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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가족 '멸문지화'가 최종 목표인가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조민 스토커가 된 언론

등록 2021.02.05 07:30수정 2021.02.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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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한일병원 인턴에 합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 한일병원  "인턴 전형 3명 지원, 3명 합격"... 조민 합격한 듯(뉴스1 4일 자)

"합격한 것으로 추정된다"란 문장 말미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합격한 듯"이란 애매한 제목은 또 어떠한가. 일부 매체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보란 듯이 '속보'를 달기도 했다. 헌데, 4일 오후 '블랙코미디' 같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1보는 부산일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국 딸 조민, 한일병원 인턴 합격한 듯… "3명 지원해 3명 합격">으로 기사 제목을 뽑고는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십에 불합격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가 공기업 산하 병원 인턴십에 합격했다"라고 전했다.

"합격한 듯"과 "합격했다"라는 같은 듯 다른 표현이 혼란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부산일보는 한일병원이 합격 여부를 합격자에게 개별 통보했다고 전한 뒤 병원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병원 측이) 조씨의 합격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 실명은 거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라고 덧붙였다. 합격을 한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합격한 듯"이란 제목과 "합격했다" 기사 속 문장이 동시에 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후 각종 매체가 "합격한 듯"이란 부산일보의 1보 제목을 '카피' 했다. 한국경제는 아예 <직전까진 합격자 공개한 한일병원, 조국 딸 합격여부는 '비공개'>라고 보도했고, 조선일보처럼 "합격"이란 단정적 제목과 함께 "확인됐다"라고 보도한 매체도 적지 않았다. 마침 이날은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 폐지를 공식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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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엔 <조국 딸 조민,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불합격>이란 동일 제목의 기사들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이 중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조선일보, 매일경제, 국민일보, 한국경제 등 일부 주요 보수‧경제지들은 아예 '속보'를 달고 본격적인 '클릭질 장사'에 나섰다. 목불인견이 따로 없었다.

우리 언론이 여느 전·현직 고위 공직자의 자녀 취업 여부에 이런 속보 경쟁을 벌인 전례가 있는가. 아니, 현직 대통령 자녀라도 이런 스토킹식의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가 다분한 부적절한 취재나 속보 경쟁은 안 될 일 아니겠는가. 문제는 조씨를 상대로 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상식적인 보도가 비단 이런 속보 경쟁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임 회장과 언론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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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왼쪽)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논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9.4 ⓒ 연합뉴스

 
일련의 도도한(?) 흐름이 존재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지속적으로 논란을 생성하고, 적지 않은 보수‧경제지가 이를 받아쓴다. 그도 모자라 칼럼과 사설 등으로 논란을 확대·재생산해 낸다. 일주일 사이 개별 병원의 인턴 면접을 본 조씨의 합격 여부가 '속보'로 떠오른 배경이다.

먼저 임 회장의 과격한 언사는 이제 의아함을 넘어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날 임 회장이 쓴 "조민 부정입학을 얘기했더니 나경원 애들은 왜 얘기 안 하냐고 몰려와서 밤낮없이 짖어대는 아메바 수준의 지능지수를 가진 단세포류들이 있다"라는 페이스북 글도 수많은 매체가 기사화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임 회장이 뱉어내는 독한 언설이 고스란히 따옴표 속 제목으로 기사화되는 중이다.


임 회장은 앞서 3일엔 한일병원 측에 "조씨의 인턴 응시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요구했고, 조 전 장관 딸의 입학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산대 총장과 의학전문대학원장, 고려대 총장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고, 교육부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으며, 법원에 조씨의 의사 국시 응시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을 당한 것도 바로 임 회장이었다.

이렇게 임 회장을 대단한 스피커로 만들어준 언론들이 별달리 주목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내달로 다가온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의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본인도 출마 의지를 나타내고 있고, 최대집 현 의협 회장 탄핵안 발의 및 조씨의 의사국시 반대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지난 2019년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럼에 의사협회 대표 격으로 참석, 단상에 드러누운 채 '문재인 케어' 반대 시위를 이어가며 "문재인 지지율 철저히 떨어뜨려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투쟁하겠다"라고 천명한 것 역시 임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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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조씨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지난해 '의사 국시 사태'를 통해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임 회장이 조국 일가족을 '악마화'하고 조씨를 '나쁜 의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임 회장에게 스피커를 쥐여준 보수‧경제지들은 어떠한가. '조국 일가족 죽이기'를 위해선 황당한 오보도 불사한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의 <조민의 신의 한 수>라는 제목의 '안혜리의 시선' 칼럼이 딱 그랬다. 해당 칼럼은 조씨가 의사시험에 합격하기 두 달여 전 확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의 피부과 증원을 조씨의 인턴 지원과 연결 짓는 '오보'에 가까웠고, 곧이어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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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1.1.28일 자 종합 28면 '[안혜리의 시선] 조민의 신의 한 수' ⓒ 중앙일보

 
그럼에도 조씨가 면접을 이어가자 조선일보는 3일 <"조민은 정경심 공범"이라는 검찰, 기소 안하나 못하나>라는 기사를 통해 검찰 수사를 추동했다. 해당 기사는 앞서 1일 조씨에 대한 검찰 기소를 촉구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 기소 여부의 현실성을 진단한 익명의 법조계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조씨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타진하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국민일보도 임 회장의 주장을 고스란히 반영한 <"조민, 오늘 한일병원 인턴 면접.. 환자 볼 자격 없다">는 기사를, 서울경제도 <"조민 부정입학" 국민의힘 수사 촉구에도 움직이지 않는 檢, 이유는>이란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조국의 호소

단순한 클릭 장사, 기사 조회수 올리기의 일환이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서두에 소개한 속보 경쟁은 그런 관성이 작용한 결과일 터다. 하지만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을 근거로 검찰을 상대로 조씨에 대한 기소를 촉구하는 건 분명 다른 문제다.

결국 보수‧경제지의 최종 심급은 조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멸문지화'인 걸로 보인다.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이어져온 보수야당 및 검찰과의 3자 커넥션의 최종 종착지 말이다.
 
근래 제 딸의 병원 인턴 지원과 관련하여 악의적 허위 보도가 있었고, 그에 따른 개인 정보 유출과 온오프라인에서의 무차별 공격이 있었습니다. '스토킹'에 가까운 언론 보도와 사회적 조리돌림이 재개된 느낌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러한 과정에서 제 딸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보다 못했는지, 조 전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이런 호소를 남겼다. 오죽했으면, 조 전 장관을 비판해온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조차 "성적이 좋지 않아서 (합격이) 쉽지도 않을 것"이란 단서를 전제로 "저도 누구보다 조국을 비판하는 사람이지만, 조민의 인턴지원 상황을 생중계하듯이 일일이 공개하고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꼬집었을까.

조씨의 국시 합격 여부나 병원 취업 여부는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선 의사들의 처우나 인권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비판도 수위와 균형이 맞았을 때, 사실에 기반할 때 유효한 법이고,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다. 일반인인 조씨를 이제 좀 그만 놔주기를.
#조국 #조민 #임현택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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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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