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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전쟁 참가했다"... 한국도 '공매도 전쟁' 조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반공매도 운동 시작... 잔고 1위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첫 대상

등록 2021.02.01 15:35수정 2021.02.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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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일부터 한 달 간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공매도 폐지반대' 등 문구가 적힌 버스를 국회와 금융감독원,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아래 한투연)가 주가 하락에 베팅해 돈을 버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투연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첫 번째 표적으로 정하고 전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시작된 반(反)공매도 운동의 불씨가 한국 주식 시장으로도 옮겨붙는 모양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1일 오전 11시께 유튜브를 통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며 "투기 자본과 야만의 논리로 무장해 개미 투자자들의 눈물로 배를 채워 온 공매도 투자사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란, 먼저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재구매해 갚는 방식의 투자다.

한투연은 회원들이 모여 있는 포털사이트 카페와 유튜브 채널의 이름을 '케이스트리트베츠(Kstreetbets, KSB)'로 정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헤지펀드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구심점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내 주식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WSB)'에서 이름을 따왔다.

최근 미국 주식 시장 내 개별 종목인 게임스탑, AMC,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 주가는 급격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요동치고 있다. 공매도로 수익을 올려왔던 헤지펀드에 반감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로 각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금융판 적벽대전... 미국 개미는 왜 헤지펀드와 전쟁 벌이나 http://omn.kr/1rw96)

이날 정 대표는 공매도의 문제점을 몇 가지로 요약해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매도는 의무 상환기간이 없어 길게는 10년 이상 한 기업에 기생하면서 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주식을 빌려올 때 보증금 역할을 하는) 증거금도 없이 20배 레버리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매도로 인해 국부 유출 또한 심각하다며 "외국인은 (공매도로) 해마다 100조원 이상을 벌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정 대표는 "외국인들은 주가 하락을 위한 악성 루머와 저질 리포트를 생산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등 숱한 불법과 탈법, 편법을 저질렀지만 금융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매도는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장 산업, 미래 산업에 속하는 기업을 집중 겨냥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진보를 억압하는 반사회적인 투자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시적으로 중단된 공매도가 오는 3월 16일 재개를 앞두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그는 "공매도 재개 전, 100% 전산화된 무결점의 무차입 적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달 주기가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불법을 적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 공매도 주체의 5년 또는 10년 수익을 조사해 객관적인 수치를 비교해보고 공매도 존치 여부를 사회적 논의로 결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반 공매도 운동의 불씨... 심상치 않은 국내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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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 간의 첫 번째 격전지는 국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각각 상장돼 있는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가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각각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4.83%, 6.57%이다. ⓒ 한국거래소 화면 캡처

 
정 대표는 공매도 세력과의 첫 번째 격전지로 국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각각 상장돼 있는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지목했다. 각각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4.83%, 6.57%으로 높은 편이다. 그는 "(두 종목의) 주주들과 연합해 공매도와 맞서 싸울 것을 선언한다"며 "향후 다수의 상장회사 주주들과도 힘을 합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오후 3시 기준) 두 종목의 주가는 직전 개장일이었던 29일 종가 대비 각각 약 14.2%, 6.9% 상승한 37만원·9만6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투연 포털사이트 카페에도 두 종목 매수에 동참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off***는 "작지만 1주를 보태겠다. 공매도 박살을 위해"라고 썼다. 또다른 누리꾼 gun*** 역시 "셀트리온 전쟁에 참가했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한투연은 이날부터 한 달 간 공매도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공매도 폐지반대' 등 문구가 적힌 버스를 국회와 금융감독원,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반감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9일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재개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24.0%, '반대한다'는 응답은 60.4%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시작돼 지난 1월 30일 마감된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 지금 증시를 봐주세요. 공매도가 없다고 증시에 문제가 있나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명이 넘는 이들이 몰렸다.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나 관계 부처가 답변해야 한다.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한투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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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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