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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단된 이슬람 사원... 소음과 악취 때문에 안된다?

[대구 이슬람 사원 표류기①] 주민들 반대가 원인... "명시적인 차별"

등록 2021.04.15 18:11수정 2021.04.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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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현수막 지난 1일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현수막이 경북대 서문 일대에 걸려 있다.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 복건우

 
협상은 30분 만에 끝났다.

경북대학교(이하 경북대) 서문 부근에 들어설 이슬람 종교 시설을 두고 갈등했던 주민들과 건축주 측은 지난 3월 24일 대구 북구청 소회의실에서 첫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주민들은 2월 말부터 공동성명을 내어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대구시건축사회 산하단체인 대구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에서 고시한 건축허가표지에 따르면 본 시설은 2020년 9월 28일 북구청으로부터 '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가 났다. 절차적 하자 없이 연면적 245.14㎡를 포함해 지상 2층으로 180.54㎡ 증축이 예정됐다. 오는 5월 30일이 공사 마감일이지만 2월 말부터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고 사원의 외형이 갖춰지자 주민들은 북구청에 민원을 넣어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북구청 건축주택과(아래 주택과)에 따르면 건축 허가에 앞서 공청회 등 주민 의견을 수립하는 절차가 법적으로 요구되는 건 아니다. 지자체의 일방적인 공사 중단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주택과는 "민원이 쇄도해 건축주와 같이 현장을 조사했고 건축주 위임을 받은 설계자가 공사를 중단한 뒤 주민들을 설득해보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고 말했다. 건립 중단 이후의 계획은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주민들은 불안하다

주민들은 대체로 이슬람 사원 건립 중단에 안도감을 내비쳤다. 주민 조희연씨는 사원 맞은편 주택에서 30년째 거주 중이다. 조씨는 "사원은 물론 교회든 절이든 동네 복판에 지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원이 세워지기 전에는 주택 마당에 모여 종교 행사를 치렀다. 라마단 기간 특히 소음과 악취가 심했다"며 "옆집 2층에서 살던 주민은 소음으로 이사를 갔다"고 덧붙였다.

사원 인근을 중심으로 종교 시설이 일상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익명을 요구한 대현동 주민자치회 측 주민 A씨는 조씨로부터 조금 떨어진 2층 주택에서 13년째 거주 중이다. 그는 "사람들이 이동하며 떠드는 소음은 문제"라며 "이슬람은 예배소에 모여야 믿음이 깊어진다는데 사원이 생기면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라 우려했다.

그는 대구북부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며 "무슬림이 많아지면 주민들의 두려움이 커질 것"이라 말했다. 지난 2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구 주거밀집지역에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은 1만 860명의 동의와 함께 한 달 뒤 종료됐다.

사원에서 몇 블록 떨어져 사는 주민들은 일상적인 피해보다 '이슬람 게토화'를 우려했다. 주민자치회 측 주민 B씨는 "30년 동안 살았지만 소음이나 악취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분쟁과 테러, 이슬람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슬럼화로 인해 집값이 떨어진다는 걱정으로 건립을 반대했지만 이제는 무슬림들이 무서워서 막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원 부근 협동조합 대표 C씨는 "종교의 자유는 찬성과 반대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갈등의 원인은 낯섦에서 오는 두려움"이라 지적했다. 그는 "이전엔 무슬림들이 같은 위치에 있는 주택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고 불법성이 있는 종교도 아닌데 특정 종교만 반대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입증 어려운 '우려'는 차별을 조장한다
 

대구 북구 대현동 252-13 이슬람 사원 공사 중단 현장 2020년 9월 이슬람 사원 2층 증축이 예정됐지만 지난 2월 말 민원에 부딪혀 중단됐다. 뼈대만 세워진 공사 현장에 건축 자재들이 쌓여 있다. 붉은 띠와 '공사중' 표지판이 입구를 막고 있다. ⓒ 복건우

 
이슬람 사원 건립의 당사자는 무슬림 건축주 7명과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들이다. 무슬림과 시민단체 측은 주민들이 반발하며 내건 '일상적인 피해'와 '이슬람화'라는 두 축의 우려가 모두 섣부른 판단이라 지적했다.

