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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집회 고집해 고립 자초... 좀 이상한 '한국 극우'

유럽 극우와 비교해도 이질적,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 미미한 이유

등록 2020.09.27 20:23수정 2020.09.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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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사랑제일교회, 자유연대 등 정부와 여당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 연합뉴스


개천절에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는 극우단체들의 고집이 꺾이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와 겹치는 10월 3일에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라도 군중집회를 관철시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례로, 김진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자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10.3 광화문 집회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좋겠습니다"라며 "그날은 모두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게 어떨까요?"라고 한 뒤 "내 차 안에 나 혼자 있는데 코로나와 아무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것도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기에 하지 말아야 한다"며 "서로가 위험한 시기에 시위를 하는 건 안 된다"고 자제를 촉구하는 댓글들도 있고, "코로나와 아무 상관없는 기가 막힌 애국 집회입니다. 먹잇감 삼지는 못하겠죠"라며 응원을 보내는 댓글들도 있다.

조금 독특한 한국의 극우 

극우세력의 극성은 유럽 쪽이 훨씬 더하다. 한국 극우는 2016년 연말부터 3년 반 동안 거리 집회를 갖고도 4.15 총선에서 단 하나의 극우정당도 원내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유럽 극우세력은 다르다. 지난 5월 <한국치안행정논집> 제17권 제2호에 실린 윤민우·김은영 교수의 공동논문 '유럽 지역의 최근 극우극단주의 동향과 사회정치적 요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유럽 지역에서 최근 극우극단주의 증대는 독일·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폴란드·체코·헝가리·스웨덴 등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극우극단주의 테러나 범죄와 함께 극우극단주의 운동의 확산과 포퓰리즘적 극우주의 정치인과 정당의 지지율 증대 등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극우에 의한 테러가 증가하고 극우 정치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유럽 경제상황의 악화와 더불어 이슬람권 난민의 대량 유입에 기인한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난민의 유입이 경제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어 일반 대중이 극우세력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유럽의 난민 위기를 정치적 비판 소재로 활용하여 극우정당들과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적 극우주의를 확산시켰다"고 논문은 말한다.

시리아 내전 등으로 인해 배출되는 중동 난민들은 일단은 동유럽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유럽보다는 동유럽에서 중동 난민에 대한 반감이 더 크고 동시에 극우의 기반도 더 탄탄하다. 동유럽 극우정당들의 총선 득표율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3월 <동유럽 발칸 연구> 제44권 제2호에 실린 김성진 동덕여대 교수의 논문 '동유럽의 극우 정당: 전망과 한계'에 따르면, 2018년 헝가리 총선에서는 극우정당 '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JOBBIK)'이 19.1%를 기록했고, 2017년 불가리아 총선에서는 극우정당 '공격(Ataka)'이 9.1%를, 2015년 에스토니아(스웨덴 남쪽) 총선에서는 에스토니아보수인민당(EKRE)이 17.8%를, 2014년 라트비아(에스토니아 남쪽) 총선에서는 국민동맹(NA)이 16.6%를 기록했다.


21대 총선에서 11개의 한국 극우정당들은 비례투표 기준으로 총 4.1%를 획득했다. 이들 중에서 전광훈의 기독자유통일당이 1.8%로 1위, 조원진의 우리공화당이 0.7%로 2위였다. 만약 이들이 하나의 극우정당으로 뭉쳤다면, 국민의당(6.8%)과 열린민주당(5.4%)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 1개의 극우정당이 4.1%를 기록하는 것과 11개의 극우정당들이 4.1%를 기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는 한국 극우의 역량을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다.

정치성향이 비슷한 11개가 하나의 간판으로 뭉치지 못하는 것은 이들을 하나로 묶을 만한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리더십이 등장하지 않은 최대 원인은 정치환경 자체가 극우세력에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11개를 하나로 묶을 만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지도자를 배출할 만한 정치적 조건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극우정당이 4.1%를 얻기에도 벅찬 것이 한국 극우의 현실이다.

반면, 동유럽에서는 여러 개의 극우정당이 아니라 하나의 극우정당이 4.1%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폴란드와 더불어 동유럽 극우세력의 아성인 헝가리에서는, 위에 언급한 '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보다는 덜 극우적이지만 그래도 극우 범주에 포함될 만한 청년민주동맹당(Fidesz)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일까지 있었다.

