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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표현이 돼야... '노란리본 물결' 만들어달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등록 2024.04.15 20:32수정 2024.04.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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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2일, 안산시 단원구에 10주기를 맞이하는 현수막이 길가에 걸렸다. ⓒ 김성욱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10년 전 4월 16일, 온 국민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걸 TV로 지켜보며 충격에 빠졌다. 참사 이후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세월호 유가족은 안전한 사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과연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후 달라졌을까?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고자 지난 12일 4·16재단의 박래군 상임이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0년 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 오셨다. 10주기를 맞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는 중에 10주기를 맞았다고 생각해요. 진상 규명이 미완이라고 해서 아무런 의미 없다고 생각할 건 아니죠. 그래서 앞으로 10년 더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10주기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어떤 것들이 바뀌었을까요?

"먼저 재난 참사 대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보거든요.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해도 외면당했지요. 재난 참사의 아픔을 지우고 숨기고 해왔던 건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보상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앞세우는 거죠. 또 하나 세월호 참사 이후에 피해자의 권리라고 하는 게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재난 참사 피해자들 권리를 얘기하는 건데요. 지금까지 법률로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피해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진실을 알 권리, 추모와 기억의 권리 등이 피해자의 권리로 주장되기 시작했어요.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없던 일이죠.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와 정치권이 바뀌지 않아서 그렇지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인식들이 상당히 높아졌죠. 그걸 통해서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걸 만들 수 있었던 거죠."

- 중대재해처벌법은 김용균씨 죽음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세월호참사 이전에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사망해도 금방 묻혀버렸죠. 하지만 세월호참사 이후에는 상당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그 이슈 통해서 사회를 바꾸려고 하죠. 세월호 참사 발생 뒤에 시민사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한 입법 운동이 본격화해요. 그런 노력으로 김용균씨 죽음 뒤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죠. 시민들이 바뀐 거예요."

"대한민국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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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 빅래군 제공

 
- 세월호 유가족은 참사 직후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잖아요. 이제 좀 안전해졌을까요?

"아직 안전하지 않죠. 세월호참사 이후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운동과 함께 생명 존중-안전 사회 운동 전개해 왔어요. 유가족들은 자신들을 '상처받은 치유자'로 생각하고 자신이 겪은 참사의 경험을 갖고, 안전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고, 다른 재난 참사 피해자들까지 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그러면서 지난해에는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만들어졌고, 올해에는 4.16재단 산하에 '재난피해자 권리센터 우리 함께'가 만들어져서 활동에 들어갔어요. 학생들과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안전 교육플랫폼 세이프스쿨도 만들었고요."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진상규명이 미완으로 끝난 게 아쉽죠. 근데 세 번이나 국가 조사 기구를 만들어서 조사했으나 진상규명이 안 됐으니, 아무것도 된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언론이나 시민들이 제기했던 의혹들이 상당 부분 확인이 됐죠. 그런데 결정적으로 침몰 원인 같은 걸 지금 밝혀내지 못한 거예요. 국가 조사 기구가 만들어져서 활동했다고 하지만, 한계가 많았어요. 국정원에서 세월호를 키워드로 검색할 때 약 68만 건이 검색되었죠. 그중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에서 확인한 건 2천 건 정도입니다. 대통령실의 기록은 30년 동안 보지 못하도록 봉인이 되었고요. 자료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확인을 다 못한 상태로 사참위가 종료된 거거든요. 이게 현실이거든요."

- 10년 동안 세월호에 대한 막말이 끊이지 않았는데.

"안타깝죠. 세월호에 대한 막말은 2014년 유가족들이 단식에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이 됐어요. 유가족들이 이전의 재난 참사 유가족들과 달리 정부와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분명히 한 때부터 본격화되었어요. 온라인에서 유가족들을 공격하던 일베들이 단식장에서 폭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그런데 이걸 부추긴 건 보수 정치권이었어요. 일부의 일베나 극우 인사들의 혐오에 힘을 실어줬죠. 심지어는 유가족들에게 '시체 팔이'라고 공격했어요. 상처 입은 유가족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힌 혐오 표현이었죠. 사실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서 보호받을 수 없죠. 그런데 반성 하는 게 아니라 촛불집회에 맞불 집회 놓았던 태극기집회 등이 더욱 강화되었어요."

- 이유가 뭘까요?

"우선 미디어 환경이 그런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 자극적인 표현을 해야 구독자를 늘리고 그게 돈벌이가 되고 이렇게 되니까 좀 더 세게 경쟁하는 거죠. 사회적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혐오 표현이 확장되는 상황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혐오 표현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만 한정된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 전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요. 우리 사회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야 되는데 굉장히 큰 걸림돌이 되는 거죠. 분열을 조장하고 진영화시키면서 혐오 정치가 가능해지는 거죠. 상처 입은 사람들과 연대해 가는 시민공동체가 발전해야 합니다."

