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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알박기, 종교가 특권이 되었을 때

[리뷰] KBS1 <시사 직격>

22.09.24 12:58최종업데이트22.09.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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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떼법과 특권'이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정치관련 집회와 비상식적인 집단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사랑제일교회는 이번에는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23일 방송된 KBS1 <시사 직격>에서는 '목사님과 650억'편을 방송하며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의 실태를 고발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위치한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은 지난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재개발이 끝나면 이 자리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사랑제일교회만이 철거를 거부하고 자리를 지켜오면서 재개발 사업조합 측과 갈등이 깊어졌다. 
 
지난 9월 6일, 조합 측에서 사랑제일교회에 이전 보상금으로 500억과 이전 부지까지 제공한다는 합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2020년 대토 감정평가액 150억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보상금액은 무려 650억원에 이른다. 같은 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사랑제일교회의 부지와 건물에 내린 감정평가액 85억의 약 8배였다. 많은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당초 재개발 사업조합은 사랑제일교회와의 명도소송에서 1,2,3심 모두 승소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의 거듭된 반발과 저항으로 명도소송 강제집행이 계속해서 실패했다. 조합과 교회측은 협상을 거듭했으나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교회측은 사전에 준비된 안전모와 도구들을 갖추고 집행중인 노무자들에게 오물과 화염병을 투척하는가 하면, 심지어 집단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억울하게 폭행당한 노무자는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사랑제일교회측을 대변하는 이성희 변호사(사랑제일교회 장로)는 "법대로 한다면 84억 받고 철거당하고 가라는 거다. 그렇게 할 사람이 있겠나. 조합의 협상태도는 어땠나. 교회를 '알박기한다, 폭력배다' 이렇게 보이게 만들었다"라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폭등한 보상액에 대해서는 "공사비가 인상되고 있다. 시공사도 2년전에 계산한 것보다 공사비를 높여받고 있다. 우리가 받는 보상비 500억은 조합이 분양수익 3000억을 받는 것에 비하면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합과 교회간 3년간의 갈등으로 늘어난 금융 비용만 수백억에 달한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교회 때문에 재개발 사업에 피해가 크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분양권 매매 자체를 꺼린다고 증언했다.
 
피해를 본 조합원들은 "60대에 시작된 재개발 사업이 80대가 된 지금도 해결이 안됐다" "원조합원들은 거의 못들어가고 표본이 되어버렸다" "저렇게 알박기하고 있으면 요구하는 돈이 나온다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주변의 주민과 상인들도 하나둘씩 떠나갔다. 상인들은 수백억에 이르는 막대한 보상규모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광훈 측은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근거로, 2009년 서울시에서 재개발 관련 지침으로 작성한 '종교시설 처리방안' 문건을 내세운다. 재정비 촉진구역에서는 종교시설은 존치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불가피할 경우 존치에 준하는 이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광훈 측은 이를 서울시 조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지침에 불과하며 법원 측도 종교부지를 요구할 권리로 불인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교회 측의 주장에 대하여 "자신들이 직접 돈을 모아서 지으면 상상도 못하는 것들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측이 요구한 공사비나 시설을 기존에 있던 교회에 준하는 정도로 지어주면 되는 것임에도, 최첨단의 최고급 종교시설을 기준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
 
2019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축비용 기준으로 표준건축비는 634만원이지만, 사랑제일교회가 요구한 건축비는 981만원으로 1.5배 이상을 요구한 것이다. 더구나 사랑제일교회는 증개축 허가를 차지하지 않은 면적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새롭게 지어질 신축 교회의 면적 합법화된 구역의 6배에 이른다.
 
교회 측은 무허가 건물 논란에 대하여 전 성북구청장이 용인했다는 주장이다. "어차피 교회나 이전하면 철거할 건물들이니 무허가로 쓰다가 나중에 이행강제금만 조금 내면 된다고 제안했다"라는 것. 성북구청은 이에 대하여 '확인불가'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교회는 당시 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허가 건축물까지 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사업을 할때도 불법으로 지어놓은 건물을 보상해주는 경우는 없으며, 오히려 투기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교인 감소 및 재정손실을 이유로 기회손실비 110억을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올해 7월 조합과 교회간 합의서로 기회손실비용에 대한 문구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전광훈은 설교에서 "3년 동안 이 자리에서 그대로 예배하면 재정이 1000억 정도 생긴다"고 주장하며 "이런데도 '전광훈이 욕심이 많다' 이따위 소리하면 용서 안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교회재개발연구회 소장 이봉석 목사는 "교회는 영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손실 비용이 없다. 교회는 세금을 안내는 비영리단체이기에 영업보상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사랑제일교회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지만 규모가 작은 교회들은 낮은 자격에 강제청산당하거나 오히려 조합 측에 손해비용을 일부 배상까지 해줘야했다. 목사들은 "덩치가 큰 교회는 자칫 재개발 사업 자체가 안되니까. 건드리면 안 되는 교회가 있고, 작은 교회는 대응이 다르다"며 법보다 교회가 가진 힘에 따라 대처가 달라지는 불공정한 상황을 꼬집었다.

