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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유명한 목공방, 절대 해선 안 되는 두 가지

[월간 옥이네] 누구나 언제나 즐기는 취미 목공, 옥천목공방

등록 2021.01.30 11:57수정 2021.01.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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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목공방 박정길씨 ⓒ 월간 옥이네

 
바라보기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줘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로 인기가 많은 목재. 자신만의 목재가구를 직접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DIY(Do It Yourself의 약자,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제품) 목공에 도전하는 이도 많아졌다. 하지만 부푼 기대를 안고 처음 도전해보는 목공은 이내 벽에 부딪히고 만다. 비싼 장비나 좋은 나무만이 원하는 제품을 위한 지름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

10년째 목공을 취미로 해오며 역시 같은 고민을 가졌던 박정길(52, 대전)씨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공유하고자 네이버 밴드 '함께하는 초보 목공'을 개설하고 4년째 공동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에 '옥천 목공방'을 열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맞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2월 17일, 세 번째 손님을 맞이한다는 그의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함께하면 더 좋은 것이 되니까

'빨리빨리'의 나라 대한민국. 오죽하면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가 '빨리빨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박정길씨도 나무를 다루기 전까지는 사소한 것에도 발끈하는 "불같은 성격"이었다.

"나무를 만지고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급한 기질이 있었는데, 나무는 빨리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나무를 건조하는 데에만 최소 몇 년이 걸리고, 하나하나 도려내고 차분히 다듬어야 해요. 잡념이 없어지니 마음 회복에도 좋고요. 집중하지 않으면 망치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으니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돼요."

그가 나무공예를 시작한 건 약 10년 전이다. 당시 운영하던 공장의 창고 자리에 나무와 기계를 들이며 취미생활을 시작한 것. 그렇게 시작한 목공은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는 듯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목공을 배웠다. '비싼 장비가 더 좋겠지?'라는 생각에 거창한 기계도 사고 비싼 나무도 들였다. 하지만 비싼 기계는 그가 만들고자 하는 작품에 필요 없는 것이었고 나무는 건축용 자재였다. 그는 이 과도한 '배움의 비용'을 아깝게 느껴 다른 사람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에 그는 네이버 밴드 '함께하는 초보 목공'을 만들었고, 개설 4년 반 만에 회원 수 2만여 명에 달하며 전국으로 소문이 났다.

"기존에 포털사이트 카페와 같은 목공모임이 몇 개 있어요. 그런데도 굳이 밴드를 따로 만든 이유가 있지요. 저희 밴드에는 몇 가지 철칙이 있어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행복을 누리고자 만든 모임인데, 누구는 이득을 보고 누구는 손해를 본다면 모임 취지에 맞지 않잖아요."

밴드 회원들은 자신의 목공기술과 작품을 공유한다. 회원끼리 작품을 사고 팔 수는 있지만, 운영진이 수수료를 받거나 이익을 남기지는 않는다.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질 좋고 저렴한 국내회사 제품을 선별해 공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전국구 회원들과 유대관계를 쌓으며 2년 전부터는 일 년에 한 번, 워크숍 형식의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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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목공방 박정길씨 ⓒ 월간 옥이네

 
또 하나의 철칙은 "음주 금지"다. 그는 이 모임이 친목과 유흥을 위한 것이 아닌 배움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회비를 걷긴 하지만 장소 대여비와 식비, 재료비 등으로 모두 지출하고 재정비용으로 남기는 돈은 없다.

"연수원을 빌려서 진행하는데, 주로 작품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러다 보니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고, 어린이도 많아 음주를 지양하는 분위기를 만들자 했죠. 건전하게 시간을 보내면 각종 사고의 위험도 줄고요. 상업적이지 않고 건전한 모임을 하다 보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밴드 회원들 덕분에 팔도에서 옥천목공방을 찾는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고르면 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덤으로 얹어준다. 원목펜 하나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이지만, 초보자가 칼을 다루기는 위험하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비는 받지 않는다.

