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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기모란 때리기'... "정은경 힘 뺀다? 납득 어려워"

'옥상옥' 강조하며 일부 발언 부풀리기... 전문가들 "의사결정 불확실성 해소해주길"

등록 2021.04.19 19:14수정 2021.04.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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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란 신임 청와대 방역기획관 ⓒ 권우성


[ 기사 보강 : 20일 오전 10시 34분 ] 

청와대 첫 방역기획관으로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에 대한 보수언론과 야당의 파상공세가 거세다. 

특히 보수언론은 기 기획관이 지금껏 정부의 방역 기조와 발맞춰 발언했다는 점에서 그를 '코드 인사'로 분류하는가 하면, 기 기획관 임명이 '정은경(질병관리청장) 힘 빼기'라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또한 과거 인터뷰에서 나온 "백신이 급하지 않다" 등 일부 발언들을 맥락은 삭제한 채 인용해 문제 삼고 나섰다.

국민의힘 역시 19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방역 방해 전문가" "의학이 아닌 정치를 했다" 등의 표현으로 기 기획관을 비난했고,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기 기획관의 일부 발언들은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 역시 방역기획관 임명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는 부여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앞으로 방역기획관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방역 기획관 임명 자체를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모란 발언 실제 어땠나 살펴보니 

"한국은 지금 일단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게 급하지 않고, 또 화이자 같은 경우는 사실 미국에만 6억 회분, 그다음에 EU나 일본에 각각 1.2억 회분을 납품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 납품하기로 한 것만 해도 벌써 9억 회분 가까이 돼서 우리가 약속을 하고 구매한다고 해도 내년 안에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일부 언론은 지난해(2020년) 11월 20일 기 기획관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백신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라고 말한 걸 문제 삼았지만, 실상은 전 세계적으로 감염률이 낮은 한국의 환자 발생 수준을 전제로 한 내용이었다. 나아가 화이자 백신이 현실적으로 확보되기 어려웠던 당시 상황도 고려됐다.

기 기획관은 해당 발언 이틀 전인 11월 18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백신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 다양하게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위탁 생산을 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나 노바백스 이런 백신은 아무래도 협상만 잘되면, 국내에서 생산을 위탁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유통이 빨리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하며 백신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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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월 19일자 1면에 실린 <"백신 서두를 필요없다"던 그가 청 방역기획관> 기사 ⓒ 조선일보PDF


조선일보는 19일자 <"백신 안 급하다"던 기모란 임명... 靑, 방역마저 '코드 인사' 했나>라는 기사를 통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는 '코로나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2015년 메르스 논문에서 기저질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치명률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나?"라는 질문에 "건강한 사람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위중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라고 밝힌 내용이었다. 말의 앞뒤를 다 잘라내어 발췌한 셈이다.

견제용 인사? "계속 정부와 일했던 사람" 

중앙일보는 18일 <"정은경 힘 빼겠단 경고"…靑 방역기획관 임명에 의료계 우려>를 통해 한 정부관계자의 말을 빌려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정은경 청장과 질병청에 대한 불신임과 경고로 여기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질병청 내부의 설명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역기획관은 사회수석비서관을 보좌하고, 부처간 협업을 잘 하면 된다"면서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질병청 힘을 빼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 기획관은 메르스 때나 코로나19때나 정부 방역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던 분"이라며 "실제로 기획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겠지만, 단순히 방역기획관 임명 자체를 문제 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질병청 내부에선 (기 기획관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모란 교수를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한 것은 방역정책에서 전문성 및 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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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0일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대국민성명서' 발표 행사에 참여한 기모란 방역기획관(오른쪽 첫 번째) ⓒ 권우성


기 기획관은 예방의학자로서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을 맡아 정은경 청장과 함께 방역 및 역학조사에 힘썼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과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1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방역 보좌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민간전문가들 사이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라면서  "청와대에서 이런 부분(방역)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다른 부서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으로부터 주도권 뺏으려고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 이 교수는  "청와대 의중이 중요하다. 기모란 교수가 그 안에서 민간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들을 수렴하고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가 방역하는데 어려운 부분을 조율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민간 전문가들이 원하는 역할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총의 모으는 역할 필요" "질병청에 힘 실어줘야"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외국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나 내각제 총리 산하과학기술위원회 등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면서 "옥상옥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크고 과학적 판단에 대한 총의를 모아야 할 때는 기획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나아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전문성 있는 과학자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해서 질병청·복지부·청와대 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질병관리본부장을 한 입장에서 아무래도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오히려 기 기획관이 대통령 가까이 있으니까, 질병청이 원칙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기모란 #질병관리청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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