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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처럼 안 되지?"... '코로나 사망 4만3천' 영국의 고민

[현지리포트] 영국의 코로나 방역이 한국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

등록 2020.10.19 16:05수정 2020.10.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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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세워진 글로스터시의 한 선술집 앞.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 김성수

 
지난 18일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자는 2만 5199명이고 사망자는 444명이다. 반면 영국 코로나19 감염자는 68만 9261명이고 사망자는 4만 3429명이다. 더구나 영국은 최근 들어 코로나19 감염으로 하루 사망자가 연일 100여 명을 훨씬 웃도는 증가세에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6일 자로 잉글랜드 전역을 3단계로 나누는 봉쇄 조치(록다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봉쇄 조치에 따라 잉글랜드 시민들은 지역에 따라 아래와 같은 단계별 방역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 1단계 지역 중간 위험(주로 영국 중남부 지역): 실·내외 6명 이상 모임 금지, 식당과 술집 밤 10시 종료 
- 2단계 지역 고위험(주로 영국 중부지역): 동거 가족 외 실내 모임 금지, 실외 6명 이상 모임 금지, 식당과 술집 밤 10시 종료
- 3단계 지역 최고 위험(주로 영국 북부지역): 동거 가족 외 실내 모임 금지, 실외 6명 이상 모임 금지, 술집 영업 금지, 지역 이탈 자제

 

코로나 지역별 등급 ⓒ The Mirror

   
영국 정부는 이번 봉쇄 조치에서 최고 위험 지역으로 영국 북부의 리버풀과 랭커셔를 지목했다. 같은 북부 대도시인 맨체스터, 블랙풀, 프레스턴은 그다음 고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정부의 이번 코로나 봉쇄 조치로 특히 영국 북부에서 술집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에 맨체스터 시가 속한 그레이터맨체스터 주의 앤디 번햄 주지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존슨 총리의 봉쇄 조치를 잉글랜드 북부 지방에 대한 차별 정책이라며 이렇게 반감을 토로했다.

"(영국 북부 지역) 접객 업소의 문을 일방적으로 닫는 길만이 병원을 보호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역을 떠나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는 술집, 식당, 상점 등을 선별적으로 닫는 등의 조치를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코로나 잡기냐 경제 살리기냐

지금 영국은 전 세계가 그렇듯이 코로나 잡기냐 경제 살리기냐의 기로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코로나와 경제라는 두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것일까?

조나단은 필자의 아들로 현재 영국 랭커스터 대학교 대학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16일과 17일 조나단과 영국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전공은 무엇이고 지금 코로나19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내 전공은 세포생물학과 생화학이다. 학부에서는 물리학·수학·생물학·화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의 상호 관련성과 코로나가 인간 세포의 표면에 침투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침투에 인간 신체의 방어세포막은 제대로 저항을 하지 못하고 굴복하고 있다."

- 지금 하는 연구가 앞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나?
"현재 내가 하는 사스와 코로나의 상호 관련성 연구는 향후 의학 분야와도 학제 간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그럴 경우 코로나 돌연변이를 포함한 다양한 백신 개발 등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필자와 인터뷰 중인 조나단(왼쪽) ⓒ 김성수

 
- 지난 16일 하루에만 영국에서 코로나19로 136명이 생명을 잃었고 지난 4일 연속 하루 1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최근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더욱 늘어나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지난 3월부터 시행되었던 정부의 봉쇄(록다운) 조치가 최근 완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감소했다. 봉쇄 조치 강화는 경기 침체와 실업,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 경기가 살아나고 고용이 창출되며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감소한다. 마치 시소게임 같다. 정부로서는 이러한 시소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더욱이 일부 사회 지도층으로 인한 (도널드 트럼프가 잘하는) 코로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시민들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무시하거나 준수하지 않고 조롱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장 기본인 마스크 착용을 무시하는 것도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무분별한 행동이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늘리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이 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만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한국에서 8년간 살아 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면 영국인들은 한국인들에 비해 훨씬 더 개인주의적이다. 개인주의는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정부 규범에 덜 순응하고 오히려 반항적인 인간형을 만들어 낸다. 이런 시민을 상대로 영국 정부가 아주 강력하고 엄격한 규칙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에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것도 이런 개인주의적인 시민의 성향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는 개인주의가 강한 문화를 나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비상시에는 개인주의가 분명하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 자유롭게 떠도는 코로나19에 대한 근거 없는 수많은 정보도 정부의 코로나 방역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