완성품을 팔지도 않는다. 꾸준히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에 대한 기술은 얼마든지 공유하겠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기계로 또 사포로, 가로로 세로로 원목을 깎으면 그 나무의 고유한 향이 온가득 퍼진다. 레이저로 이름까지 새기고 나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손에 쥘 수 있다.

쌓여가는 추억이 가득한 곳

박정길씨가 옥천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6년 전이다. 옥천읍 수북리에 선산을 마련하고 흩어져 있던 조상들을 한 곳에 모시면서 이 지역에 애착이 생겼다. 그 후 마을 이장에게 부지를 추천받아 그가 운영하던 플라스틱 사출 공장을 이곳으로 이전했다. 공장은 더 이상 돌아가지 않지만, 목공방과 텃밭 그리고 닭들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그의 아버지를 대신해 곁에 남아 있다.

"텃밭 일을 다 아버지께서 하셨어요. 대전에서 여기까지 기름값, 톨게이트 비용 들여가며 달려와서 종일 흙 만지고 상추 조금 뜯어가실 때 그렇게 행복해 하셨는데,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겠더라고요. 닭도 아버지께서 예전에 키우셨는데 남겨진 그 추억 때문에 닭장을 비워놓지 못하고 계속 키우고 있어요. 닭을 잡지는 못하는데, 달걀 가져다 먹고 모이 주는 재미로 기르는 거죠."

대전과 옥천을 매일 오가는 박정길씨. "닭 모이랑 물 챙겨주러라도 매일 와야 한다"는 그는 내년에는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이주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연세 많으신 어머니와 아이들 식사 시간 챙기려면 여기서 오후 4시에는 출발해야 해요. 손님맞이하고 작품 조금 만들면 금방 돌아갈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이사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주택을 짓고 그 안에 집진시설이 완비된 공방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의 작업실은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거든요. 나무 보관 환경도 좋지 않고요."

이곳은 이미 그의 마음 속에 제2의 고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더불어 즐기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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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목공방 박정길씨 ⓒ 월간 옥이네

 
자신을 "나이롱(나일론)"이라고 칭하는 박정길씨. 웬만한 제품은 만들 수 있지만, 그저 취미활동에 불과하다고 거듭 말한다. 제품 제작, 밴드 운영, 손님맞이, 목공 체험 등 모든 일은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그를 움직이게 한다.

'흔들의자'와 '짜맞춤 가구'를 만드는 것은 그의 목공 인생 버킷리스트다. 목공 10년 차가 된 지금, 대전소재의 흔들의자 목공방에서 교육을 받으며 버킷리스트에 도전하고 있다. 교육비와 재료비를 합쳐 3백만 원이 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빚지지 않고 아껴 쓰면서 재밌게 살면 되지!" 싶었다.

또 다른 버킷리스트인 짜맞춤 가구는 적어도 1년 이상 소요되는 정밀한 작업이라, "텃밭도 가꿔야, 손님도 맞이해야, 닭도 키워야"하는 그는 너무 바쁜 일정 탓에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욕심을 부리면 원래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저 좋아하는 목공을 하면서 여럿이 더불어 즐기고 행복하게 살면 그것만큼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자식들 다 잘 크고 부모님이 오래 건강하신 것이 제 바람이에요."

잔디 위 꽃과 나무가 예쁘게 심긴 정원을 앞으로 둔 전원주택이 보인다. 한편에는 집진시설이 완비된 목공방에 원목 목재가 쌓여 있고 그가 만든 흔들의자가 놓여 있다. 정원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바비큐 그릴 기계 주위에서는 박정길씨와 지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신다. 그가 꿈꾸는 10년 후의 모습이다.

"목공에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라 전하는 박정길씨의 옥천목공방은 포근한 나무 내음을 풍기며 오늘도 활짝 열려 있다.

[옥천목(木)공방 정보]
주소 :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 197-4
네이버 밴드 '함께하는 초보 목공' 


월간 옥이네 2021년 1월호(통권 43호)
글·사진 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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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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