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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때문에 경찰에 두들겨 맞았던 때로 돌아갔다"

[인터뷰] 이란 테헤란에 살고 있는 22세 여성 파티마와 21세 자흐라

등록 2022.09.28 15:52수정 2022.09.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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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 고(故) 마흐사 아미니(향년 22세) 씨가 경찰에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보도하는 일간지가 놓여있다. 지난 13일 히잡을 쓰지 않은 혐의로 풍속 단속경찰에 구금된 고인은 조사 도중 돌연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6일 사망했다. 지난 17일 고인의 고향인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서는 고인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 EPA/연합뉴스

 
지난 14일, 이란에 살고 있던 22세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체포된 뒤 혼수 상태가 됐다가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이란 전역에서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란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서 히잡을 불태우고,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을 상대로 저항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현재 이란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시위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란의 역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란의 정식 국호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다. 국호만 들어도 이란이 이슬람을 국교로 채택한 종교적인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국왕이었던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는 이슬람 문화권이었던 이란에서 세속주의와 급진적인 서구화를 추진했는데,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그가 실각하면서 현재의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탄생하게 됐다. 이슬람을 탈피하기 위해 서구화를 추진하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뒤 이란에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이후 이란 정부는 여성의 히잡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기 시작했고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이들은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란 국민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사건..."

최근 이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히잡 반대 시위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란 여성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살고 있는 여성 두 명을 SNS로 인터뷰했다. 22세인 파티마(가명)씨는 이슬람교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세속주의 성향의 여성이며, 21세 자흐라(가명)씨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종교적인 무슬림 여성이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이란에서 사는 쿠르드족 여성 아미니가 의문사했다.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파티마 : "나는 이 사건을 널리 알리고 싶다. 내 또래 소녀가 히잡을 적절하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고 모든 이란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번 사건은 이란 여성 모두를, 히잡을 잘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괴롭힘 당하고 두들겨 맞았던 때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내 딸이 경찰서에서 무슨 일을 겪지 않을까 걱정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모두가 현재 상황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우린 정부에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자흐라 : "이 사건은 이란 국민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기에, 모두 분노했다. 사람들이 이슬람공화국에 아미니의 사망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그들과 대치하고 있다. 최근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고 부모들은 자식 걱정만 하고 있다. 난 히잡과 종교는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각자 자기 마음대로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란은 여성들의 복장을 규제하는 도덕 경찰(종교 경찰)이 존재한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은 심각한 처벌을 받는가?

파티마 : "안타깝게도, 그렇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는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삶, 더 자유로운 삶을 약속했다. 말 그대로 유토피아와 같은 국가를 약속한 것이다. 혁명 이전에는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서 히잡의 착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혁명 직후 모든 것들이 최악으로 변했다. 히잡을 착용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두고 남녀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히잡에 대한 단속이 완화 또는 강화되는 등 이란 사회에 변화가 있긴 했지만, 이번에 이란 경찰은 히잡 착용 법을 극도로 엄격하게 집행했다. 정부는 이란 여성들이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한다."

-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법(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파티마 :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것은 절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똑같은 이념(종교)을 가진 10억 명의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 나는 히잡을 착용하는 것이 어리석은 생각인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걸 믿는 이슬람교도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종교를 가진 가정에서 자랐지만, 나 스스로 종교 또는 히잡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되어서 종교를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법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해야만 한다. 이건 단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는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인 척을 하기 위해 히잡을 착용해야만 한다. 우리는 종교적인 믿음이 없다는 걸 숨기기 위해서 히잡을 가면처럼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단지 히잡만이 아니라 이란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자흐라 : "이란에서 히잡은 의무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종교가 아예 없더라도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외국인도 이란에 입국할 때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나는 무슬림이고 히잡을 쓰는 사람이지만, 이란 정부와는 관점이 다르다. 하나님은 꾸란에서, 그것이 의무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 또는 무슬림이지만 히잡 착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사람들을 대하는 이란 정부의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고 이슬람의 가르침과 다르다. 히잡 착용을 여성들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란, 과거엔 여성 존중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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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AP=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 미착용 20대 여성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 오토바이가 불타고 있다. 이란에서는 최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을 두고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격화하면서 최소 3명이 숨졌다. ⓒ AP/연합뉴스

