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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대 역사ㆍ지리 최초 정리한 '아방강역고'

[[김삼웅의 인물열전] 다시 찾는 다산 정약용 평전 / 55회] 우리 나라 고대 역사지리를 최초로 종합 정리한 저술이며, 강목체(綱目體)로 기술되어 있다

등록 2020.10.24 15:57수정 2020.10.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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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 강진군청 홈페이지 캡처

 
"정약용 선생은 전공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문 · 사 · 철 · 시 · 서 · 화에 두루 통하고 그 모두에 일가를 이루었기에 따로 '전공'을 따지기도 어렵다.   

소개하는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는 우리나라 고대 중세 역사지리에 관해 최초로 종합 정리한 연구서이다. 그것도 고대와 중세의 역사지리까지, 그는 고대와 중세의 역사ㆍ지리를 연구하고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역사나 지리학자가 아니어서 이 분야의 '통사'를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전론(井田論)』, 『정전의(井田議)』, 『방전론(邦田論)』, 『방전의(邦田議)』, 『아방비어고(我邦備考)』, 『대동수경(大東水經)』, 『전례고(典禮考)』, 『문헌비고간오(文獻備考刊誤)』 등 개별적 역사와 지리 관련 저술이 많았다.

사학자와 지리학자가 아니면서 『아방강역고』를 집필한 그는 '발문'에서 완비된 책이 아님을 설명한다.

『강역고(疆域考)』는 크게 완비된 책은 아니다. 귀양살이 중이라 서적이 아주 없었고, 얻어서 가려내 넣을 수 있었던 자료는 17사(十七史) 가운데 동이열전(東夷列傳) 4, 5권뿐이었다. 그 제기(帝紀)ㆍ표(表)ㆍ지(志)와 기타열전은 대체로 보지를 못했으니, 어찌 빠지는 것이 없을 수 있었겠는가. 그 전부를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사기(史記)』와 『한서(漢書)』뿐이며, 동이열전을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 『진서(晉書)』, 『위서(魏書)』, 『북사(北史)』, 『수서(隨書)』, 『신당서(新唐書)』뿐이었으니, 빠뜨리고 그릇되는 것을 벗어날 수 없는 바이다. (주석 17)

정약용은 1811년 다산초당에서 이 책을 저술하였다. 10권이었다. 자료 부족으로 완간을 미루다가 귀향한지 15년이 지난 1826년에 『속강역고』 3권을 추술하여 총 13권을 완성하였다. 그의 나이 72세 때이다. 그는 모든 저서에 서문을 붙였는데 이 책만은 예외였다. 다만 초기 10권을 저술하고 나서 자산도에 유배 중인 둘째 형에게 저술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서문' 격이어서 인용한다.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 10권이야말로 10년 동안 모아 비축했던 것을 하루아침에 쏟아 놓은 것입니다. 삼한(三韓)을 중국 역사책에서는 모두 변진(弁辰)이라 했고 변한(弁韓)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선비들은 혹 평안도를 변한이라고도 하고 혹 경기를 그곳에 해당시키기도 하였으며, 혹 전라도가 거기에 해당된다고도 했습니다. 근래 처음으로 조사해 보았더니, 변진이란 가야였습니다.

김해의 수로왕은 변진의 총왕(總王)이었으며, 포상팔국(浦上八國:咸安ㆍ固城ㆍ漆原 등이다. ㅡ원주) 및 함창ㆍ고령ㆍ성주 등은 변진의 12국(國)이었습니다. 변진의 자취가 이처럼 분명한데도 우리 나라 학자들은 지금까지 어둡기만 합니다. 우연히 버려진 종이를 검사했더니, 오직 구암(久菴) 한백겸(韓百謙) 만이 "변진은 아마 수로왕이 일어났던 곳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현도(玄菟)는 셋이 있습니다. 한무제(漢武帝) 때에는 함흥을 현도로 삼았고, 소제(昭帝) 때에는 지금의 흥경(興京) 지역으로 현도를 옮겼고, 그 뒤 또 지금의 요동 지역으로 옮겼습니다. 의당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가져다가 한 통을 개작하여 태사공(太史公)이 『사기(史記)』를 지어서 했던 것처럼 이름 있는 산에 감추어 두어야 하는 것인데, 나 자신 살날이 오래 남지 않았으니 이 점이 슬퍼할 일입니다.

