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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태양광 사업... 작은 농촌마을에서 벌어진 일

쪼개기식 편법에 주민동의도 부실... 충북 옥천 덕실마을 '친환경' 에너지사업에 가려진 진실

등록 2021.02.25 11:16수정 2021.02.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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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사업이 예정된 충북 옥천 덕실마을 ⓒ 월간 옥이네

 
기후위기 시대,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태양광이다. 해만 뜨면 빛을 전기로 전환할 수 있고,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이것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낼 수 있는데다, 에너지를 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런 태양광이 최근 충북 옥천의 가장 작은 면, 안남면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안남면 도덕2리 덕실마을에 추진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이 그것. 주민들은 1인 시위, 천막농성, 행정심판 청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태양광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왜, 친환경 에너지가 작은 농촌 마을을 시끄럽게 하고 있을까?

태양광 사업, '농지'라서 문제다

첫째, 농사를 짓는 땅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농업 외 소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농업 수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어려운 농촌 현실에 그나마 숨통을 트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대부분 농지를 임차해 쓰는 소농인 상황. 초기 자본을 대거 투자해야 하는 태양광 발전 패널 설치는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이다. 더군다나 소농이 농사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태양광 개발업자가 에너지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입에는 안정성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임대인에게는 수익이 많은 쪽에 땅을 빌려주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평생 마을에서 살며 농사를 지어온 농민은 쫓겨날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밭이 비탈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경사 진 땅에 농사를 짓는 일과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야기한다. 농지로 활용할 경우 식물의 뿌리가 토사를 잡아주어 산사태 및 홍수를 예방한다. 반면 철제 구조물을 땅에 심으면 재해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 위기로 잦아지는 집중호우에 땅이 무너져 내린다면 이는 자연재해일까, 인재일까?

셋째, 눈을 감고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농촌의 들판을 상상해 보자. 벼가 금빛으로 물들어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찬란히 빛나고 있는 풍경. 그리고 무채색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신 풍경.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농촌을 찾기도 하면서 마을은 농촌체험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도시민은 그곳의 풍경에 반해 귀농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농촌을 찾을 것인가?

넷째,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있다. 모름지기 농지는 농사를 짓기 위한 땅이다. 농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그 땅은 잡종지가 된다. 농지에는 농사만 지을 수 있지만 잡종지에는 어떤 사업도 벌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농산물의 수입의존도를 높이고 식량주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태양광 업체는 '펜션이나 카페 등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어 투자가치가 있다'고 홍보한다. 태양광 발전 시설물 설치가 과연 에너지 발전만으로 끝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평화로운 덕실마을을 뒤흔든 태양광
   

충북 옥천 태양광사업을 반대하는 시민 ⓒ 월간 옥이네


어느 날 사업주가 각기 다른 6건의 개발 허가 신청이 옥천군에 접수됐다. 이후 4건이 추가 접수됐다. 총 10건 중 토지거래 매매가 취소된 2건을 제외하고 8건에 허가가 났다. 이상한 점은 이 8건의 허가 대상지가 모두 이어지는 땅이라는 점과 총면적 80%의 소유주가 동일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태양광 업체의 대표이사였고, 나머지 사업주는 해당 업체의 직원이었다. 이러한 '쪼개기식 편법'으로 허가를 받아낸 이 1만2천298㎡의 땅은 ▲ 필지 5천㎡ 이상에 적용되는 환경영향평가 ▲ 재해위험 예방 시설 마련 기준을 피해갈 수 있었다. 업체 입장에서 돈도, 시간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편법 투기 외에도 문제는 더 있었다. 농업경영체로 등록하고 농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태양광 에너지 판매 시 1.2배 높은 단가를 적용할 수 있는, '농민을 위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것. 실제 농민이 아니라도 작물을 심어놓고 등록만 하면 쉽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농지도, 농촌 마을도, 농민을 위한 혜택도 모두 실제로는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됐다.

