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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양갱' 노래 순우리말로는? '달디달고 달디단 단밤묵'

'양갱'은 한자, 토박이말은 단팥묵.... 그렇다면 밤양갱은 뭘지 아이들과 고민해봤다

등록 2024.04.15 13:30수정 2024.04.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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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밤묵(밤양갱) 노래움직그림 처음 갈무리 ⓒ 이창수

 
최근 유행했던 노래는 가수 비비의 '밤양갱'으로, 요즘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이 노래를 요즘 저도 모르게 흥얼흥얼 하곤 합니다. 아마 모르시는 분이 거의 없지 싶습니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갖가지 널(버전)이 나와 있고 그것들까지 덩달아 찾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제가 배움을 돕고 있는 아이들이 즐겨 듣는 노래라 어쩌다 알게 된 노래인데, 듣다 보니 노랫말이 쉬우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늘 아이들과 토박이말 이야기를 하다보니 '밤양갱'이라는 말을 토박이말로 바꾸어 불러 보면 참 좋겠다 싶어 말을 했더니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마침 일곱 돌 토박이말날을 앞두고 있고 아이들과 뜻깊은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 아이들에게 '밤양갱'이 '단밤묵'이어야 하는지를 말해 주고 노랫말 속 한자말 몇 가지를 토박이말로 바꿔 보았습니다. 

'양갱(羊羹)'은 '양 양(羊)'과 '국 갱(羹)'으로 이루어진 한자말로 한자 뜻을 풀어 보면 '양고기 국'이 되어 우리가 요즘 먹는 것과는 아주 멀어져 버립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먹는 '양갱'은 '팥앙금, 우무, 설탕이나 엿 따위를 함께 쑤어서 굳힌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양갱'이 들어온 것은 나라를 잃었을 때 일본으로부터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토박이말날을 맞아 직접 노래를 해보다 

우리가 옛날부터 만들어 먹던 것은 아니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말집(사전)에도 보면 '양갱'의 토박이말은 '단팥묵'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도토리로 만든 묵은 '도토리묵'이고 메밀로 만들면 '메밀묵'입니다. 팥으로 만든 묵인데 달기 때문에 '단팥묵'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밤양갱'은 밤으로 달달하게 만든 묵이니, '단밤묵'이라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랫말을 살펴보니 '잠깐이라도'에서 '잠깐', '미안해'에서 '미안', '상다리'에서 '상',  '한 개뿐이야'에서 '개' 이렇게 네 낱말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었습니다. 굳이 이런 것까지 바꿔야 하나 싶으실 수 있는데, 아이들이 모두 토박이말로 바꿔 보자는 말에 힘을 얻어 생각해 본 것입니다. 


'잠깐'은 말집(사전)에 '잠시 잠(暫)'과 '사이 간(間)'에서 온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매우 짧은 동안'을 뜻하기 때문에 비슷한 뜻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눈 깜짝할 사이'를 줄여 '깜짝새'로 바꿔 보았습니다. 

'미안'도 '말집(사전)에 '아닐 미(未)'와 '편안 안(安)'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뜻인데 '마음이 언짢다'는 뜻을 가진 '안되다'를 가지고 '안됐네'라고 바꿔 보았습니다. 

'상다리'의 '상'도 말집(사전)에서는 '평상 상(床)'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상의 생김새가 넓은 '판(板)'과 비슷하고 이 '판(板)'과 비슷한 말인 '널'로 바꿔 보았습니다.

'한 개뿐이야'에서 '개'도 말집(사전)에 보면 '낱 개(個)'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한 개'라고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하나뿐이야'로 바꿔 보았습니다. 

이렇게 바꾼 노랫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단밤묵>

장기하 노랫말/가락, 지수초등학교 아이들 노래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깜짝새라도 널 안 바라보면
머리에 불이 나버린다니까'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안됐네'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단밤묵 단밤묵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단밤묵 단밤묵이야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하나뿐이야 달디단 단밤묵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단밤묵 단밤묵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단밤묵 단밤묵이야
널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넌
떠나가다가 돌아서서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하나뿐이야 달디단 단밤묵  


경남 지수초등학교 아이들은 위와 같은 바꾼 노랫말로 즐겨 부르고 있답니다. 그리고 일곱 돌 토박이말날 기림 잔치 때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 주려고 아이들이 손수 그린 그림을 곁들여 부른 노래를 붙들어 보았습니다. 
 

'밤양갱' 토박이말판(버전) '단밤묵' ⓒ 이창수

 
언젠가 이 노래를 부른 비비님이 바꾼 노랫말로 불러 주는 날이 오기를 아이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밤양갱 #비비 #장기하 #토박이말날 #지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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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으뜸 글자인 한글을 낳은 토박이말, 참우리말인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뜻을 두고 있는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맡음빛(상임이사)입니다. 토박이말 살리기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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