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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씹고, 침 좀 뱉는' 아이들을 보면 어떻게 하시나요?

[아이들은 나의 스승 198] 봉변 당할까 두려워 아이들 일탈 방기하는 현실 참담

등록 2020.08.03 23:01수정 2020.08.0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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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못 볼 걸 봤다. 신호 대기 중인 교차로 건널목에서 앳된 중학생 2명이 교통 지도를 하던 어르신을 욕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손찌검을 할 기세로 어르신에게 달려들더니, '교통안전'이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빨간불인데도 길을 건너려는 두 아이를 멈춰 세운 것이 화근이었다. 그 과정에서 깃발을 매단 깃봉이 그들의 몸에 닿았다. 누가 봐도 건널목 앞에서 깃봉으로 막아선 것일 뿐인데, 그들은 플라스틱으로 된 깃봉으로 얻어맞았다고 여긴 듯하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일그러진 그들의 표정으로 보아 한바탕 욕지거리를 쏟아낸 듯했다. 그 순간 파란불로 바뀌어 뒤 차가 빵빵거리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떠야 했지만, 자꾸만 후사경에 눈길이 갔다. 복잡한 출근길만 아니었다면, 당장 차를 세웠을 것이다.

충격적인 건, 그곳을 지나던 행인들의 태연한 반응이었다. 교복을 입은 두 아이가 고함을 지르며 어르신을 밀치고 있다면, 누구라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러다 혼쭐을 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모두 나 몰라라 했고 혹여 불똥이 튈세라 총총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한 아이는 팔에 울긋불긋 문신 자국이 선명했다. 다른 한 아이는 습관처럼 바닥에 침을 뱉었다. 교복을 입은 걸로 보아 등굣길이 분명한데, 둘 다 가방은 없었고 슬리퍼 차림이었다. 외양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껌 좀 씹고, 침 좀 뱉는' 전형적인 '일진'의 모습이다.

출근 뒤 그들이 재학 중인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일벌백계의 생활지도를 요청했다. 구체적인 인상착의를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담당 교사는 대번 누군지 안다고 말했다. 그들의 부모들조차 일찌감치 손을 놔버린 아이들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담임교사도 학생부도 어찌해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저 사고 치지 않고 졸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솔직한 고백이 적이 서글펐다. 계속되는 어른들의 외면과 방임 속에 그들은 더욱 기고만장해질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 몰라라 했던 행인들을 나무라기도 뭣한 현실이다.

아이들의 일탈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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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버젓이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어른들이 숱하고, 어르신을 욕보이는 아이들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현실에서 학교 교육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pixabay

하긴 이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이야기는 어른들 사이에 어느새 철칙이 됐고,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러느냐는 핀잔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날로 험악해지는 아이들의 일탈을 누가 책임지고 바루어야 할까. 학교는 부실한 가정교육을 탓하고, 가정에서는 무기력한 학교 교육을 지적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기 힘든 금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들의 일탈은 명명백백 어른들의 책임이다. 교사와 학부모, 지역 사회가 서로 삿대질해가며 남 탓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봉변을 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건 '꼰대 짓'이 아니다.

얼마 전 겪었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아내와 동료 교사로부터 조심성 없는 짓이라는 꾸지람을 들어야 했지만, 다시 경험한다 해도 똑같이 대응할 것 같다. 의협심의 발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객기를 부린 것도 아니다. 그저 부모 세대로서 자녀 대하듯 한 것일 뿐이다.

시내버스 안에서 휴대전화에 대고 큰 소리로 떠드는 젊은이를 훈계한 일이다. 벨 소리가 울린 것도 마뜩잖았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는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20분도 넘게 통화를 했다. 하도 목소리가 커서 버스 승객들 모두가 그의 통화 내용을 들어야만 했다.

버스 기사조차 눈치를 줬지만, 그의 시끄러운 통화는 계속됐다. 시내버스가 공공장소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다른 승객들은 스마트폰의 볼륨을 더 높이거나 차창 밖만 응시할 뿐이었다. 모두가 혀를 끌끌 차면서도 그의 그릇된 행동을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참다 못해 그에게 다가가 통화를 멈추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위아래를 훑어보는 그의 눈빛이 거슬렸지만, 꾹 참고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지키라고 거듭 나무랐다. 퉁명스러운 그의 대답엔 짜증이 잔뜩 묻어났고, 그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봉변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아마도 버스를 타고 있던 승객들 모두가 그분처럼 두려워했을 것이다. 떠밀리듯 버스에서 내린 그 청년은 지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까.

최근 이런 일도 있었다. 인근 유치원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고등학생들이 유치원 근처에서 등하굣길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운다며 단속해달라는 거다. 항의가 있기 전에도 여러 차례 현장 단속을 나갔고, 생활지도의 한 축으로 지속적으로 금연 교육을 해오고 있는 터다.

단속을 위해 그곳에 상주할 수는 없는 현실이라고 하소연해도 막무가내다. 유치원 아이들이 따라 할까 무섭고 우범지대로 낙인찍힐까 두렵다면서, 학교가 뒷짐만 지고 있으면 어떡하느냐며 힐난한다. 그때마다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 말고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엊그젠 담배 연기 때문에 여름철 교실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다며 당장 조치를 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최근 들어선 심한 욕설과 주먹다짐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며 별도의 대책을 주문했다. 부실한 생활지도로 인해 애꿎은 유치원이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났다. 늘 해오던 대로, 죄송하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하려다가, 그만 욱해서 그동안 참아왔던 속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이들의 흡연과 거친 행동의 책임을 학교 교육에만 묻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를 따지듯 물은 것이다.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그들이 당신의 자녀일 수도 있고, 내남없이 건강하고 올곧게 길러야 할 우리의 미래 아닌가. 어른으로서 왜 그들의 일탈을 보고도 가서 직접 나무라지 못하는가. 봉변을 당할까 겁난다는데, 교사는 그럴 위험이 없다고 여기는 걸까.

아이들에게 버젓이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어른들이 숱하고, 어르신을 욕보이는 아이들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현실에서 학교 교육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교 안이든 밖이든 일관성 없는 교육은 이기적이고 약삭빠른 아이들만 길러낼 뿐이다. 요컨대, 아이들의 일탈에 관한 한 가정과 학교, 지역 사회의 '한목소리'가 절실하다.

교사로서 부끄러운 고백 하나. 금연 교육의 목표는 담배를 끊게 하는 것이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여기는 교사는 없다. 그저 학교 울타리 안에서 피우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담배로 인해 물의를 빚지 않는 것이면 족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담배를 챙겨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요즘 들어 흡연을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빨라진다고 한다. 이르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되고, 6학년이면 한 반에 서너 명쯤 되는데, 이미 끊기 힘들 정도로 중독된 상태라고 한다. 대체 누구를 향해 돌을 던져야 하나.

이들이 자라서 교통 지도를 하는 어르신을 밀치고 욕설을 내뱉은 중학생이 되고, 유치원 담벼락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주먹다짐을 하는 고등학생이 되고, 시내버스 안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무례한 대학생이 될 것이다. 담배를 피운다고 모두 나쁜 친구는 아닐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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