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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잘못으로 다시 돌아온 조두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의료소송 5년, 끝까지 간다] 검사의 잘못된 법 적용이 만든 비극

등록 2020.12.15 18:06수정 2020.12.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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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내용이었어요. 조두순 출소에 대한 것이었는데 처음 듣는 얘기였죠.
 

지난 13일, 조국 교수는 조두순의 12년형 책임이 검찰에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 조국페이스북 갈무리

 
내용은 이랬습니다. 조두순이 12년 형을 받은 데는 검사의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수사를 한 검사가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상해 혐의로 기소 의견을 냈던 경찰 의견을 묵살하고 형량이 가벼운 형법상 강간상해죄를 적용했고, 항소하지 않아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는 것이었죠.

수사검사는 '주의'를 받았고, 책임자였던 안산지청장과 항소하지 않은 공판검사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조두순이 가벼운 형을 받은 건 판사 때문이었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저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제 주위 사람들뿐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판사를 비난했습니다. "취해서 그랬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서 판사가 형을 낮게 주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공유한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조두순의 판결 뒤엔 검찰의 직무유기, 또는 무능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요.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죠. 어머니가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하신 이유가 이해가 갔습니다. 저와 저희 가족이 검찰로부터 겪었던 그 고통을 피해자 가족분들도 겪었겠구나 싶었지요.

검찰의 이상한 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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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지원센터 도착한 조두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바로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2008년 12월 사건이 있었죠. 학교를 가던 8살짜리 아이를 조두순이 잡아 화장실로 끌고 갔습니다. 그 뒤는 다들 아는 내용 그대로지요.

조두순의 죗값을 12년이라고, 이제 그 아이가 겨우 성년이 된 나이에 나올 수 있게 판결을 내린 배경엔 검사들의 잘못이 있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이 형이 더 무거웠음에도, 경찰이 이 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음에도, 담당 수사검사가 형법상 강간상해 혐의로 기소한 겁니다. 

나중에 국회에 불려간 이건주 당시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은 "착오가 있었다"라고 인정했다고 합니다. 검찰의 잘못으로 조두순 형량이 낮아졌음이 분명한데도, 그래서 가족들은 가슴에 원통함이 남아 괴로워하고 있었을 텐데도 그저 '착오'였습니다. 

담당 검사에 대한 처분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사건이 논란이 되고 나서야 '주의' 처분을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검사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어떤 책임을 졌는지, 사과 한마디 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결국 피해자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 13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 검사의 잘못된 수사로 조두순이 빨리 사회로 나오고, 지역사회가 불안해하고, 정부 부처가 나서서 여러 사람을 붙여 실시간 감시를 하고,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검사 대신 1300만 원을 지불한 것이죠. 

일반 회사에서 이런 잘못을 저지른 직원이 있다면 조직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잘못에는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검찰은, 내부의 잘못에 징계도 주지 않고 끝냈죠.

기소 후 사건을 책임지는 공판검사도 못지않은 잘못을 했습니다. 조두순이 재판에서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는 등 변명을 계속했는데, 제대로 반박하지 않아 주취 감경이 인정됐다고 하지요. 형법상 강간치상 대법원 양형기준에서도 몇 년이 깎여 12년형만 받은 데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판사는 검찰이 반박을 못 해 법정에서 주취 감경이 인정되었기에 무조건 양형에 반영해야 했다고 합니다. 당시 판사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욕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런 충격적 오류들이 있었는데도 당시 검사나 보고받는 책임자급 검사 중에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잡지 않으면 과오는 반복된다

제 동생 대희 사건에서도 검사의 수사 지연과 의료법 위반 불기소로 많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가 있었습니다. 재정신청으로 바로잡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으며, 그동안에도 병원은 동생 사고 이후에도 14년 무사고라는 허위 과장광고를 진행하다 처벌을 받았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위험한 의료 환경에서 수술을 받았을 겁니다.

원인을 제공한 검사는 병원 측 변호사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을 함께 나온 동기동창이었습니다.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비단 학교와 연수원을 같이 나온 것뿐 아니라, 수많은 전문 감정기관의 의견과 경찰의 기소 의견을 합당한 이유 없이 뒤집은 것, 본인 스스로 "의사는 의료법만 무서워한다"고 얘기했음에도 그 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 등등 말이죠. 의도적으로 봐주기 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조두순을 다룬 검찰의 모습을 보며 비슷한 의혹을 떠올리는 게 지나친 일일까요. 국민적 관심 사건을, 국회까지 불려가서 해명한 답변이 너무나도 황당하여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도 됩니다.

조두순 사건을 다시 접하고, 거기서 우리 권대희 사건에서 느낀 절망감을 다시 느꼈습니다. 그래서 굳이 이 글을 적어봅니다. 기억해야 하니까요. 오래도록.

대희 형 태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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