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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노점상인은 왜 곰인형과 함께 투쟁에 나섰나

마포구청, 휴업 기간에 포장마차 기습 철거… 상생단 회의는 한 번도 안 열어

등록 2020.09.22 18:24수정 2020.09.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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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서울시에서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된 가운데, 17일 오후 마포구청앞에서 서부지역노점상연합이 회원 9명과 곰돌이 인형 50개를 놓고 일명 '아바타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사회안전망에서도 비켜나 있는 도시빈민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피해를 개인들이 감당하고 있다며, 구청의 단속에 항의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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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서울시에서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된 가운데, 17일 오후 마포구청앞에서 서부지역노점상연합이 회원 9명과 곰돌이 인형 50개를 놓고 일명 '아바타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사회안전망에서도 비켜나 있는 도시빈민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피해를 개인들이 감당하고 있다며, 구청의 단속에 항의했다. ⓒ 권우성


지난 17일 오후 포털 사이트에는 곰인형 사진이 담긴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많은 언론사가 '단결 투쟁' 글자가 새겨진 빨간 머리띠를 두른 채 피켓과 함께 앉아 있는 곰인형을 부각하며 "코로나19 유행의 지속으로 집회 문화가 바뀌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반면 집회와 관련해서는 '노점상 단속 항의 집회'라는 한 줄 남짓 설명으로 갈음할 뿐, 마포구청의 단속 행위가 어떤 방법으로 이뤄졌는지, 상인들이 왜 항의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궁금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 거리가게 상인들이 집회를 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은 왜 상복 차림으로 곰인형과 함께 투쟁에 나서야 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대신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마포구청과 상인들 사이에서 갈등 시작

갈등은 마포구청의 포장마차 철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9월 1일 마포구청은 도로법 위반을 이유로 마포역 인근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 앞 거리에 위치한 포장마차에 계고장을 부착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곧바로 포장마차 전부를 철거하는 한편, 포장마차가 있던 자리에는 큰 화분 여러 개를 가져다 놓기까지 했습니다.

마포구청이 상인들에게 밝힌 철거 사유는 '지속적인 민원 제기'입니다. 그러나 상인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해당 지역 거리 가게 상인들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되었던 지난 8월 30일부터 일체의 영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업하지 않았는데 영업으로 인한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왔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상인들은 마포구청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마포구 한전 포장마차거리 시민사회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밤 9시 이후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상인들은 가장 먼저 구청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해제되는) 9월 6일까지 영업을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상인들은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휴업했는데, 구청이 기다렸다는 듯 휴업 기간에 포장마차를 빼앗아 가버린 셈이니 말입니다.


상인들은 구청이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창구도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작년 11월 마포구청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아래 '서부노련')는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마포구 거리가게 규정과 거리가게 운영 관련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을 구성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자문단 회의는 협약 체결 및 위원 위촉이 이뤄진 당일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포장마차 기습 철거 이후에도 상인들은 자문단 회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마포구청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대화조차 거부당한 상황에서 상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서야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곰인형과 함께 집회를 열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마포구청의 행보 지켜보겠습니다
 

22일 오후 마포구 한전 포장마차거리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마치고 마포구청에 기습단속 규탄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마포구 한전 포장마차거리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곰인형과 함께 집회를 열어도 마포구청의 묵묵부답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마포 지역 시민사회가 나서 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대책위원회는 22일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책임자인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구청이 일방적인 기습 철거로 신뢰를 잃은 만큼, 구청장이 직접 면담을 통해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대해 약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4일 마포구청은 "전국 최초로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현장 역학조사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구청장은 유사시 수행비서와 운전기사까지 역학조사 업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전국 최초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구청장이라면, 전국의 무수한 선례가 있는 거리가게 상인들과의 면담은 흔쾌히 승낙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개점 휴업' 상태인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 회의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여 구청과 거리가게 상인 사이 상시적 협의 체계를 계속 가동시켜야 합니다. 코로나19로 거리가게 상인의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구청이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삶을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해서야 되겠습니까.

마포구청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마포구청이 거리가게 상인들에게 포장마차 기습 철거에 대해 사과하고 원상회복시켰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마포구청의 행보를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마포구청 #거리가게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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