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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적폐 청산? 공무원 '가짜 농민' 왜 그냥 둡니까

[진짜 농사꾼이 본 LH사태] 농지 투기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 피하는 정부, 실망스럽다

등록 2021.03.26 09:56수정 2021.03.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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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농민의 길(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 대표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투기목적 비농민 소유 농지 국가 강제 매입' '땅 투기대상으로 전락한 농지 보호 위해 농지법 개정' '김현수 농식품부장관 경질'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1798년 황해도 곡산 부사이던 다산 정약용은 정조임금의 농업정책 제안 지시에 '응지논농정소(應旨論農政疏)'를 올립니다.

상소문의 첫 대목은 이렇습니다. 

"伏以臣竊以 農有不如者三,尊不如士,利不如商,安佚不如百工。今夫人情,莫不羞卑,莫不辟害,莫不憚勞,而農有不如者三,惟是三不如者不去,則雖日撻而求其勸,民亦卒莫之勸也" 

"신(臣)이 엎드려 감히 생각하온바, 농업이 다른 직업보다 못한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존중받기로는 선비만 못하고, 이익은 상업보다 못하며, 편하기로는 공업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인심은 비천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이익이 없는 것을 피하며, 힘든 일을 꺼리고자 합니다. 농업은 세 가지 모두 다른 직업보다 못합니다. 오직 세 가지 못한 것을 해결하지 않는 한 매일같이 매질하며 농업을 권해도 백성들은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산은 농업의 세 가지 못한 것의 해결책으로 편농(便農)·후농(厚農)·상농(上農)의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농사일을 편하게 하고, 이익을 늘리며, 농업을 우대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23년이 지난 오늘 다산의 글을 끄집어낸 이유는 LH농지투기 사태를 그냥 두고봐야 하는 농업의 현실과 농민의 처지가 223년 전보다 비루하고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농사꾼에게 분노와 좌절 안겨준 LH 투기 사태 
 

LH 직원들에게 적용 가능한 영리업무 기준 ⓒ LH 공사


LH 투기 사태는 농사꾼에게 분노와 좌절을 안겨주었습니다. 농사꾼의 삶과 노동의 공간이자, 농사꾼의 땀과 풀과 작물의 생명력을 받아들여 기후위기에 맞서는 농지가 투기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분노가 좌절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LH농지 투기 사태를 맞아 농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듯했지만, 농민의 삶과 노동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으로서의 농지에 관한 관심뿐이었습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라도 실제 농사를 지으면 처벌할 수 없다며 농업을 조롱하고 비하할 뿐이었습니다. 농사짓는 공무원들이 방패로 내세운 것은 헌법도 법률도 아닌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었습니다.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 업무의 금지) 공무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1.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의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하여 영리를 추구함이 뚜렷한 업무
2.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私企業體)의 이사감사 업무를 집행하는 무한책임사원·지배인·발기인 또는 그 밖의 임원이 되는 것
3. 공무원 본인의 직무와 관련 있는 타인의 기업에 대한 투자
4. 그 밖에 계속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의 영리업무에 상업, 공업, 금융업은 적시되어 있지만 '농업' 단 두 글자는 없다는 것이 농업은 영리업무의 대상이 아니라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223년전 다산이 상소를 올릴 때에는 농업이 상업, 공업과 비교 대상이라도 됐었는데 지금은 비교 대상조차 못 되는 부업이나 취미활동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LH 투기 사태가 시작된 직후부터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 처벌의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저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 4호. 그 밖에 계속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농업에 적용해 처벌할 것을 제기했습니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농어업경영정보의 등록) ① 농어업·농어촌에 관련된 융자·보조금 등을 지원받으려는 농어업경영체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하 "농어업경영정보"라 한다)을 등록하여야 한다는 조항에서 농업경영체등록이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임을 밝히고, 농사일이 주기적, 계절적으로 행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계속성의 기준을 충족시키면 농업경영체등록을 하는 것 자체가 영리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농업총조사의 행정자료 활용 방안 - 농업경영체등록부를 중심으로 - ⓒ 송호만/최은영



그러나 "부동산 적폐청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등 과격한 구호를 남발하기만 할 뿐인 촛불정부는 DJ와 노무현 정부의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한 대안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늘공들의 농업 무시 전략에 끌려다니며, 제대로된 해법은 물론 아무런 징계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DJ정부에서 추진했던 농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농업경영체등록제를 원래의 취지대로 정착시킨다면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투기꾼들을 모두 처벌하고, 다산이 말한 상농, 후농, 편농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다시 한번 농업경영체등록부 전수조사를 촉구하며, 기존에 나왔던 판례와 심판례들을 소개합니다. 공무원이 농업을 겸직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들입니다.
 

부산고법2017누22527 판례 ⓒ 조세심판원

 

수원지법2014-구합58465 판례 ⓒ 조세심판원

 

조심2010부0582 심판례 ⓒ 조세심판원

 

조심2010증1117 심판례 ⓒ 조세심판원

조심2014증0409 심판례 ⓒ 조세심판원


[관련기사] 
- 진짜 농사꾼이 문 대통령께 드리는 두 가지 고 (http://omn.kr/1sexq )
- LH 직원만 문제? 국회의원 농지 소유 명단을 공개합니다  (http://omn.kr/1sdoe)
- 부동산 투기 공무원 일망타진하는 확실한 방법 (http://omn.kr/1scj4)  
-직불금 받지 않은 53만 6000명, 의심스럽다 (http://omn.kr/1sj0r)  
       
#부동산 투기 #LH직원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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