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부작용 알면서도 '재건축 쉽게' 손잡은 박영선·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부동산 공약 분석 ② 재건축·재개발] 우려되는 재건축발 집값 불안정

등록 2021.04.02 07:26수정 2021.04.02 07:26
1
원고료로 응원
집값 폭등과 LH 투기 사태의 여파 속에 치러지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을 두 차례에 걸쳐 비교·분석합니다.[편집자말]
a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누가 서울시장이 돼도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과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당선되면 '재건축이 쉬운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35층 층고제한 완화 등은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벌써부터 서울 강남 등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느렸던 곳을 한곳 한곳 직접 찾아가 챙겨보겠다." (박영선 후보, 3월 28일 서초구 유세 중)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시 방침(재건축·재개발 규제)을 바꿀 수 있다." (오세훈 후보, 3월 5일 <한국일보> 인터뷰)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는 두 후보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정비사업 진행이 더딘 곳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고, 오세훈 후보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못박으면서 재건축 속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 후보의 경우 재개발·재건축을 풀어서 향후 18만5000호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다만 박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주택 수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박 후보의 경우 전체 주택 공급 목표가 총 30만호인데 이를 전부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에는 소극적인 셈이다. 

35층 한강변 층고 규정도 푼다... 재건축 아파트 '들썩'

현재 35층으로 제한된 한강변 아파트 층고 규정도 풀겠다는 게 두 후보의 공약이다. 재건축 층고 규정의 완화는 은마아파트와 잠실 주공 5단지 등 강남 재건축 조합들이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통해, 재건축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상층부 펜트하우스 조성 등을 통해 분양가를 더 높게 받을 수 있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는 초과이익환수제도도 두 후보 모두 '완화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 29일 MBC '100분토론'에서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묻는 질문에 "일정 부분 풀어야겠다"고 답했다. 오세훈 후보도 초과이익환수제 완화를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공약했다.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두 후보의 말에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서울 지역의 주간 아파트 매매 시세는 0.09% 올랐고, 재건축 이슈가 있는 송파와 강남은 각각 0.17%, 0.7%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114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영향으로 재건축 단지들이 많은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를 봐도, '재건축 규정 완화=집값 앙등'은 정해진 공식이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지난 2015년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유예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없애면서, 재건축 고삐를 풀어줬다. 당시 보수 언론들은 '재건축 대못을 뽑았다'며 환호했다. 집값이 오른 것은 그때부터였다.

2015년과 2018년의 교훈
 
a

29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9993만원으로 지난달(10억8192만원)보다 1801만원 올라 11억원에 육박했다. 서울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13억500만원으로 처음 13억원을 넘겼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56%나 올랐다. 2014년(1.09%) 상승률의 5배가 넘는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6년 4.22%, 2017년 5.28%로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집값을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임대사업자 특혜 정책으로 다주택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면서 집값 폭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두 후보가 외치는 재건축 활성화 역시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시장은 말 한마디로도 집값을 올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자리다. 지난 2018년 7월로 돌아가보자.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 건물 높이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여의도·용산의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염두한 발언이었지만, 시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집값 상승세는 용산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의도 등 영등포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은 2018년 7월 이전만 해도 안정적이었지만, 박 시장의 발언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영등포구 매매가 상승률은 7월 20일 0.13% 올랐고, 8월 17일 0.15%, 8월 24일에는 무려 0.29% 급등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장작 쌓인 곳에 불 붙이고 부채질까지 한 격"이라고 혀를 찼다. 집값 앙등이 계속되자 박 시장은 여의도 통개발 발언을 부랴부랴 취소했다.

두 후보도 부작용 알고 있건만

박영선·오세훈 후보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르진 않는다. 박영선 후보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규제가 풀리면 돈이 몰리면서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수도 있겠지만, 도시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면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후보도 <한국경제TV>와 인터뷰에서 "재개발·재건축은 주변 지역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도 "공급물량이 충분히 공급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은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 집값은 안정될 것이라는 위험한 낙관론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재건축 규제가 풀려 집값이 또다시 오를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빈약한 상황이다. 

참여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집걱정없는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는 지난 29일 서울시장 주거공약 평가에서 "두 후보 모두 과도한 주택 개발 공약으로 서울시 전역이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는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을 맡고 있는 이강훈 변호사는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부동산 공약이 개발 및 규제 완화책으로 뒤덮이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서울 집값의 안정과 부동산 불평등의 완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기대를 서울시장 후보들이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선 #오세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