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사대담이 외면한 '낙태죄'와 '삼성 국회출입'

[민언련 종편 모니터]

등록 2020.10.15 16:11수정 2020.10.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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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10월 둘째 주(5~9일), 화제가 된 사안이 있어요. 바로 '낙태죄'와 '삼성 임원 국회 불법 출입' 문제예요. 10월 7일, 정부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 조항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여성계는 낙태죄 완전폐지를 요구하며 반발했어요. 같은 날,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삼성전자 임원이 출입기자 등록증을 이용해 국회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든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기도 했어요. 하지만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두 사안을 모두 외면했어요.

정부,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여성계, 낙태죄 완전폐지 요구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1항(의사낙태죄), 이른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도록 했어요. 헌법불합치는 헌재가 심판대상인 법률을 위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법률 공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개정 전까지 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결정을 말해요.

헌재 주문에 따라 10월 7일, 정부는 낙태죄 조항과 관련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어요.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제시한 기간인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성범죄 등 특정 사유가 있을 경우 임신 중기인 24주까지 낙태할 수 있도록 했죠.

그동안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낙태는 범죄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며 낙태죄 완전폐지를 권고해 왔어요.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임신기간에 따라 낙태 허용을 결정하지 말고 낙태죄를 완전폐지하여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어요. 여성계는 '정부 개정안은 국내외 인권기구의 권고는 물론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서도 후퇴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요.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와 여성계 반발 외면한 종편 시사대담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 46초간 언급한 MBN <아침&매일경제>(10/7) ⓒ 민주언론시민연합

 
10월 7~8일,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살펴본 결과,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를 다룬 것은 MBN <아침&매일경제>뿐이었어요. 그마저도 조간신문 주요 기사를 소개하며, 진행자 이상훈씨가 <경향신문> 관련 기사를 46초간 언급한 게 전부라서 다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별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 방송분량(10/7~8) ⓒ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는 신문과 방송 모두 주목한 사안이었어요. 10월 7~8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보도를 살펴본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각각 8건과 7건으로 많은 기사를 내며 사안의 쟁점과 각계 의견을 소개했어요. 가장 적게 보도한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도 각각 1건씩 기사를 내며 입법예고를 알렸어요.
 

8개 신문사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 보도건수(10/7~8) ⓒ 민주언론시민연합

 
10월 6~8일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TV조선과 채널A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3~4건의 보도를 내고 쟁점을 짚어줬어요. TV조선도 1건의 보도를 내고 정부의 입법예고를 전달했고요. 신문‧방송 보도건수만 봐도 정부의 입법예고와 여성계 반발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였던 거예요.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 보도건수(10/6~8) (*0.5건은 단신) ⓒ 민주언론시민연합

 
삼성, 임원 국회 불법 출입 밝혀지자 공식사과

10월 7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부사장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하자, 삼성전자 임원 한 사람이 매일 같이 의원실에 찾아왔다"고 말했어요. 류 의원은 "국회 출입을 위해서는 방문하는 의원실의 확인이 필요한데 해당 임원은 확인 없이 왔다"며 "출입 경위를 알아보니 한 언론사의 기자 출입증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라고 밝혔죠.


류 의원이 밝힌 해당 임원은 2016년 1월 삼성전자에 대관업무 담당으로 입사한 상생협력센터 대회협력팀 상무 이아무개씨였어요. 2013년 3월 1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인터넷매체 '코리아 뉴스팩토리' 기자로 활동하며 2016년 6월 국회 출입기자로 등록한 것이었죠. 이씨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으로 확인되기도 했어요. 새누리당이 1990년 민주자유당이던 시절 당 사무처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한 이씨는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32번으로 공천을 받았으며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는 전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죠.

기자회견 다음 날,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내고 "임원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회를 출입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어요. 삼성전자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삼성전자는 즉각 수리했어요. 이번 일로 국회사무처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어요. 삼성전자 임원이 손쉽게 기자 출입증을 발급받아 1급 보안시설인 국회를 자유롭게 드나들었기 때문이죠. 국회사무처는 해당 임원의 출입기자증 효력을 정지시켰고,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한 상태예요.

'삼성 임원 국회 불법 출입'도 외면한 종편 시사대담

10월 7~8일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살펴본 결과, 삼성 임원의 국회 불법 출입을 다룬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어요. 신문과 방송도 해당 소식을 전하는 데 소극적이긴 했지만 종편 시사대담처럼 아예 외면하진 않았어요. 10월 8~9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를 제외하고 <한겨레>는 2건의 기사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각 1건의 기사를, <한국일보>는 1건의 기사를 내고 해당 소식을 알렸어요.
 

8개 신문사 ‘삼성 임원 국회 불법 출입’ 보도건수(10/8~9) ⓒ 민주언론시민연합

 
10월 7~8일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종편3사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모두 최소 1건 이상의 보도를 내고 삼성전자 임원의 국회 불법 출입 문제를 보도했어요. 특히 YTN은 총 4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어요.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삼성 임원 국회 불법 출입’ 보도건수(10/7~8) (*0.5건은 단신) ⓒ 민주언론시민연합

   
"시청자가 꼭 알아야 하는 사안 짚어주겠다"더니...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소개(2020년 10월 15일 기준) ⓒ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소개에서 하나같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시청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사안을 짚어주겠다'고 밝히고 있어요. 그런데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 입법예고'와 '삼성 임원 국회 불법 출입' 문제는 보도가치가 충분하여 시청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데도 전혀 다루지 않았어요. 과연 종편 시사대담이 보도가치나 시청자를 우선으로 두고 대담 주제를 선택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네요. 그 답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스스로가 잘 알고 있겠죠?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10월 6~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지면)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에도 실립니다.
#민언련 #낙태죄 #삼성 #국회출입 #류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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