 
- 많은 사람들은 이란이 여성의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파티마 : "1979년 혁명 이전에는 여성을 가장 존중하는 국가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여성의 권리가 존중되는지 의심되는 나라가 되었다. 일반적인 이란 시민들은 서로를 동등하게 보지만, 정부는 법에 따라 남녀 사이에 커다란 격차를 만들어 낸다. 이혼법과 상속법은 내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은 남녀의 차이를 확연히 드러나게 한다.

예를 들면, 남성은 여성이 상속받는 유산의 두 배를 상속받는다. 이란의 법이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어서 여성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심지어 여성들은 때때로 불문율에 의해 어려움을 겪는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공장소나 콘서트에서 여성들의 악기 연주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들이 이란에서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자흐라 : "나는 이란이 사회 정의가 약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란은 여성의 권리와 남성의 권리에 대해 이중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은 의복이나 행동의 종류에 제약을 받는다. 물론 이란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억압당하고 있고, 이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나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더 많은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 이란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은 계속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현재 이란의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한 진압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히잡을 불태우고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아미니의 죽음이 이란 정권(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와 이란 정부)을 비판하는 시위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파티마 : "우리는 이미 몇 년 동안 다른 나라와 이란을 비교하면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 이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다. 이번에는 그동안 쌓였던 이란 사람들의 분노가 극단에 치달았고 세계인들이 그걸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우리 권리를 되찾기 위해 모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란 정부가 선전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또 이란 언론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음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모인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돌려받기를 원하고 사람들이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원한다."

자흐라 : "내 생각에 이란 사람들은 사회의 부패, 높은 물가, 장관의 횡령, 뉴스의 거짓말과 거짓 정보에 지쳤다. 사람들은 논리적인 설명을 원하지만 뉴스는 거짓말만 하고  있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폭도라고 이야기한다. 아미니의 죽음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시위를 확산시켰다. 부패, 높은 가격, 히잡 착용이 의무인 사회는 용인할 수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용인할 수 없다."

"우리가 자유가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

-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실각한 이란 국왕의 사진과 이름이 이란 사람들의 시위에 등장했다. 이란 국왕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의 사진과 이름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흐라 : "모든 국가에는 다양한 집단이 있고 해당 집단에는 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이란에서는 처음부터 제국주의 정권에 동조해왔고 지금은 그들의 귀환을 요구하는 이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향수병은 이슬람 공화국 시스템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더 커졌다. 그러나 이란의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왕정의 복귀가 아니다."

- 최근에 일어난 아미니의 사망 사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시작된 이란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파티마 :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 대해 나쁜 소식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이란에 대한 뉴스와 이란 정부의 선전을 접한 외국인들은 이란 국민이 정부를 지지하고 폐쇄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고 오해한다.

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지만, 그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건 우리 실제 모습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한 소녀의 가슴 아픈 죽음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지 세상에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나라와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는 단지 나쁜 정부 아래에 있을 뿐, 다른 나라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에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이다. 우리가 곧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자흐라 : "나는 종교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히잡을 좋아한다. 이번 시위는 히잡을 원하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일 뿐만 아니라 이란 사회 대다수의 목소리다. 우리는 아미니의 죽음에 정말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원한다. 히잡을 쓰고 싶은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 모두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가 무슬림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이 시위의 해법은 탄압이 아니다. 우리는 조국을 사랑하고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한다. 세계의 뉴스를 보면 다른 나라로 이민 간 이란 사람들도 시위를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란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우리가 자유가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
#이란 #히잡 #시위 #이슬람 #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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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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