서울시에서 2020년 실시한 '정비구역내 종교시설 보상처리에 관한 실태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업을 진행한 정비구역내 종교시설의 숫자는 146개였고 그중 기독교가 132곳으로 교회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중 종교시설을 토지로 보상하는 대토 이전의 경우, 토지와 함께 평균 감정평가액의 212%에 이르는 보상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사랑제일교회의 현금 보상액 규모는 무려 588%에 합의했으니 극히 이례적이다. 법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디어와 누리꾼들은 '법위에 알박기'가 성공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측은 오히려 '우리가 승리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전광훈 목사와 교인들이 찬송가를 개사하여 "용역이 물러갔도다"라며 자축하는 노래를 불렀다. 법원 집행관과 노무자들을 용역이라고 지칭하고, 6차례에 걸쳐 합법적인 명도집행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신을 찬송하기 위하여 지어진 노래의 메세지를 자신들의 이익을 자축하기 위한 의도로 왜곡까지 했다.
 
사실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는 그동안 각종 극우 성향의 정치관련 집회와 방역지침 위반 주도, 정치세력화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선바 있다. 또한 이들이 집단행동을 벌일때마다 전광훈이나 관련자들의 입에서 자주 등장했던 표현이 '순교'였다.
 
2020년 광화문집회에서 비롯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사태 때도, 이번 장위동 재개발 사업 명도집행 때에도, 교회 측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시도하려할 때마다 집단행동으로 이를 방해하며 순교나 순국을 거론하면서 폭력적인 위협을 일삼는 교인들이 있었다. 교회 측은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가 정치적 핍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신교 성향의 시민단체는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을 특수공갈과 부당이득 혐의로 고발했다. 시민단체 측은 "교회의 건물과 땅을 가지고 투기를 하거나 부동산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기독교적 신앙과 거리가 먼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광훈은 설교에서 '건축헌금'을 모금을 할 계획을 언급하며 "보상금이 500억 나왔는데 건축헌금이 왜 필요하냐고? 그거는 그거고(웃음) 사람이 태어나서 한번은 자기 손으로 교회를 지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16일에는 사랑제일교회 재개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전광훈은 보상협의안에 대한 비판적 반응에 대하여 "예수님은 비판 안받았나"라고 대꾸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보수의 가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하여 "내가 법과 원칙을 안 지킨걸 봤나? 내가 76개 혐의로 3번 구치소에 다녀왔는데 다 무혐의가 나왔다. 그 이상 어떻게 지키냐"라고 반박했다.
 
전광훈은 기자회견에서 "500억 합의한 것이 억울하면 언제든 오시라. 내가 합의 파기해줄 테니까"라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보상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교재단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 교회 정관상 헌금은 전광훈에게 위임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하던지 그 책임을 묻지 않게 되어 있다"며 돈을 자신이 어디에 쓰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도중에는 과거 전광훈을 고발했던 시민단체 출신의 기자가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자, 전광훈이 기자를 강제로 쫓아냈고 그 과정에서 교인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전광훈 목사는 이른바 '애국성도'로 불리우는 극렬 강성 지지자 집단을 내세워 사회의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저지르면서도, 이를 정치적 탄압에 대한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유명세를 이용하여 교계와 시민사회를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거대한 이익을 얻게 된 것이 종교인다운 적절한 행동일까.
 
재개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개발과 생존권의 문제는 첨예하게 충돌했고, 소시민들은 비록 적법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절차에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사랑제일교회의 주장은 생존권이나 재산권의 문제와는 전혀 다르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는 외면하고 그저 더 많은 이득을 요구하는 데만 집착했고 이를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교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사직격 재개발사업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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