경기방송의 경우 주파수 반납에서 매각까지 3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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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언론노조 TBS 지부장이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손병관

 
- TBS가 보수와 진보 어느 쪽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 느낌이다.  

2022년 말 김어준, 주진우, 신장식 등 TBS 외부진행자들이 물러날 때 TBS 노조위원장들이 진행자 하차가 언론탄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해서 청취자들이 굉장히 반발한 적이 있다. 그 후 사측이 김어준과 이강택 전 대표에게 손해배상소송을 한 것도 여론을 악화시켰고. 그런데 따지고보면,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등 킬러콘텐츠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청취자들의 원망이 컸다. 당시 서울시 출연금이 TBS 재정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지원이 완전히 끊기는 TBS 폐지 조례안이 통과됐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재정으로 목줄을 죄니 TBS 구성원들이 버텨내기 힘든 구조였다. 한편으로, TBS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던 진영에서는 그동안 시민 세금으로 좌클릭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니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도 TBS에 관한 댓글을 보면 대부분 악플이 달린다. 가슴 아픈 대목이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나 KBS 같은 공영방송들은 사실 양쪽 진영 모두에게 공격받을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정치시사나 보도 프로그램에서 그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공정성이라는 개념은 진영화 된 사회에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그렇다고 어떤 칼라도 드러내지 않고 기계적 중립만 내세운다면 역설적이게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공영방송의 딜레마다."

- 서울시가 재단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은 것을 고질적인 재정난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TBS가 7차례 정도 상업광고 허용을 방통위에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라디오 광고 시장이 갈수록 적어지는 상황에서 TBS의 시장 진출 후 파이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기존 방송국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TBS가 독립재단으로 출범할 때도 일단 서울시의 출연을 받은 뒤 상업광고 허용은 잠시 미루자고 했던 거다.

그리고 상업광고를 허용한다고 해서 TBS의 재정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존속하던 시절에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는데, 전체 예산 300억~400억 원 가운데 광고 수입이 100억 원 정도였다. 오히려 뉴스공장이 있을 때는 막상 광고를 허용받으면 서울시 출연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사측이 상업광고 허용에 소극적인 측면도 있었다.

한마디로, TBS의 독립은 방송 자율성에 신념 있는 시장이 몇 년 정도 기다려줘야 가능성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 사례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대로 TBS가 폐국되면 그러한 실험이 시의회 조례 하나로 완전한 실패가 되는 것인데, 그런 사례를 만들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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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임시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TBS 지원 3개월 연장' 조례안을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손병관

 
- 지금으로서는 서울시의회가 임시회 소집해서 서울시 지원을 연장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그게 무산되면 5월 31일 이후 TBS에는 무슨 일이 생기는가?

"서울시는 출연기관 해제 신청을 이미 해놓았으니 그날이 지나면 시의 지원 근거는 사라진다. 주파수를 가진 사업자이니 방송의 의무는 있고. 지금의 재정 상황으로는 6월 한 달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직원들 일부만 남기고 순환 휴직으로 돌리는 것도 쉽지 않고. 우리끼리 알아서 운영해야 하는데 직원들 모두가 '돈을 안 받더라도 방송을 운영하겠다'는 결의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재단 이사회는 이런저런 위험 부담을 지면서 회사를 회생시키려는 노력보다는 해산 절차를 신속하게 밟지 않을까 싶다."

- 노조가 그리는 TBS의 미래는?

"TBS가 서울시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이상 중앙정부와 관련된 내용보다는서울시 정책들을 제대로 얘기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줄곧 했다. 이강택 대표 시절부터 '민생연구소' '우리동네 라이브' '시민영상 특이점' 등 시민참여와 로컬을 강조한 컨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워낙 강력한 킬러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그 그늘에 가려졌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너무 공격을 받으니 정태익 대표 시절에는 아예 시사 프로그램 다 없애고 예능만 하겠다는 쪽으로까지 가버린 상태다. TBS의 미래가 뭐든 일단 5월중에라도 서울시의회 임시회를 열어서 지원 시한 연장을 시킨 후에야 논할 주제다."
#TBS #송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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