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지 못하는 공익 신고자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검토 완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kilsh)등록 2023.02.19 13:58
공익 신고 이후 자행된 일터에서의 조직적 가해

A는 해외 출장 중 공공기관 원장이 거래업체로부터 술과 향응을 받는 현장을 목격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귀국하자마자 국민권익위원회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로 공익 신고를 하였다. 직후 지자체 특별감사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원장은 사임하였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는 공익 신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비밀보장 의무, 불이익 조치 금지, 책임 감면 등을 통해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A는 해당 기관에서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혔다. 그 후 A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원장이 사임하자 앙심을 품은 본부장 등 관리책임자들은 A의 공익 신고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설하며 A에 대한 음해, 비난, 비방, 압박을 가하였다. 부당한 처우는 곧이어 인사권 남용으로 이어졌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보직 해임하였고, 근무평정에서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A는 심각한 불안, 우울,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겪게 되었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다. 지자체 특별감사 결과 A에 대한 징계를 감면하고 공익신고자 신분 공개행위를 한 관리책임자들에 대해 수사 요청을 하는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해당 기관은 권한 남용을 멈추지 않았다. A의 심리적 불안감을 더욱 가중했던 일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받았던 관리책임자들이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A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분 보호 요청을 하였고, 국민권익위원회는 A에 대한 징계(견책)를 취소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한 팀장 보직을 부여해야 하며, 근무평정을 상향 조정할 것 등의 결정을 했다. 공익 신고에 의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관은 표면적으로 관리책임자들을 징계하였으나, A를 1년 단위로 인사 발령하며 계속 부서 이동시켰다. 근무평정은 또다시 D등급으로 평정하였다. A의 공익 신고 사실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압박했던 관리책임자를 A의 직상급자로 인사발령까지 하였다. A는 공익 신고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업무상 질병에 해당할 수 있다는 상담을 거쳐 요양 신청을 하였다. 해당 기관의 자료 제출과 특별진찰 등이 지연되며 A는 지치고 지쳤지만, 일터를 떠날 수 없었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더라도 지금 휴직하면 다시 기관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업무상 질병 인정 후에도 변함없는 기관, 그럼에도 버티며 싸운다

2022년 11월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인은 ***에서 팀 총괄 업무를 수행해온 근로자로 前 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익 신고 이후 신청인에 대한 비방, 압박, 부당한 근무평정 및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사건 이전에 신청 상병과 관련한 병력이나 개인적인 소인이 발견되지 않으며, 사건 발생 이후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무기력, 불안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되어 시간적 인과관계 등을 고려할 때, 업무적인 요인이 상병 발병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되므로 업무상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라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다. A는 인정 소식에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았다는 심리적 보상을 받았다며 좋아했다. 그러나 A의 일터에서의 고군분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신청을 한 후 해당 기관은 다른 일을 부당하게 문제 삼아 A에게 감봉 징계를 하였고, 이 또한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로 인정되었다. A는 해당 기관과 前 원장, 관리책임자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미약하나마 모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여전히 소송은 진행 중이다.

지난 4년 사이 수많은 소송과 행정기관의 처분이 있었음에도 해당 기관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특별감사 이후 공공기관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 등 기관 운영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그나마 A가 버틸 수 있는 것은 A를 지지하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망치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고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A의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A는 여전히 "그만두고 싶다", "회사를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는 위기감이, 도리어 A에게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A의 일상에서 불안과 압박감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함께 계속 싸워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공인노무사 유상철 님이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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