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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남편과 아이 잃은 여자의 처절한 복수

[미리보는 영화] <나이팅게일>이 담은 약자들의 추격극

20.12.21 10:36최종업데이트20.12.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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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팅게일> 관련 이미지. ⓒ 조이앤시네마

 
박복해도 아마 이렇게 박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난한 삶이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아이가 있어 삶을 지탱하던 한 여성은 단 하루 만에 남편과 아이를 모두 잃는다. 정확히는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군인이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리고 이 여인은 복수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나이팅게일>은 분노로 점철된 한 여성의 처절한 복수극 내지는 추격극이라고 할 수 있다. 배경은 1825년, 호주의 테즈메니아섬으로 한창 영국의 식민지 정책이 작용하던 때다. 아일랜드인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던 클레어(아이슬링 프란쵸지)는 자신을 겁탈하던 영국군 장교 호킨스(샘 플라플린)에게 저항했다는 이유로 그 모진 고통을 당한다. 슬픔과 분노에 가득 찬 클레어는 길잡이 빌리(베이컬리 거넴바르)와 함께 험난한 복수 여정을 떠난다.

설정 때문에 스릴러 요소 및 종종 공포 요소가 눈에 띄는 <나이팅게일>은 장르적 특징보다 주요 인물의 심리 묘사에 신경 쓴 모양새다. 영국인의 노예로 살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원주민 빌리는 물론이고, 클레어 역시 아일랜드인으로서 일종의 모욕을 당하며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 큰 시련을 겪고 각성하게 되는데 그 발화점 이후 클레어가 두려움과 분노, 감정적 격변을 겪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나이팅게일>이 단순한 추격극, 심리극일 수 없는 게 우선 시대적으로 약자 취급받던 노예, 그리고 여성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다. 무시당하고 착취당하던 존재들이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게 되는 과정까지 영화는 섬세하게 다룬다. 특히 클레어와 빌리 두 사람 또한 백인과 흑인이라는 차이가 있는데 길을 떠나고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모종의 불신을 서로에게 품고 있음을 시사하는 묘사는 이 영화의 섬세함을 대변한다.

백인 여성과 원주민 노예의 복수는 과연 성공할까. 이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선 마지막까지 긴장한 채 던질 수 있는 의문이다. 많은 복수극이 그랬듯 속 시원하고 일종의 감정적 승화가 이뤄질지 아니면 찝찝하고 뭔가 여운이 남는 결말일지는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클레어와 빌리의 선택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최선의 결말이 아닐까 싶다.

 

영화 <나이팅게일> 관련 이미지. ⓒ 조이앤시네마

  

영화 <나이팅게일> 관련 이미지. ⓒ 조이앤시네마

 
제목이 나이팅게일인 이유는 클레어의 노래 솜씨 때문이다. 영국군 앞에서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클레어는 아일랜드인 특유의 감성을 실어 삶을 노래하곤 한다. 마치 지저귀는 새와 같은 목소리로 클레어는 사람들 앞에서 혹은 홀로 힘든 순간을 견딜 때 노래한다. 같은 대영제국이라지만 그 안에서도 일종의 차별과 멸시를 당한 민족의 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꽤 긴 런닝타임이지만 영화 자체가 품고 있는 긴장감과 섬세함으로 집중해서 중반부까지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 <바바둑>에서 한 여성의 심리적 절망을 공포 요소와 함께 잘 표현한 제니퍼 켄트 감독이 다시 한번 실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나이팅게일>은 2018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한줄평: 약자들의 연대와 처절한 복수극, 슬프지만 아름답다
평점: ★★★☆(3.5/5)

 
영화 <나이팅게일> 관련 정보

원제: The Nightingale
감독: 제니퍼 켄트
출연: 아이슬링 프란쵸시, 샘 클라플린, 베이컬리 거넴바르
수입: 조이앤시네마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러닝타임: 136분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국내개봉: 2020년 12월 30일
 




 

 
나이팅게일 식민지 영국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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