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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대선버스냐, 나경원·주호영의 대선열차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TV토론... "정해진 시간, 정해진 노선" - "윤석열 안 태울 건가?"

등록 2021.06.01 02:35수정 2021.06.0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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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 부터), 이준석,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대선 '버스'냐, 대선 '열차'냐.

본경선에 오른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차기 대통령 선거의 보수·야권 단일화 플랫폼을 두고 격돌했다. 지난 5월 31일 늦은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홍문표·조경태·주호영·이준석·나경원 후보는 국민의힘 중심의 시간표대로 버스를 출발시킬 것인가, 아니면 당 밖 주자들이 올라탈 시간을 고려해 열차를 출발시킬 것인가를 두고 갈라졌다.

특히 단일화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노선'으로만 움직이는 '버스'에 비유한 이준석 후보와, 추석 이후 모든 주자를 싣고 출발하는 '열차'에 비유한 나경원 후보 사이의 설전이 치열했다. 주호영 후보 역시 이준석 후보를 견제하며 당 밖의 주자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나선 반면, 홍문표·조경태 후보는 원칙을 내세우며 국민의힘이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버스, 특정인 원하는 노선으로 다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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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주호영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 "자강론이란 것이 우리가 후보를 먼저 뽑은 다음에 밖에 있는 후보와 단일화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자강 노력도 계속 하되 단일후보를 뽑는 것은 바로 시작하자는 것인지?"라고 물었다.

이준석 후보는 "버스 타보셨는지 모르겠다"라며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정류장에 선다"라고 답했다. "공당으로써 책임 있는 선거를 치르려면, 절대 버스라는 것은 특정인을 기다려서는 안 되고, 특정인이 원하는 노선으로 다녀도 안 된다"라며 "공정하고 엄격한 룰을 통해 경선을 운영하고, 오히려 그것이 플랫폼화 되어야 많은 주자가 참여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을 거론하며 "이 분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작금의 당 내에서 특정 주자를 위해 룰을 만들려는 듯한 모습에 실망하고 참여하기 주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당권 주자들이 윤석열 전 총장 등 특정 주자를 언급하며 '모셔 와야 된다'라고 주장하는 걸 비판한 셈이다.

주 후보가 "후보 단일화와 단일 후보를 세우는 것은 조금 다르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추구하는지 따져 묻자, 이 후보는 "아직까지 버스의 개념이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버스라는 것은 의사를 물어보는 과정이 아니라 공정하게 1250원을 내는 사람 누구나 탈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단일화라는 정류장도 있고, 초기에 우리 경선에 합류하는 정류장도 있다"라며 "그건 저희 당 밖에 있는 주자의 선택"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나경원 후보가 배턴을 이어 받아 질문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정시성을 강조하면서 '정류장은 여러 개이다. 중간에 탈 수도 있고, 처음부터 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라며 "그러면 윤석열 후보가 우리 당에 들어오지 않아도 버스가 그냥 출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나?"라고 물었다.

이준석 후보는 "역으로 질문드리겠다. 도대체 어떻게 협상을 하면, 주자에 맞춰가지고 룰을 세팅하자고 할 수 있는 건가?"라며 오히려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지금 이 자리에서 거론하는 순간, 나경원 (전) 의원께서는 머리에 윤석열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나 다른 훌륭한 주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제발 좀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반발이었다.

나경원 "윤석열 없이 버스 출발? 경선 열차는 추석 지나 9월 말에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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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나경원 후보는 손을 들어 사회자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재반박에 나섰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게 되면 우리 당내 후보들만 (대선 플랫폼에) 올라타게 된다"라며 "그렇게 됐을 때 야권의 다른 후보들이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 있다"라는 것.

나 후보는 대신 "우리의 경선 열차는 추석이 지난 9월 말에 출발하겠다"라며 "널찍하게, 멀찍하게 이 경선 열차 출발일을 정하고 그동안 우리 당에 야권 후보를 모으는 작업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성급하게 우리 후보만 출발시킨다는 건, 다른 후보가 우리 당에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다"라는 비판이었다.

주호영 후보도 "나경원 후보의 견해에 동의한다"라며 협공에 나섰다. 이준석 후보의 방법대로 할 경우 "후보 단일화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버스가 제 시간에 출발한다고 하니, '우리가 출발할 때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그냥 갈 수 있다'는 건데 자칫 잘못하면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대선을 치를 수 있다"라는 우려였다.

이 후보는 지난 4.7재보궐선거를 거론하며, 국민의힘이 승리한 이유를 "정시에 버스를 출발시켰기 때문이고, 밖에서 우리 당을 비하하는 분을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나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경선보다는 훨씬 복잡한 게 내년 대선"이라며 "저희가 스케줄을 지나치게 빨리 정해서 빨리 출발했을 경우에는 통합의 과정이 어렵다"라고 반론을 폈다. 