- 존슨 총리의 코로나 봉쇄 조치로 영국 식당이나 술집 근로자 등이 직장을 잃는 일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경제 활성화와 코로나 확산 억제, 정부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경제적 재원이 없이는 병원이나 학교를 유지할 수 없다. 식당이나 술집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코로나 확산 억제를 위해 식당이나 술집을 닫으려고 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이나 술집을 닫으려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도 충분히 보상해 줘야 한다. 만약 그럴 만한 재원이 없다면 정부는 이런 전략을 주의 깊게 재검토해야 한다. 일류 수준의 경제가 없이는 일류 수준의 교육이나 일류 수준의 의료시설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윤리적인 문제이지만 정치인들이 결코 간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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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6일 자로 잉글랜드 전역을 3단계로 나누는 봉쇄 조치(록다운)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봉쇄 조치를 다룬 BBC 기사. ⓒ BBC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체육관이나 운동시설을 닫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는지?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입장 전 체온 측정, 심층 청소를 하면서 운동 시설은 계속 열 수 있다고 본다. 운동 시설은 단순히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운동 시설을 계속 여는 전제는 물론 운동 시설 관리자와 이용자들이 정부의 방역 정책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 지금 공부하는 랭커스터 대학교가 있는 랭커셔 지방이 지난 17일로 코로나19 최고 위험 지역 중 하나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랭커셔는 영국 북부 대도시인 맨체스터, 리버풀, 블랙풀, 프레스턴에 둘러싸여 있다. 이 도시들은 지난 3월 1차 봉쇄 조치 전에는 코로나19 감염이 많이 안 된 지역이었다. 1차 봉쇄 조치 전의 런던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대도시에서 코로나19는 아주 급격하게 퍼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내 고향인 영국 중부 지역과 비교해 일반적으로 랭커셔 지역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등한시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아마도 영국 북부 사람들의 기질이라 할 수 있는 강한 자부심과 고집 센 성격이 부분적으로 이번 영국 북부 지역의 코로나 확산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질주만 하던 우리 삶에 경각심 

- 코로나19로 생활에 불편한 점이 많겠지만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지난 3월 정부의 봉쇄 조치로 내 대학 생활은 수면 상태와 마찬가지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지난 3월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 돌아와 부모님, 동생, 할머니 그리고 동네 친구들과 몇 달 동안 여유 있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도 좋았다. 또한 전국 각지, 해외 곳곳에 떨어진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교류하며 수다도 떨고 온라인 게임을 함께한 추억도 좋았다.

거시적으로 보면 지난 반년 이상 인간들이 여행, 특히 항공 여행을 자제한 것은 그동안 인간으로 인해 오염된 지구의 환경 회복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동안 멸종됐다고 여긴 생물들이 지구 곳곳에서 다시 나타났다니 정말 기쁜 소식 아닌가!

코로나19는 그동안 미친 듯이 100m 달리기 경주를 하듯 질주만 하던 삶에 어떤 경각심을 준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와 자원 낭비 문제에 대해 인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면이 있다."

* 필자는 이달 초 한국 경기도 파주시와 자매 도시인 영국 남부 글로스터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들이 한 번 필자와 대화를 시작하면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자가 격리 생활로 특히 노인층이 많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만나 대화하면서 사는 동물인데 그러지를 못하니 어르신들이 너무나 쓸쓸하고 고독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쓸쓸히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보고 많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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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민권익위윈회 청렴포럼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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