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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식 강하고 평등정신이 기조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 / 45회] 그의 '무변의 시 세계'를 살피고자 한다

등록 2021.04.15 17:22수정 2021.04.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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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시산', 허균이 엮은 시선집. 1706년에 간행된 목판본 ⓒ 한정규

 
그는 1,500여 수를 남긴 대시인이다.

시의 유형도 국난기의 우국시와 애민시, 애정 갈등과 여성관련의 연시, 자연탐미시, 기행시, 인물시, 저항시ㆍ만시(輓詩) 등 다양하다.

"교산은 많은 시를 지었다. 오언(五言)과 칠언절구(七言絶句) 및 율시(律詩)를 비롯하여 부(賦)와 고시(古詩) 그리고 우리나라 문인들이 잘 짓지 않았던 사(詞)도 여섯 편이나 지었다." (주석 1)

허균은 두 권의 시화집과 한 권의 시집을 남겼다.
『학산초담』, 『성수시화』, 『국조시산』 등이다.

그의 시 역시 논설ㆍ산문ㆍ소설과 마찬가지로 주체의식과 평등정신이 강한 내용이 주조를 이룬다.

"허균은 자기의 시를 남들이 평가할 때, 당시(唐詩)와 가깝다느니 옛날 누구와 비슷하다느니 하는 칭찬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오직 허균의 시는 허균의 시답다는 평을 해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이러한 개성적인 표현과 독창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강조는 자신의 창작자세일 뿐만 아니라 남의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주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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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하평마을, 교산 언덕에 1983년에 세운 허균 시비. 한시 '누실명'이 새겨져 있다. ⓒ 장호철

 
그는 시의 소재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사람과 관련해서는 부귀빈천을 차별하지 않고 지었다. 평소 인격과 평등주의사상에 바탕한 때문일 것이다. 시를 지을 때도 그랬지만 시집을 엮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지득적이고 창의적인 시를 높이 평가한 허균은 시를 뽑아 평을 할 때 신분의 고하나 인간적 친소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공정한 태도를 취하였는데, 그래서 그의 시화나 시선집에는 당시의 유민시인(流民詩人)인 어무적(魚無迹), 부안기생 계생(桂生), 천인 유희경(劉希慶), 우사(羽士) 전우치(田羽治) 등 당시 하층계급 인물들의 시작품들이 실리게 되었다.


특히 어무적에 대해서 『국조시산』에서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하면서 그의 「유민탄(流民歎)」은 우리나라 7언고시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격찬을 하고 있다. 허균이 유민탄과 같은 민중들의 시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은 허균의 세계관이 투영된 결과이면서 동시에 그의 시관이 현실에 접근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주석 3)


그의 시작(詩作)은 조선시대 일반 유생들과는 격과 결이 크게 달랐다.

"허균은 좋은 시문(詩文)을 짓기 위해, '시변(詩辯)'에선 '쇠를 가지고 금을 만들고(용철여금(用鐵如金)), 썩은 것을 변화시켜 싱싱하게(화부위선(化腐爲鮮))'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문설'에선 중국 대가의 글들이 '쇳덩이를 달구어서 황금을 만들(점철성금(點鐵成金)'었듯이 '점철성금'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주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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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공원 안 전통 가옥 사랑채에 봉안된 허균 영정 ⓒ 나무위키

 
허균의 예술가적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글 가운데 「이 선생에게 답한다」에 잘 나타난다.

문장은 비록 잔재주라고 하지만, 학력과 식견과 공정이 없으면, 지극한 경지에 다다를 수가 없소. 다다른다고 해도 비록 크고 작고 높고 낮음이 있지만, 오묘함에 이르기는 곧 학력이 없고, 스승에 나아가지 않는 까닭에 식견이 없고, 꽤 익히지 않아서 공정이 없다 보니, 이 세 가지가 없이 망녕되게 스스로 표방하기를, 고인을 능지르고 명성이 후세에 전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나는 구태여 믿지 않소. (주석 5)

여기서는 시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몇 수를 골라 그의 '무변의 시 세계'를 살피고자 한다. 


주석
1> 차용주, 앞의 책, 283쪽. 
2> 김영, 「교산 허균」, 320쪽, 민족문학사연구소 고전문학분과.
3> 앞의 책, 322쪽.
4> 이문규, 앞의 책, 232~233쪽.
5> 이종주, 『고전의 산책』, 358쪽, 민족문화문고간행회, 1985.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허균 #허균평전 #자유인_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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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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