경북대 무슬림 대학원생 5명을 대표한 아사드씨는 "우리는 두 가지 불만(소음과 악취)이 발생할 때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슬람 사원 주변에서 대화를 자제하라고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충고했고, 가능한 한 향기를 조절하며 음식을 준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 이유가 새로운 모스크를 제안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며, 우리는 건설업자에게 음식의 향이 이웃에 닿지 않도록 높은 굴뚝으로 사원을 방음할 것을 충분히 고지했다"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3월 18일 성명을 통해 "잦은 예배로 인한 소음 피해 등에 대해서는 실질적 피해 여부를 확인해 합당한 조처를 하면 될 것"이며 "반이슬람단체 등의 종교적, 문화적 배타성에 기반한 주장들은 배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소음과 악취는 향후 사원 건립을 중단하는 요인이 됐다. 아사드 씨는 소음 문제에 대해 "그 건물은 오로지 종교적 목적으로만 사용됐다. 외국인들(무슬림과 비무슬림 학생)이 이슬람 사원 주변에 거주하면서 가끔 서로 방문해 친목을 나누는 건 자연스럽다. 외려 모스크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모스크에서 나는 소음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는 악취에 대해선 "일부 학생들은 이슬람 사원에 대해 불평하는 주민들의 집에 살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이슬람 사원에서 준비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식사를 하지만 주민들은 (주거) 공간을 수월히 제공했다"며 "소음과 악취로 추정되는 문제가 새 건물을 지으면서 완벽하게 해결될 것"이라 확신했다. 이슬람화 우려에 대해서는 "이곳의 사원은 한 학기 단위로 학생들이 졸업하고 신입생이 들어오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무슬림들이 모이지 않는다"며 "무슬림 대규모 행사가 필요하면 다른 도시의 모스크들이 더 적합할 것"이라 말했다.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소음과 악취는 피해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물이 올라가기 전에도 집에서 예배와 모임을 오랫동안 지속했다. 그동안 민원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이나 냄새가 아닌, 건축 후 예상되는 피해를 사전에 측정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주택과는 피해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갔음에도 "발생하지 않은 소음과 악취는 현장 조사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민원에도 실질적인 피해가 접수되진 않았고 우려 차원의 민원이 대부분"이라 설명했다.

우리 안의 혐오와 차별

해당 건축물을 통한 실질적인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우려만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현상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의 소지가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차별에는 비교 인자가 중요하다. 이슬람 사원이 아니어도 '(건축물이) 들어와서 소음을 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면, 즉 '무슬림 차별이 아니라 소음에 대한 지적'이라는 입증이 중립화에 성공한다면 (반대 의견의) 정당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소음과 악취'라는 일상적 피해의 유무뿐 아니라 특정 종교에서 비롯된 '이슬람화'라는 우려가 얽혀 있다. 대현동의 갈등은 소음과 악취만 따져서는 중립화가 어렵다.

이슬람화는 '우려'라는 지점에서 일상적인 피해와 맞물린다. 홍 교수는 "'무슬림은 대개 이렇다'는 가설에 불과한 우려로 설립이 중단되면 차별이 성립한다. 종교가 아니라 악취가 싫을 뿐이라는 그럴듯한 정당화 근거를 내세우는 것"이라며 "무슬림 일부가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게 사실일지라도 무슬림 집단 전체를 서비스나 용역 제공, 시설 이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것은 명시적인 차별이다"고 말했다.

공사 중단은 종교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인근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을 종교 활동에서 배제시켰다. 아사드씨는 "이것은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다. 예배소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법적으로 승인된 우리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소음과 악취는 사원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한정되는 고충이다. 이슬람 사원과 별개로 이는 인근 주민들의 주거권을 침해할 수 있다. 다만 근거리와 원거리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늘 일치하는 건 아니며, 현실적으로 소음과 악취는 설립이 예정된 사원에서 예전과 같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슬람화는 나아가 소음과 악취를 정당화 근거로 삼으며 현실에서 무슬림 집단을 일반화하는 차별의 근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우려와 왜곡에서 비롯되는 차별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우려는 우리 안의 혐오와 차별을 환기한다. 편견에서 비롯되는 차별은 단번에 제거되지 않는다. "이들(무슬림)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한국 사회에서 배타적인 시선을 받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므로 이들이 한국 생활을 안정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민족사회 단체라는 집단적 활동에 참여하며 노력하는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는 데스빈따의 주장(데스빈따 아유 이리아니, 대구에서 인도네시아인 되기: 민족경관 형성과 민족 내 관계성 중심으로. 경북대학교 사회학석사학위논문)은 우리가 잘 모르는 존재에 대한 우려와 편견이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내재된 차별을 꺼내어 지속적으로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 이슬람 사원 #공사중단 #무슬림 #대현동 #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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