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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35년째 해고 김진숙의 편지 "문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암투병 중 '리멤버 희망버스'로 보낸 영상... "반드시 웃으며 돌아올 것"

등록 2020.12.19 19:59수정 2020.12.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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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해고자 김진숙의 편지 “문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한진중공업 35년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400여대의 희망차가 19일 부산 영도조선소로 향했다. 복직투쟁 이후 재발한 암으로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이 이날 탑승객들에게 보내온 영상 편지다. 9년만에 시동을 건 희망버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 생중계와 드라이브 스루(차량탑승)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의 이름은 '해고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김진숙 희망버스)'다. ⓒ 희망버스 기획단


한진중공업 35년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주최측 추산 400여 대의 희망차(1차 리멤버 김진숙 희망버스)가 19일 부산 영도조선소로 향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9년 만에 시동을 건 희망버스는 온라인, 드라이브 스루(차량탑승)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련기사] "복직없이 정년없다" 9년 만에 달린 김진숙 희망버스 http://omn.kr/1r29t
[사진] "여기는 '김진숙 복직' 희망주유소입니다" http://omn.kr/1r2dk

정년을 앞두고 복직투쟁 과정에서 암이 재발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투병으로 인해 영상으로 대신 탑승객을 맞았다.

그는 "9년 전 희망버스와 조합원들의 힘으로 85크레인을 웃으면서 내려왔듯이 웃으면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정부와 사측을 향해 "35년을 이어온 싸움. 얼마나 더해야 하느냐. 35년간 외로웠던 싸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연말이 지나도 포기할 수 없다"며 "한진중공업 열사들과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간절한 바람도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김 지도위원이 '1차 리멤버 김진숙 희망버스'에서 탑승객들에게 전한 편지 전문을 공개한다. 편지에는 정년을 앞두고 복직을 해야 하는 이유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함께 담겼다.

<희망버스 탑승객에게 보내는 김진숙 지도위원 영상 편지>

스물 한 살 때, 아저씨들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요.


조용필도 아니고, 혜은이도 아니고. 용접 비드를 그렇게 곱게 뽑아내던 나의 우상이던 허씨 아저씨.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던 강씨 아저씨. 온종일 추운 바다 위에서 험한 노동을 하는 아저씨들이 찬 도시락을 국도 없이 삼키는 게 마음 아파 혼자 울었습니다.

설계할 때부터 아예 노동자는 없었던 공장. 그래서 식당도 화장실도 없는 공장에서 먹고 싸는 일부터 인간임을 부정당했던 우리가 억울했습니다. 완장 찬 관리자가 저쪽에서 나타나도 주눅부터 들던 아저씨들이 그 하늘 같던 관리자들의 면전에서 도시락을 엎으며 싸워 만들어진 식당.

그 식당을 지척에 두고 제가 해고될 때 열 살이었던 심진호 지회장이 25일째 단식을 합니다. 같은 공장에서 한 하루도 같이 일해보지 않은 문철상 지부장도 25일째 굶고 있습니다. 매각을 앞두고 다시 고용위기에 맞닥뜨린 조합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을 하고 천막농성을 하고 새벽마다 출근 투쟁을 하고, 시민단체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신부님과 동지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군사독재 시절 해고의 아픔을 평생 지닌 채 칠순이 넘은 선배님들이 나서고, 시의회와 국회가 나서고, 희망차가 다시 왔습니다.

뭘 더해야 합니까. 35년을 이어온 싸움. 얼마나 더해야 합니까. 35년간 외로웠던 싸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연말이 지나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고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고 세월호의 진실 역시 단 한 자락도 밝혀지지 않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이 세상의 모습이, 노동자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이렇게 고통받는 이 나라가, 34년 전 우리가 최루탄 마시고, 구속되고, 해고되며 만들고자 했던 그 세상이 맞습니까?

박창수 위원장은 안양구치소에서 풀려나지 못했고,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주익 지회장도 85크레인에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재규 형은 4도크에서 올라오지 못했고, 정리해고 투쟁을 가장 열심히 했던 강서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새해 1·2월 방사선 치료 잘 받고, 3월의 수술도 잘 해내겠습니다.

9년 전 희망버스와 조합원들의 힘으로 85크레인을 웃으면서 내려왔듯이 웃으면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해야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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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35년째 해고자 김진숙 복직, 쾌유"를 바라는 1차 리멤버 희망버스 행사가 열린 가운데, 문정현 신부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김보성

#김진숙 #리멤버 희망버스 #암투병 #복직 #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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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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