- 당초 4월에 방영 예정이었던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경영진의 '4월 방영 불가'로 인해 멈춰섰어요. 이후 <한겨레>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결국 제작이 무산됐어요. 어떻게 보시나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죠. 다큐는 총선 이후에 방영 예정이었어요. 억지죠. 정권에 장악된 KBS 경영진이 언론의 본분을 포기한 결과입니다. 사실 KBS는 국민 재난 주관방송이거든요. 그래서 재난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방송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난 문제에 관심 갖고 보도해야 할 책무가 있어요. 윤석열 정권은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전두환 시절로 돌아가게 하고 있어요. 언론자유가 억압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겁니다."

- 유가족들의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10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파해서 안타깝죠. 사실 매년 돌아오는 주기마다 힘들었는데, 10주기를 앞두고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거죠. 그런 배경에는 사참위의 조사가 미완으로 끝나서 진상규명이 안 된 것도 있고, 해경 지휘부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받은 것, 그리고 어렵게 유죄가 확정된 관계자들도 대통령 사면을 받은 것 등으로 해서 더욱 안 좋았어요. 그런데 유가족 등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이 오는 4월 15일이면 종료가 돼요. 이걸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도 문제입니다.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에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지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22대 국회, 생명-안전 문제 최우선으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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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사회자 변영주 영화감독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소중한

 
-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말이 했죠.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인데 이유는 뭘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죠. 그런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미흡하고, 10.29 이태원 참사,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재난 참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죠. 이런 참사에서 국가의 존재는 찾을 수 없게 되니까 사람들이 낙담하면서 뭐가 바뀌었냐고 하거든요. 그런데 말씀 드렸지만, 많은 것들이 지금 바뀌는 중입니다. 시민들의 생명 존중-안전 사회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어요. 그걸 국가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에서 70년 동안 재난 참사를 대하던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는 건데, 거기에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거지요. 지금까지 보상, 즉 돈 중심의 국가와 사회를 사람-권리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 거니까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세월호 참사는 단 하나의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 재난 참사,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을 대표하는 사건이 되었어요. 세월호 참사를 잊으면 우리는 다른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우리가 멀어졌을 때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게 우연이 아니죠. 그래서 22대 국회는 생명-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합니다."

-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은 생명 안전과 관련해서 큰 관심이 없어요. 국회를 움직이려면, 시민들이 요구해야죠. 세상이 주목하는 이슈일 때는 너나없이 세월호 참사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언제 그랬냐면서 외면하지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사회는 더 위험해져요. 이제는 기후 위기와 결합된 재난이 더 빈발하고, 강도도 더 세질 거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10년이 지났음에도 세월호 참사를 잊을 수 없고, 그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생명 안전 기본법과 같은 법률들을 제정하고, 안전과 관련한 시스템 정비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을 압박해야 하죠.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이태원 특별법 제정, 사참위의 권고 이행, 생명 안전 기본법 제정과 같은 생명-안전 이슈를 법제화하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손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사람이 죽어 나가는 세상을 바꾸는 일,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니까요."

- 세월호 참사에 관한 앞으로 과제는 뭘까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계기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에 대한 미완의 과제에 대해 확인하고, 진행 중인 생명 안전 공원과 세월호 선체 추모 공간화 사업, '피해자들 치유를 위한 국립 마음건강센터' 사업 등이 마무리되어야 함을 시민들이 같이 요구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안전 관련 시스템, 안전 문화 정착 등을 위한 시민 역량 강화도 해나가야죠.

이후에는 지금까지 해왔던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운동과 함께 생명 존중-안전 사회 운동을 병행해 가면 좋겠어요. 10년 동안 우리는 많은 일을 해왔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중이란 걸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그리고 뭇생명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손잡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저는 기억도 표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해선 사람들이 잘 모르죠. 유가족들은 지금도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 보고 위안을 얻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노란 리본 물결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노란 리본 배지도 달고, 가방에는 노란 리본 열쇠고리도 달고, 차에는 스티커를 붙인다는지 하는 거 말이에요.

그리고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 들어가면 같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제안하고 있어요. 가령 SNS 프로필 바꾸고, 온라인 기억관에 추모 메시지를 남긴다든지 하는 것 등이 있어요.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10주기를 준비하면서 1만 명의 시민위원을 모으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10주기인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1만 명은 되어야죠. 그래서 10주기 사업 후원하는 마음으로 10주기 시민위원으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억도 표현되어야 힘이 된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어요." 
#박래군 #세월호10주기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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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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