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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고민한 초등학생들이 피켓에 담은 '한 문장'

[인터뷰] 충남 홍성군 장곡초등학교 김선애 교사

등록 2022.09.28 13:47수정 2022.09.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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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장곡초등학교에서 캠페인을 진행한 장곡초 어린이들 ⓒ 이재환

 
지난 23일 충남 홍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후위기 캠페인이 진행됐다. 아이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일은 없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내용이 기발했다. 기후위기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환기하는데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관련기사 :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일은 없다"  http://omn.kr/20u8n)

이 문장은 김선애 교사가 홍성 장곡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환경수업에서 탄생했다. 아이들이 환경수업 시간에 툭 던진 말들을 김 교사가 조합했다. 그렇게 문장이 완성됐다. 

27일 장곡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김선애 교사를 만났다. 장곡초는 유치원 원아들을 포함해도 전교생이 42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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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장곡초등학교 김선애 교사 ⓒ 이재환

 
김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쑥스러워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공부라고 알려주자, 아이들이 용기를 내 피켓을 들었다"며 "캠페인이 끝날 무렵에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동참했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 교과목 중에 '환경' 과목이 있다. 아이스팩을 수거해서 과자로 바꿔주기도 하고, 홍성군 재활용 센터도 방문해서 쓰레기 분리수거법도 배우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기후위기 캠페인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손글씨로 피켓을 직접 만들었다.

피켓에 담긴 문장은 우연히 탄생했다. 그는 "아이들이 환경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문제를 고민했다. 키워드로 '기후', '변해야 한다', '지구', '우리가 스스로', '지금 당장', '내일' 등의 단어를 쏟아내듯이 말했다"라며 "아이들이 말한 단어들을 조합해 탄생한 것이 바로 피켓에 담긴 문장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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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초 4학년 교실에는 지난 23일 사용된 캠페인 피켓이 놓여 있었다. ⓒ 이재환

 
김 교사는 환경교육과 관련해 좀 더 열린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오염을 강조하다 보니 아이들이 '나 때문에 지구가 망하는 것 아냐'라며 환경 파괴 문제에 지나치게 죄책감을 가졌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환경과 환경문제를 좀 더 탐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또 아이들과 함께 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다."

그는 "환경 문제라고 하면 곧바로 환경오염과 연결해서 최악의 상황만을 고민하곤 한다"라며 "이제는 방향을 전환해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방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지금 당장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아이들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요즘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다. 김 교사는 "반 학생 중 한 명이 그림일기에 '마트에서 음료를 고를 때 플라스틱으로 된 음료보다 캔 음료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재활용이 쉽다'고 썼다"며 미소를 보였다. 

장곡초등학교에서 확인한 것은 '피켓의 문구 작성자' 만은 아니었다.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내일은 없다'라는 짧은 문장 속에는 기후위기 극복에 '우리 모두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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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초 4학년 우수연 어린이의 제안글이 눈에 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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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학교에서 캠페인을 진행한 장곡초 어린이들 ⓒ 이재환

 
#장곡초등학교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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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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