행정처리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공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주민들은 착공 4일 전 업체로부터 통보받았다. 업체가 허가를 위해 옥천군에 제출한 서류 가운데 '주민설명회' 사진에는 주민 몇 명만이 식당에 모인 모습이었고, '주민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주민들 역시 정작 그것이 무엇을 위한 서명인지 몰랐다고 말한다.

덕실마을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옥천군이 이장에게 확인 전화 한 통만 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옥천군 행정에는 군민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태양광 발전 시설물 설치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2019년 1월부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꾸준히 논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6번에 걸친 심의에서 경사도에 의한 자연재해, 태양광 패널 청소 오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에 대한 우려가 미리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안건들은 결국 승인됐다.

이후 옥천군은 "허가를 내줬으니 번복해 취소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표해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이미 제기된 위험성으로 인한 주민 피해는 묵살하고, 허가를 번복할 시 업체에 당할 행정소송에 몸을 사리는 옥천군의 소극적 태도는 주민들을 더욱 실망케 하고 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건 '태양광'이 아니다
 

충북 옥천에 걸린 태양광사업 반대 펼침막 ⓒ 월간 옥이네


친환경 가면을 쓴 난개발은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청산면 일대를 비롯해 충남 금산군 남이면, 전북 장수군 천천면 등에서 나무를 벌목하거나 농지를 잠식한 태양광 난개발 현장을 볼 수 있다. 농촌 주민의 터전을 빼앗고, 산을 깎아 만드는 태양광 에너지를 과연 친환경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30일 안남면 도덕2리 덕실마을회관에서 김재종 군수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됐다.

김재종 군수는 "아직 확실한 답은 없지만 (주민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려고 오늘 찾아왔다. 행정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믿고 기다려달라"고 전하며 "현재 도시계획심의위원 가운데 한 명만 지역 주민인 상황인데, 지역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을 3~4명 더 보강할 계획이다. 앞으로 허가처리 과정 결재는 모두 군수가 직접 하고, 관행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자체 조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덕실마을 주민 A씨는 "우리는 태양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농지, 산, 임야를 훼손하는 등 환경을 파괴하며 개발행위를 하는 것을 반대한다. 외부인이 마을에서 사업을 한다면 더 꼼꼼히 확인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덕2리 전 이장 이예섭씨는 "농사만 짓고 살던 사람들이라 법률적인 단어는 모른다. '환경영향평가'니 '전기사업법'이니 하기보다 주민 입장에서 위로해 달라는 것"이라며 "('쪼개기'식 개발허가가 편법이지만, 법에 어긋나지 않아 통과시키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얘기할 때 상당히 화가 났다. 뻔히 알면서 관행이라고 하면 행정공무원이 왜 필요하냐"고 실망을 표했다. 동시에 "(관행을 타파하는) 용감한 공무원이 있다면 우리가 밥을 굶더라도 구제할 용의가 있다. 군수님이 이런 용기를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실망"이라고 전했다.

덕실마을로 귀촌한 지 8개월 됐다는 장남옥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해서 안전 문제에 예민하다. 허가가 부결처리 됐을 때 이유가 '산사태'였는데 소송 위험 때문에 번복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송을 불사하고 부결 처리했다면, 주민들은 옥천군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안전은 양보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안남면태양광반대대책위 총무 임해란씨는 "2018년부터 옥천군에서 이런 난개발 문제가 있었는데, 해결되지 않으니 결국 우리 마을까지 오게 된 것이다. 괘씸했지만 도덕리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행동해 옥천군의 난개발과 무책임한 행정이 제대로 바뀔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허가 취소' 처리를 바라고 있고, 만에 하나 행정심판에서 지더라도 재해 대책을 제대로 세우게 하는 등 다시는 난개발에 주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전했다.

농촌에 살지 않는 이에게 농촌은 어떤 곳인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며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곳? 아니면 먹거리를 생산하며 식량주권을 지켜내는 곳? 그것도 아니면 개발 블루오션? 저마다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은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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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 덕실마을 태양광 사태 진행 과정 ⓒ 월간 옥이네


월간 옥이네 2021년 2월호(통권 44호)
글·사진 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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