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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평등, 생태계 파괴 불러올 수 있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77] 저소득층 지역일수록 나무와 숲 등 적고 생물다양성 떨어져

등록 2020.08.14 13:09수정 2020.08.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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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도시들 가운데 최근 수십 년 사이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난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 소수계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지역의 경우 나무 등이 적어 도시 열섬 현상이 도드라진 곳이기도 하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오른팔의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에 집중한 결과, 왼팔과 오른팔의 근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면 과연 운동을 제대로 한 걸까? 나아가 이런 몸을 가진 사람을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 워싱턴대, UC버클리, 미시건대 등 3개 대학 공동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13일 자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우려할만한 생태계 교란을 가져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종과 계층에 따른 도시 내 주거분리가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식물과 동물들의 생태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 대학 크리스토퍼 쉘 교수는 "인종주의가 우리의 지구를 파괴하고 있으며, 우리는 자연에 구조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기존의 관련 연구물 170여 개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인종주의와 그에 따른 계층 분리가 자연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대도시 경우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은 확연하게 나무나 숲이 적다. 이로 인해 나무에 의존하는 조류나 포유류 등이 줄어듦으로써 생물다양성이 떨어진다. 또 나무나 숲이 적다 보니, 경제적으로 하위 계층이 사는 지역은 도시 열섬 현상으로 여름철 등에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또 저소득층 밀집 주거 지역 주변에는 공장 등도 많아서, 공해나 오염 정도도 더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쥐 같은 설치류나 모기가 특히 극성을 부리는 실정이다.  

이번 연구의 저자들은 또 적잖은 과학 논문 등이 부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생물 군집 등을 분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논문들은 현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쉘 교수는 "많은 백인 주류 환경론자들이 문제로 삼고 옹호하는 이슈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맥락에서 환경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에게 안정된 주거를 제공한다면, 해당 지역에 빈집 등은 덜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 등도 생태적인 안정을 되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3개 대학 공동연구팀의 이번 논문은 전문가가 아닌,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도 직관적 혹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것이다. 아울러 이번 논문은 사회와 과학계에 각성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네이처'와 함께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사이언스'가 보통 사람들도 짐작할만한 일견 뻔한 얘기를 논문으로 받아줬다는 점도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대중사회에서는 물론 과학계에서조차 타성 등에 젖어 사회적 불평등에 제대로 된 관심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경종을 울리려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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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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