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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무늬는 멋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산물"

흡혈 등에의 시각에 혼란 줘, 몸에 잘 못 달라붙게 해

등록 2020.08.20 12:42수정 2020.08.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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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이라고 하면, 줄무늬가 떠오를 정도로 그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학자들은 100년 넘게 줄무늬의 존재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얼룩말의 무늬. 흡혈 등에 같은 기생곤충의 시각을 교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아멜리아 길라드(영국 브리스톨 대학)


생물학자들에게 커다란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였던 줄무늬의 비밀을 밝히는데, 영국의 과학자들이 한 발 더 다가섰다. 10년 넘게 얼룩말 무늬를 연구해온 브리스톨 대학팀 카로 교수팀은 얼룩말의 피부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등에의 시각에 혼란을 주는데 줄무늬가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얼룩말의 줄무늬는 등에를 시각적으로 교란해 어질어질하게 만드는데, 이는 줄무늬로 인한 '렌즈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렌즈 효과란 빨갛고 파란 색의 줄무늬가 회전하는 이발소 표시등을 바라볼 때 유발되는 것과 같은 일종의 착시를 말한다.
 

흡혈 등에.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얼룩말의 주된 기생곤충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과거 방목하는 소들을 적잖게 괴롭히기도 했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발소 표시 등의 무늬는 실제로는 횡으로 회전하지만, 무늬가 옆이 아니라 마치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것이 바로 렌즈 효과이다. 얼룩말 무늬가 유발하는 렌즈 효과로 인해 흡혈 등에는 얼룩말의 피부까지 거리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비행 속도 조절에 실패해 결국 피부 '착륙'에 실패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렌즈 효과가 없는 체크무늬에서도 실험 결과 등에의 비행 실패가 적지 않았다며, 렌즈 효과 외에도 다른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흡혈 등에의 눈과 입. 등에는 목표물, 나아가 정확한 '착륙 지점'을 시각에 주로 의존해 정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지금까지 얼룩말 무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된 바 있다. 예컨대 사자 같은 포식자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위장 기능을 한다든지, 혹은 얼룩말 집단 내에서 소통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활용된다든지 하는 주장이 그런 것들이다.

또 일각에서는 흰 줄과 검은 줄의 부등 가열에 따른 공기의 대류 효과로 인해 피부냉각을 유발한다는 가설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대다수 가설은 과학적 실험 데이터로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가설 가운데는 과학적으로 가장 그럴싸하며, 흡혈 등에와 얼룩말 줄무늬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줄무늬가 유발할 여러 효과 가운데, 흡혈 등에의 공격으로부터 방어가 주된 것일 수 있다는 대목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까닭이다. 
#얼룩말 #무늬 #흡혈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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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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