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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도발적 문제제기, "전기차가 목표 아니다"

[오마이뷰] 도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본 모빌리티의 미래

등록 2024.04.16 09:50수정 2024.04.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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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임직원과 딜러 등의 교육과 함께 브랜드 체험공간으로 탄소중립 실천과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장소로도 사용된다. ⓒ 김종철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인근.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반듯이 지어진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지난 4일 정식으로 문을 연 '트레이닝 아카데미'다. 이름대로라면, '자동차 교육 시설' 정도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도요타가 그동안 해왔듯이, 단순한 교육시설 이상의 가치와 역할을 갖고 있었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방법부터 차량의 수리와 정비를 가르치는 것은 기본이다. 각각의 교육 프로그램도 도요타의 완벽주의에 맞춰져 있다. 게다가 건물 내외부 곳곳에 배어있는 친환경적인 요소는 '도요타다움'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미래 인력 양성 뿐 아니라 소비자,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자동차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넘어선 또 다른 '무엇'을 추구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아예 "전기차가 목표 아니다"라고 한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가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이곳 '아카데미'에서 엿볼 수 있었다.

세계1위 자동차회사 도요타, 전기차 대응 늦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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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재팬모빌리티쇼에서 도요타가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 ⓒ 김종철

 
이날 오전 김형준 한국토요타자동차 이사가 기자들 앞에 섰다. 도요타의 전동화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어 '도요타가 전기차 대응이 늦다?'라는 제목의 자료화면을 띄웠다.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전동화 흐름에 도요타가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것.

그는 지난해 발표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혁'이라는 도요타 경영 비전을 소개하면서, "도요타가 미래 사회에서도 필요한 존재로 남기 위해 자동차의 미래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해야할 것으로 '탄소중립'과 '이동가치의 확장'을 꼽았다.

'탄소 중립'은 이미 지구적인 과제다. 도요타는 탄소중립을 위해 자동차 회사가 해야할 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차량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한다. 김 이사는 "전기차가 목표가 아니라 탄소 중립이 목표"라며 "전기차는 탄소 중립을 위한 여러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하이브리드 차량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공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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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미래 모빌리티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 실습공간으로 꾸려져 있다. 사진은 일반 정비 뿐 아니라 판금도장 등을 위한 교육 시설이 마련돼 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도요타는 전기모터와 가솔린을 연료로 하는 하이브리드차 개발과 생산에 선두주자다. 1997년이후 지난 2023년 3월까지 전동화 모델 판매만 2315만대에 이른다. 그 기간동안 이산화탄소를 1억7600만톤 줄였다는 것이 도요타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유럽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높은 나라에서는 전기차가 (탄소중립에) 유리하다"면서 "대신 화석연료에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는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이동의 자유를 누려야…"전기차가 아니라 탄소중립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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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에는 차량 부품을 재활용한 다양한 소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한국토요타자동차 직원들과 딜러들이 직접 기부한 조그마한 미니카 600여개를 활용해 액자로 만들었다. ⓒ 김종철

 
도요타는 이를 두고 멀티 패스웨이(Muti Pathway) 전략이라고 한다. 에너지 수급과 지역별 상황에 맞춘 차량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것. 또 가까운 거리나 일정 구간을 반복하는 용도로 전기차를 적극 활용하고, 중장거리 또는 장거리 이동수단으로 하이브리드나 수소전기차 등을 적극 개발해,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2019년 대비 2030년에는 이산화탄소를 33%, 2035년에는 50% 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쪽은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탄소중립을 이루게 된다.

탄소중립과 함께 자동차의 미래를 바꿀 또 하나의 과제는 '이동가치의 확장'이다. 미래 자동차는 전동화되고, 보다 지능화되고, 좀더 다양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이사는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금융과 통신 등 다양한 사회 인프라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이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은 필수다. 지난해 6월 '도요타 테크니컬 워크숍'에서 공개된 기술은 의미심장하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포함해 연료 전기와 바이오 가스를 통한 수소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미래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 전용으로 오는 2027~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도요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요타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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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건물 내외부에 차량 부품을 재활용해 테이블을 비롯해 시계, 화병 등으로 꾸며져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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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 1층 내부 공간. ⓒ 김종철

 
용인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도요타의 미래 모빌리티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차량 부품을 재활용해 만든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스프링 코일을 이용한 책꽂이부터 브레이크 디스크로 만든 시계, 촉매를 가공한 꽃병 등…

각종 교육 재료도 마찬가지다. 차량 페인트 교육에 사용되는 시뮬레이터는 일반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이 사용된다. 조용욱 한국토요타자동차 교육부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라며 "과거엔 작업자가 차량 페인트칠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수천만 원의 페인트를 낭비해야 했지만, 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면 물과 공기만 있으면 된다"고 전했다. 실제 조 부장은 직접 정수기에서 떠온 물을 한모금 마신 후, 스프레이건 통에 그대로 부어 스프레이를 뿌리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도요타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다. 모든 사람이 미래에도 이동의 자유를 누릴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신임 사토 고지 사장은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자"고 선언했다.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그들의 자동차 미래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될 지는 아직 예상하기 이르다.

그럼에도 도요타가 그동안 해왔듯이, '도요타답게' 그들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의 용인에 반듯이 세워진 '트레이닝 아카데미'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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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사토 고지 도요타 사장이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자'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김종철

 
#토요타트레이닝아카데미 #탄소중립 #전기자동차 #한국토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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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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