만약 십수년 전에만 이러한 식견이 있었더라도, 한 차례 우리 선대왕(先大王: 正祖)께 아뢰어 대대적으로 서국(書局)을 열고 역사(歷史)와 지지(地志)를 편찬함으로써 천고의 비루함을 깨끗이 씻어내고 천세의 모범이 될 책으로 길이 남기는 일을 어찌 하지 않았겠습니까. 정지흡(丁志翕)의 시에, "꽃 피자 바람 불고, 달 뜨자 구름 끼네" 했습니다. 천하의 일이 서로 어긋나 들어맞지 않는 것이 모두 이런 식이니, 아아, 또 어찌하면 좋습니까.

오직 이 10권의 책만은 역시 우리 나라에서는 결코 업신여길 수 없는 것인데 그 시비를 분별할 수 있는 사람조차도 전혀 찾을 수가 없으니 끝내는 이대로 티끌로 돌아가고 말게 생겼습니다. 분명히 이럴 줄 알면서도 오히려 다시 고달프게 애를 쓰며 저술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으니, 또한 미혹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산문학전집』 336~337면) (주석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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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 정약용 선생이 유배하며 기거하시던 곳 ⓒ 이상명

 
『아방강역고』는 우리 역사상 존재했던 국가 및 종족들의 전체 강역에 대한 내용으로「조선고(朝鮮考)」ㆍ「사군총고(四郡總考)」ㆍ「낙랑고(樂浪考)」ㆍ「현도고(玄菟考)」ㆍ「임둔고(臨屯考)」ㆍ「진번고(眞番考)」ㆍ「낙랑별고(樂浪別考)」ㆍ「대방고(帶方考)」ㆍ「삼한총고(三韓總考)」ㆍ「마한고(馬韓考)」ㆍ「진한고(辰韓考)」ㆍ「변진고(弁辰考)」ㆍ「변진별고(弁辰別考)」ㆍ「옥저고(沃沮考)」ㆍ「예맥고(濊貊考)」ㆍ「예맥별고(濊貊別考)」ㆍ「말갈고(靺鞨考)」ㆍ「발해고(渤海考)」등을 다루고 있다.

또한 옛 국가들의 수도에 대한 고증으로서 「졸본고(卒本考)」ㆍ「국내고(國內考)」ㆍ 「환도고(丸都考)」ㆍ「위례고(慰禮考)」ㆍ「한성고(漢城考)」가 있고, 저술 당시의 지역 구분에 따라 해당 지역들의 강역 변천을 논한 팔도연혁총서(八道沿革總敍) 상ㆍ하, 국가의 성쇠에 따라서 위치상의 변천을 자주 겪었거나 정확한 위치 비정이 쉽지 않은 지명 특히 패수와 백산에 대한 「패수변(浿水辨)」ㆍ「백산보(白山譜)」, 그리고 「발해고」의 보충격인「발해속고(渤海續考)」와 북쪽 변경에 관한 자료들을 보완설명한 「북로연혁속(北路沿革續)」ㆍ「서북로연혁속(西北路沿革續)」순서로 되어 있다.

정약용은 해당 국가 및 지역의 강역변천을 중국과 조선의 문헌 자료를 통해 고증하고, 여기에 "약용은 생각하기로(鏞案)"로 운을 뗀 저자의 의견을 별도로 첨부해 그 내력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아방강역고』는 우리 나라 고대 역사지리를 최초로 종합 정리한 저술이며, 강목체(綱目體)로 기술되어 있다. 다산은 우리 나라 사서(史書)와 지지(地志)를 기본으로 삼고, 중국의 사서와 지지에서 우리 '강역' 곧 영토에 관한 기록을 시대별로 모두 추려내서 이를 체계를 세워 나열하고, 그 사실의 허실을 따져 강역에 관한 실체를 찾아내는 노력을 한 것이다.

'실체'를 찾아내는 방법으로는 실증사학적 방법을 철저히 원용했다. 다시 말하자면, 다산이 중국 고대 경전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쓴 '이경증경(以經證經)'의 방법, 곧 이 경전으로 저 경전의 뜻을 해석 증명하였듯이, 이 사서나 지지를 다른 사서나 지지를 가지고 그 기록의 진실을 증명하거나 부정하는 방법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동국여지도」와 「성경지도(成京地圖)」를 그려가지고 지지의 허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여 우리 나라 강역의 역사적 진실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실증사학적으로 저술된 이 『강역고』는 한국 고대의 역사자리를 최초로 개척하여 정리하는 업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주석 19)


주석
17> 정약용 저, 정해렴 역주, 『아방강역고』, 「아방강역고 발문」, 413~414쪽, 현대실학사, 2001.
18> 앞의 책, 「책 머리에」,5~6쪽, 재인용.
19> 앞의 책, 3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다시 찾는 다산 정약용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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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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