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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국민에게 봉사? 윤석열의 치명적 약점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윤석열 현상에 대하여

등록 2020.11.23 19:00수정 2020.1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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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과 서초구청 공무원 등이 2일 대검찰청 일대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화환'을 철거하고 있다. ⓒ 조혜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의반 타의반' 대권주자가 돼가고 있다. '윤석열 현상'으로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만한 정치 현상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박찬종 현상, 이회창 현상, 이인제 현상, 노무현 현상, 문국현 현상, 안철수 현상과 다른 게 있다면, 윤석열이 중심이 된 지금의 현상은 정치개혁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윤석열은 개혁보다는 반개혁에 서 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면서도 검찰개혁에 시원하게 동조하지 않았다.
 
과거 'OOO 현상'과의 차이점

'OOO 현상'을 일으키는 인물들은 기성 정치권보다는 대중 쪽에 더 큰 기반을 갖는다. 그래서 '현상'이 오래 유지되려면 대중으로부터 끊임없는 에너지 공급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중의 정치개혁 열망에 지속적으로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개혁 열망에 부응하지 않고도 '현상'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극우 정치인의 길이 바로 그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10월 22일 국정감사 때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퇴임 후에도 지금의 현상을 이어가려면, 그는 무엇보다 '반 검찰개혁' 이미지부터 떨쳐내야 한다. 개혁 편에 서지 않으면서 '현상'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자칫 극우의 길로 발을 잘못 디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의 구도가 결코 이롭지 않지만, 윤석열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까지 심리적 압박을 주면서 자신의 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과제에 투입해야 할 역량 상당부분을 윤석열과의 대치 전선에서 소모하고 있다. 임명권자의 개혁 수행에 그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더 큰 부작용을 끼치고 있다. 그는 민주당 지지층은 잠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확실하게 잠식하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된 최근 세 차례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의 공동 의뢰로 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 16일~18일 동안 조사해 19일 공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은 12% 지지율로 이재명(20%)·이낙연(1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는 국민의힘 지지자의 38%, 경북·대구 유권자의 21%, 60대 유권자의 22%, 70대 이상 유권자의 15%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6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의뢰로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5일~16일 이틀간 조사해 18일 공표한 여론조사는, 비(非)여권 주자만 놓고 봤을 때 윤석열의 지지율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은 25.5%를 기록해 유승민(11.0%)·홍준표(10.8%)를 여유 있게 앞질렀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자의 52.3%, 대구·경북 유권자의 43.4%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또 전체 연령층에서도 똑같이 최고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자체 조사해 12일 공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19%)·이재명(19%)에 이어 11%로 3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자의 34%가 윤석열을 지지했다. 대구·경북만 놓고 봤을 때 윤석열은 모든 연령대에서 여권주자에게 뒤졌지만 야권주자 가운데서는 단연 선두였다.
 
국민의힘의 최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윤석열이 전체 선두 또는 야권 선두를 달리는 것은 그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당부분 잠식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의 행보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 혁신 작업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김종인은 경제민주화 및 탈냉전으로 새로운 보수 정당을 건설하고 싶어 하지만, 윤석열의 행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바라는 게 경제민주화·탈냉전이 아니라 '반문재인'임을 드러내고 있다. 김종인 개혁과 괴리되는 방향으로 윤석열의 행보가 보수층을 흔들어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윤석열은 보수뿐 아니라 극우세력에게서도 지지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캐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유권자의 1%, 부정 평가하는 유권자의 24%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에서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9.4%,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의 44.7%가 그를 지지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주당 정권의 대선 승리를 기대하는 유권자의 0%, 기대하지 않는 유권자의 25%가 그를 지지했다.
 
극우세력의 공통분모 중에 '고령층'과 '반문재인'이 있다. 윤석열이 이 두 그룹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극우층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을 추정케 한다. 
 
박근혜 정권의 사퇴 압력을 견뎌내다가 촛불혁명과 함께 되살아난 윤석열은 논리적으로 박근혜의 동지가 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박근혜를 동정하는 극우세력 내에서 윤석열 지지자가 늘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문재인을 이기려면 윤석열을 지지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인해 극우세력이 자신들도 모르게 정체성 혼선에 빠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수층을 명확히 잠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극우층까지 잠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윤석열이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도 있다. 지지율을 '허상'으로 만들 수도 있는 조짐들이 여론조사 결과에서 추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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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 정당이 가난한 유권자들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는 공식은 한국에서는 2002년 대선을 계기로 현저히 약해졌다. 빈곤층이 보수 정당을 찍는 일은 그 전에도 많았지만, 이 계층은 2002년 대선 때부터 보수 정당으로 대거 이동했다.
 
2013년에 <동향과 전망> 제89호에 실린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의 논문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는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와 김대중 후보는 전 연령대의 고른 지지와 저소득층·자영업자 등 서민층 지지 기반을 자산으로 가지고 있었다"고 한 뒤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고통 받고 있는 가난한 이들이 민주당 지지에서 대거 이탈해 보수 정당 후보를 선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2007년) 17대 대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 등 야권은 역대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고, 과거 민주·진보 계열 정당을 지지했던 다양한 유권자 집단이 지지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사회적 기반이 붕괴되었다. 그리고 유실된 지지 기반은 18대 대선에서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는데, 특히 저소득층 유권자 집단과 자영업자 집단, 60대 이상 유권자 집단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저소득층의 보수 정당 지지가 최근 20년간 두드러졌다는 점은, 위 논문에 소개된 여론조사 분석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1997년 대선과 달리 2002년 대선에서는 저소득층 과반수인 51.8%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찍었다. 반면, 고소득층의 57.2%는 노무현을 지지했다.  

이 경향은 10년 뒤인 2012년에 더 심화됐다. 저소득층의 60.5%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찍고, 고소득층의 53.5%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사례에서 드러나는 백인 저소득층의 '계급 배반 투표'가 한국에서는 2002년 이래 두드러진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의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21세기 보수 정당의 존립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
 
윤석열은 바로 이 점과 관련해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당부분 잠식했지만, 저소득층 유권자들로부터는 뚜렷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경제적 하위계층이라고 대답한 유권자의 9%만이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이재명·이낙연 각각 19%).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경제수준이 '하'라고 응답한 유권자의 12%만이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답했다(이낙연 19%, 이재명 13%).
 
고소득층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서는 상위계층의 15%가 윤석열을 지지하고(이낙연 23%, 이재명 19%),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중상층 이상의 13%가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낙연·이재명 각각 21%).
 
윤석열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중 어느 쪽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같은 결과는 '문재인 대 반문재인'으로 여론 구도가 형성되면 반문재인 표가 윤석열에게 대거 집중될 수 있지만, 경제 이슈 같은 것이 훨씬 더 부각될 경우에는 그의 지지세가 약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 여하에 따라,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 여하에 따라 윤석열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엇갈린다는 위의 조사 결과와 맥락이 닿는 대목이다.
 
문재인이냐 반문재인이냐는 '감정' 차원인 측면이 강하다. 그에 비해 경제 이슈는 '생계 문제'다. 감정 문제는 유동적인 데 반해, 생계 문제는 그렇지 않다. 윤석열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가 경제 문제가 아닌 감정 문제에 보다 더 많이 기인한다는 점은, 윤석열 현상이 아직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퇴임 뒤 국민에게 봉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는 경제 이슈가 크게 부각될 경우에도 지지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정치개혁과 무관한 OOO 현상은 자칫 극우의 길로 빨려 들어가기 쉽다는 점'도 그가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각 여론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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