나 후보는 "(당밖의 대선 주자들에게) 공정 경선 관리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하는데, 이준석 후보처럼 우리 당 먼저 개문발차하겠다는 건, 이준석 후보가 유승민 후보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준석 후보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만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후보는 "진짜 버스 안 타보신 분들 같다. 제가 하는 말이 어떻게 개문발차인가?"라며 "문 닫고 제시간에 출발할 거다. 안정적으로 운행할 것이고, 다음 정류장에 탈 건지는 본인의 자유"라고 이야기했다. "우리 당이 개인 사정에 맞춰 운영되면 그게 어떻게 공당인가? 사당이다"라며 "앵무새처럼 '통합·통합·통합' 외친다고 통합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 쉬운 걸 왜 아무도 안 하겠나? 우리가 중심을 잡고 원칙대로 움직여야 통합이 된다"라고도 외쳤다.

주 후보는 "정치는 종합예술이다. 어느 하나를 고집하고 나머지를 버릴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해서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것이 결국 정치력이고 통찰력"이라며 "우리가 너무 우리 스케줄만 고집하다가, 또는 버스론을 고집하다가 우리 당이 가진 기득권, 우리 당이 가진 성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열린 경선, 공정 경선이라고 하는데 룰뿐만 아니라 시간 자체도 그런 오해를 받지 않도록 설계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지적이었다.

이준석 "선거 임박해 열심히 준비하던 사람 쳐내는 게 공정?"  

한편, 이날 또 하나의 공방전은 '할당제'를 두고 벌어졌다. 이준석 후보가 공천에서의 할당제 폐지를 들고 나온 반면, 주호영·나경원 후보는 청년과 여성, 호남에 대한 할당제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 후보는 주 후보를 향해 "호남·청년 ·여성 할당제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말씀하신 것의 합집합을 내보니까 67%"라며 "할당제라는 건 소수자를 배려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67%를 비율에 맞게 할당하고 나면 뭐가 남느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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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주 후보는 "산술적으로 합치니까 그렇고, 호남에도 여성이 들어가면 중복되기 때문에 그렇게 비율이 높지 않다"라며 "운영상 잘 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 여성을 우대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이 후보의 질문에 주 후보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서도 나경원 후보의 지방선거 지역구 중 어디에 청년을 배치하겠느냐고 물었다. 청년 할당제를 할 경우, 할당의 기준을 따져 물은 셈이다. 나 후보는 "정할 필요가 없다"라며 "청년 정치를 확대하기 위해서 할당제 없이 청년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청년이 지원하는 경우, 제가 선택할 이유가 없다"라며 여성할당제 현행 운영 사례를 들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나중에 선거 때 임박해서 미리 준비하던 사람을 쳐내고 주겠다는 건가? 그 자리에서 열심히 준비하던 사람을 마지막에 쳐내는 게 공정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나 후보는 "청년이 정치참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데, 그냥 놔뒀을 때는 이들이 공정한 경쟁 속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느냐?"라고 할당제의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나경원 "이준석, 청년 할당제 혜택 받아놓고 사다리 걷어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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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 부터), 이준석, 주호영 후보가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특히 나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리더십에 대해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며 "이준석이 분열의 리더십이 있지 않느냐 지적이 있다. 남성과 여성을 가르고 세대를 나누지 않았느냐"라고 꼬집었다. 또 "최근 한 달 동안 젠더 갈등을 논의하는 것도 일종의 분열의 리더십"이라며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도 '트럼피즘과 비슷하다'라고 표현했다"라는 지적했다. 

나경원 후보는 "결국은 트럼피즘이 뭔가? 백인 하층 노동자의 분노를 이민자의 혐오로 치환을 했다. 그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 후보가) 할당제를 무조건 부정하고 있는데, (갈등의) 해법을 여성·청년할당제 폐지로 가져오는 것도 맞지 않다"라는 주장했다. 

또한 이 후보도 동의한다고 한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연령제한 폐지를 예로 들며 "(연령제한은 폐지했는데, 공천제도는) 그대로 놔두면 (청년·여성들이) 쉽게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나 후보는 이 후보 역시 "청년할당제의 특혜를 받았다"리며 "지난 공천에서도 퓨처 메이커, 청년 전략 공천자 발표에 들어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 본인은 혜택을 받아보고, 이제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 굉장히 실력주의로 나가는데, 그 실력주의만으로는 진정한 공정을 이루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할당제에 대해 "아직 기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할 때 그것을 보완해주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이것을 무조건 실력주의로 가는 것 역시 해법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또한 "2030세대의 분노를 해결하는 것, 20대 남성의 분노 해결하는 것 역시 큰 틀에서 노동개혁 통해 일자리 만들어내는 담론으로 해내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나경원 #주호영 #국민의힘 #100분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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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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