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 "'이명박·박근혜' 사면 결정권, 국민에게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폭로 당사자가 본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등록 2021.01.07 16:58수정 2021.01.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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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일 민생당 금융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모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민 기자 ⓒ 오혁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가 정치권에서 화두다. 민주당에서는 '사면 불가론'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으로 갈리면서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폭로했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생각은 어떨까? 취재진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모처에서 그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폭로 뒤 4년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셨나.

"현재는 광주에서 생활하고 있고 민생당에서 광주시당 위원장, 중앙당에서 금융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으로 당직을 받아 일을 하고 있다."

- 원래 민생당 입당 전에 고민도 많으셨다. 입당하신 후에 '노승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잊으신 분들도 있을 거 같은데

"'국정농단 노승일', '최순실 저격수'라는 인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잊힌 것은 맞다. 노승일이라고 떠올리면 붙어 다니는 꼬리표가 최순실 박근혜다. 평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에 그 꼬리표를 떼려 노력했다. 특히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정치에 실이 되면 실이 됐지 득은 없었다. 어디 가서 최순실 국정농단 노승일이라고 하면 피하고 싶다. 그건 이제껏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로 이득을 보지 않았냐고 하지만,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얘기가 나왔을 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야권 쪽에서 사면 얘기를 몇 번 꺼냈을 때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축했지만, 12월 31일 손학규 전 대표가 사면 얘기를 하고 다음 날 이 대표가 얘기를 꺼내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당연히 민주당에서는 사면 불가론이 대세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과 싸웠던 한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기자가 그 내용을 부각시키려 잘못 전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사실관계 확인을 한 이후에 미래 혹은 내 가족에 대한 불안감, 그들이 사면이 된다면 내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건 버린 적이 없다. 화도 나고 배신감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야권이 아닌 여권에서 당대표가 얘기를 꺼냈다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결론은 이렇다. 박근혜를 탄핵했을 때 국민의 힘으로 탄핵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국민의 선택으로 당선됐다. 이명박 박근혜의 사면은 이제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진보가 대권을 이어가거나 보수로 정권이 바뀌어도 이 문제에 대해선 국민의 심판이 남아있다. 양쪽 진영에서 누가 대권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이 대표의 발언은 '신의 한 수'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대표가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보수가 정권을 잡았을 때에야 사면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불안해하겠지만 이 발언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본다."
 

노승일 민생당 금융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모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민 기자 ⓒ 김성민

  
- 청와대는 침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대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관계였다. 국정을 이끌어가면서 국민 화합은 절실히 필요했다. 지금까지 국민적 화합이 이뤄졌던 적은 거의 없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화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데 이 대표가 국민화합을 위해서 언급한 것이지 직접적인 사면을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적폐 청산'을 떠올리고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힘든 자리에 앉은 분'이라고 본다. 전 정권의 부패로 인해, 박근혜가 탄핵을 당하고 탄생한 정부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장 무겁고 힘든 자리가 지금 문 대통령의 자리다. 국민들이 개혁을 원했고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을 취임하자마자 밀어붙였다면 과도하다는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

개혁은 '아름다움'이다. 천천히 눈에 보이지 않게 누가 피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침착한 진행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은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천천히 진행돼왔다. 그게 지금에서야 꿈틀대는 것이지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개혁을 완수하면 좋겠지만, 반발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겠나."

이낙연의 사면론 발언, 고육지책일 것

- 이낙연 대표에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실상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이재명 지사도 국민 대화합을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 대화합을 피부로 느낀 것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대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낙연 대표 발언은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사도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언급을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이낙연 대표는 그 파장을 예상하고 본인의 소신 발언을 했다. 그 소신 발언은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 인터뷰 이전에 '이낙연 대표'에 대한 본인 견해를 잠깐 말했었는데.

"과거에 자료를 모으고 폭로를 준비했을 때 '왜 폭로하려고 그러냐, 어차피 질 것'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얻는 것은 없었다. 내가 바라는 깨끗한 나라가 되길 원하는 것이다. 청문회가 끝난 이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민주당 경선에 나왔을 때 캠프에서 전화가 왔었고, '공익제보자 단체와 함께하니까 같이하자'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다. 솔직히 말하면 문 대통령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특보 제안이 왔었다.

저는 당시 이렇게 얘기했다. 제가 박근혜 최순실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야 하고 그들과 싸워야 하는데, 내가 만약 그쪽에 가서 특보를 하게 되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캠프 측엔 '마음만 같이하고 박근혜 최순실과의 싸움을 준비하겠다'며 거절했다. 만약 그때 내가 문 대통령 특보를 했다면, 과거 폭로했던 것이 이유가 있어서 폭로했을 것이라는 '색깔론'에 갇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문재인 대통령을 도우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오점 하나 없이 운영하셨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보고 많이 존경하게 됐다. 그러나 표현한 적은 없다."

'이명박·박근혜' 사면 결정권, 결국 국민에게 있다 
 

노승일 민생당 금융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모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민 기자 ⓒ 김성민

 
- 일각에선 전두환 대통령사면과 이명박·박근혜 사면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전두환 사면과 이명박 박근혜 사면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전두환은 민주화 운동 하던 사람들을 학살하고 사살했으며, 결국 살인자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해결책으로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명박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고인으로 만들었고, 4대강 사업과 방산비리·자원외교 비리의혹 등으로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국가의 정책인 것처럼 포장해 퇴임 뒤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자 한, 민간인 최순실을 통해 국정을 어지럽힌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면은 이제 국민이 판단과 결정에 달려있다.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론은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 국민에게 결정권이 있다."

- 두 전 대통령 사면 뒤 통합이 아니라 국민 분열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국민의 심판으로 박근혜는 탄핵됐다? 국민의 선택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이 됐다. 그런 것처럼 이번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은 국민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결론을 딱 지어준 것이다. 만약에 사면 얘기가 지금 안 나오고 계속 거기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여야는 항상 대치되고 국론분열을 일으킬 것이다. 근데 그걸 아예 2021년 1월에 끝낸 거다. 더 이상 이 얘길 못하게. 이제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로 넘어간 것이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서 이명박·박근혜는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안 돼, '당시에 이미 끝난 부분이야'라고 간결하게 끝낼 수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은 결국 이낙연의 소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국민화합을 위해서 이런 것도 있다는 의견이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 본인이 생각하는 민생정치는 무엇인가?

"지금 코로나19로 수많은 자영업자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극단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평등한 의식주를 누릴 수 있는 그 날을 기약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cms.todaykorea.co.kr/ <투데이코리아>에도 송고했습니다.
#노승일 #이낙연 #민주당 #최순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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