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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1년 주기? 인간이 간과한 기후변화의 본질

[김해동의 투모로우] 끊임없이 변하는 기후의 속성

등록 2020.10.20 18:15수정 2020.10.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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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기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기온과 습도(강수량)이다. 45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어느 지점에서도 이들 두 요소가 똑같은 상태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말은 기후의 본성은 주기적으로 똑같은 상태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다른 상태로 변해간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서 지구 기후는 안정한 상태 속에서 항상 변해가는 특성을 가진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또한 지구상에서 똑같은 기온과 습도를 보이는 지역도 없다. 이렇게 기후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언제나 다르다. 그래서 지구의 기후를 특징짓는 두 단어는 시간에 따른 변화와 장소에 따른 다양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구의 기후는 어떻게 항상 변하고 모든 장소에서 다양해지는 걸까.

기후는 시공간에 따라 항상 다르다

기온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항상 변하는 원인은 ①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 ② 지구가 1년에 한 번씩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공전 면의 수직축에 대해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 ③ 지구가 구형이라는 천문학적 사실에 있다.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회전한다. 그 결과 구형 상의 지표면은 태양빛을 교대로 받게 된다. 그래서 하루의 반은 낮이 되고 남은 반은 밤이 되며 낮 동안에도 시시각각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이 변한다. 그에 따라서 다른 기온이 나타난다.

태양빛과 지표면이 이루는 각도가 수직에 가까울수록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이 많아진다. 설령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이 같더라도 토양의 종류와 상태(토양수분 등)에 따라서 실제로 토양에 흡수되는 에너지의 양은 달라진다.

태양이 지표면을 수직으로 비출 수 있는 위치는 봄과 가을에는 적도 주변, 여름에는 북반구, 겨울에는 남반구 지역이다. 이것이 계절이 생기는 이유이다. 지구상 모든 지점에서 연중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은 항상 변하게 되어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계절이 발생한다. 만약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 않다면 태양이 연중 적도면만 수직으로 비추게 되어 태양빛이 각 위도의 지표면에 도달하는 양은 연중 변화가 없어진다. 그럴 경우엔 계절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기가 태양빛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지구상 어떤 지점에서건 태양빛에 수직이 되도록 판을 세워둔다면 그 판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은 위도와 관계없이 지구의 모든 지점에서 거의 같겠지만, 그럼에도 실제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은 위도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그 이유는 지구가 구형이어서 위도에 따라서 태양빛과 지표면이 이루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양은 저위도에 많고 고위도일수록 줄어든다. 그래서 대략 위도 38도를 경계로 저위도에는 에너지 과잉, 고위도엔 에너지 부족이 발생한다. 그 상태가 이어진다면 저위도는 점차 더욱 고온으로, 고위도는 더욱 저온의 기후로 변해갈 것이다.

이런 상태를 해소해 주는 것이 대기와 해양의 순환이다. 대기와 해양이 지구를 일주하면서 저위도의 과잉 열을 고위도로 수송하여 지구의 모든 지점에서 일정한 상태의 기온이 유지된다. 지구가 둥글어서 애당초 위도에 따른 에너지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그 불균형 덕분에 대기와 해양의 대순환이 발생하여 공기와 해수의 흐름과 혼합이 가능해졌다. 대기와 해양의 대순환만으로 에너지 불균형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면 태풍이 발생하여 그 부족분을 메우기도 한다. 저위도 지역의 해수온도가 높은 해일수록 태풍 발생 수가 많아지며 더욱 강한 태풍이 된다.

지구의 기온이 변하는 이유가 이것이 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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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 않다면 태양이 연중 적도면만 수직으로 비추게 되어 태양빛이 각 위도의 지표면에 도달하는 양은 연중 변화가 없어진다. 그럴 경우엔 계절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 NASA

 
지구의 공전 면과 자전축이 이루는 각도의 변화

지구의 공전 면과 자전축이 이루는 각도는 현재 23.5도인 상태에 있지만 이 각도는 긴 시간을 두고서 22.1도와 24.5 도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그 주기가 일정하지 않지만 대체로 4만 1천 년이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 이 경사각이 가장 컸고 지금은 경사각이 거의 중간쯤에 있는데 점차 작아져가는 시기다. 이 각도가 작아질수록 계절에 따른 기후 변화도 작아진다.

이렇듯 천문학적 요인으로 계절에 따른 기온 차이가 줄어드는 시기에 있는데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의 기온상승도 여름보다 겨울에 더 높아지고 있어서 계절 간 기온 차이가 더 줄어들고 있다.

이심률의 변화

또 지구가 태양을 공전할 때에 태양과 지구 간의 거리도 일정하지가 않다. 공전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인데 타원 궤도의 이심률(물체의 운동이 원운동에서 벗어난 정도)이 10만 년 정도의 주기로 최소 1%에서 최대 11%까지 변한다. 이 이심률도 지금은 줄어들고 있는 시기인데 앞으로 3만 5천 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심률이 작아질수록 계절에 따른 태양복사에너지 유입 변화량이 감소한다.

자전축의 선회

또 자전축 자체가 약 2만 7천 년 주기로 팽이처럼 선회를 한다. 이 결과로 지금은 북반구에서 자전축이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지만 1만 3500년이 지나면 자전축이 직녀성을 가리키게 된다. 그때가 되면 북반구의 여름은 지금과 반대로 태양과 지구 간의 거리가 가장 짧은 시기에 여름이 되기 때문에 더 더워지고 겨울은 태양과 지구 간의 거리가 가장 먼 시기가 되므로 더 추워지는 효과가 나게 된다. 반면에 남반구는 북반구와 반대로 여름에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멀어지고 겨울에 가장 가까워져서 계절에 따른 기후변화 특성이 약해지게 된다.

이 3가지 천문학적 요인의 주기적 변동을 밀란코비치 순환이라고 부른다. 20세기 초에 이를 예견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여기에 약 11년 주기로 태양 활동이 강약을 되풀이(태양 흑점 주기)하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 양도 변하게 된다.

이런 천문학적 요인으로 지구 온도가 변하면 식물의 광합성도 변하고 물에 녹아있을 수 있는 온실가스의 용존 농도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대기 온실가스에도 변화가 생긴다. 또 기온의 변화는 지표 증발량을 바꾸고 강수량과 강수 패턴도 바꾼다. 이런 복잡한 기후 변화 인자들이 끊임없이 작용하기에 지구의 기후는 장래에도 똑같은 상태가 되풀이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기후가 변한다는 것, 그것은 지구가 사라지는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인데, 이것이 바로 기후의 본질이다.

지금의 기후 변화가 불편한 이유 

얼핏 보면 기후는 1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똑같은 상태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함께하는 가족이나 친구도 항상 몸이 변하고 마음도 변해간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매순간 접하는 기후와 주변 환경도 끊임없이 다른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

이처럼 일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상황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의 연속이 된다. 그럼에도 그 상황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그 변화가 충분히 느려서 우리가 적응해갈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불편한 건 그 변화가 너무 빠르고 과격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생에 한 번만 조우할 수 있는 사랑일지라도, 그것이 감당할 수 없는 질풍노도와 같은 것이라면 깊은 상처를 남길 뿐이지 않은가! 전 세계가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완화(mitigation)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기후변화 속도를 느리게 하자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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