위의 윤민우·김은영 논문은 "헝가리에서는 난민 위기 이후 오르반 수상과 오르반 수상이 소속되어 있는 극우주의 정당 Fidesz Party의 지지가 증가하며 2018년 당시 국회의 3분의 2의 다수당을 차지하였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극우정당은 '우리 안의 남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과 '그 남과 동질적인 거대 세력이 우리 밖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대중의 공포와 분노를 자극하고 세력 팽창을 도모한다.

그들은 국내에 유입된 소수집단(소수민족)으로 인해 일반 대중의 경제생활이 팍팍해지고 있으며 그 소수집단과 동질적인 세력이 국경 밖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정 소수집단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집단 왕따 시킴으로써 극우 중심의 정치통합을 꾀하고, 그 소수집단과 동질적인 국경 밖의 이민족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킴으로써 대외팽창 기운을 조성하려 한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독일의 대외팽창을 시도한 것과 지금의 동유럽 극우들이 이슬람 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외부세력과의 대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사이에는 그런 공통분모들이 존재한다. 재일 한국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혐한론을 조장하는 일본 극우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동유럽 극우는 히틀러나 일본 극우와 같은 전형적인 극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희생양 선정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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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으로 재수감이 결정된 전광훈 목사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사택에서 경찰에 의해 신병이 확보되어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되었다. 전 목사가 경찰 호송차에 타기 전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이에 비해 한국 극우는 전형적인 극우와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희생양을 설정하는 방식에서 외국 극우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작년 개천절 집회 때 전광훈 목사는 일종의 인민재판을 주재하면서 "오늘 이 시간부로 박근혜를 석방한다"고 선고한 뒤 문재인 정권을 포함한 주사파 50만을 처벌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연단을 땅땅땅 내리쳤다.

이 장면에서 나타나듯이 한국 극우는 이른바 주사파를 희생양으로 삼아 극우 통합을 도모하고 주사파와 동질적인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방법으로 외부와의 대결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다.

이 방식은 언뜻 보면 전형적인 극우의 방식과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히틀러나 현대 동유럽 극우, 일본 극우는 상당한 지지를 얻은 반면, 한국 극우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한국 극우와 이들 사이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희생양 선정이 그 같은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히틀러가 지목한 유대인, 동유럽 극우가 지목하는 이슬람 난민, 일본 극우가 지목하는 재일 한국인은 대중이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외모로 식별되지 않으면 언어로 식별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억양이나 문화로 식별될 수 있는 대상이다.

반면, 주사파는 다르다. 주사파가 50만이라지만, 대중은 그 존재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들로 인한 경제적 위협을 대중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 극우의 주장대로 운동권 출신들을 주사파로 분류한다 해도, 운동권 출신들이 생업 현장에서 대중과 경쟁하는 양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운동권 출신들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정치인 아니면 공직자다.

한국 극우가 주사파로 몰고 싶어 하는 운동권 출신들은 암 환자 특례를 비롯한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시키거나 무상급식·무상교육 등을 확대시키는 데 기여했다. 대기업의 이윤 추구에는 어느 정도 지장을 줬을 수 있지만, 대중의 삶을 팍팍하게 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한국 극우가 선택한 희생양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쉽사리 확산되지 않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스스로 분노를 사는 한국 극우

히틀러와 동유럽 극우, 일본 극우는 혈통이 다른 이민족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다. 이들은 '우리 안의 남'을 골라냈다. 한국 극우처럼 자기 동족을 희생양으로 고르지는 않았다. 한국 극우가 지목한 '우리 안의 우리'에 대한 대중의 분노심이 크게 확산되지 않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이처럼 상당한 정치적 성과를 거둔 전형적인 극우세력들은 희생양을 고를 때 일반 대중과 쉽게 접촉할 수 있으면서도 그들과 쉽게 구별되고 그들의 경제에 부담을 줄 만한 소수집단을 물색한다. 반면, 한국 극우는 존재 자체가 모호한 집단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개천절 집회를 열겠다는 극우세력을 보면서, 그들이 일반 국민들과 괴리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그들은 일반 한국인들뿐 아니라 '해외 동업자들'과도 괴리되는 길을 걷는 집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개천절 집회 #코로나 19 #극우세력 #동유럽 극우정당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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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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