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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에도 '환불원정대'가 필요하다

등록금 환불 요구하는 대학생을 '진상 손님' 취급은 말아야

등록 2020.07.20 11:14수정 2020.07.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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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가 동료 가수 엄정화, 제시, 화사의 이름을 언급하며 함께 프로젝트 걸그룹을 만들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누군가 팀명으로 '환불원정대'를 추천하면서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언급된 맴버들 한 명 한 명의 면면을 떠올리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위 '기 센 언니'로 통하는 그녀들이라면 어쩐지 그 어떤 깐깐한 상대와 맞붙어도 여간해서는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저기요! 환불 좀 해주세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난 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소비자가 정식으로 항의하고 이미 지불한 돈을 돌려받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이를 꼬집는 말이 '환불원정대'다. 환불해주려 들지 않는 판매자와 기어이 받아내고 싶은 소비자, 둘 사이의 기 싸움을 풍자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사실 한 번 낸 돈을 돌려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처럼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사람에겐 더하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 봐도, "죄송하지만 고객님"으로 시작하는 마법의 주문 앞에서 할 말을 잃기 마련이다. 내가 혹 흔히들 말하는 '진상 손님'이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 때문이다.

바느질이 시원치 않아 입을 때마다 조심스러운 옷, 좌우 사이즈가 표나게 다른 구두,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지퍼가 헐거워진 명품 지갑, 우리는 왜 그 하자 있는 물건 앞에서도 당당하기가 힘든 걸까?

그것은 아마 '나는 이미 돈을 받았으니, 해볼 테면 해 봐' 식의 배짱 장사가 아직도 어딘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판매자 입장에서도 억울할 수는 있다. 간혹 선량한 소비자의 탈을 쓴 '진상 손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일부 진상 손님으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의 마땅한 권리가 위축되는 것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반값 등록금' 주장하던 정치인들 다 어디 갔나
 

등록금 반환 시위 현장 대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 조하나

 
얼마 전, 대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주장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장마철에도 천막을 치고 노숙 시위를 강행하겠다니 그 각오가 대단하다. 대학생들의 이번 시위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학들이 전면적으로 등교를 중지하고,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게 된 것이 그 시발점이다.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의 질이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가장 큰 근거로 들고 있다. 또 학교 도서관이나 실험실 같은 학교의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것 또한 등록금에 포함된 사항이므로, 학교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이때 환불은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가 좀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학교 측에서 제시한 그 금액은 학생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물론 대학의 입장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교내 방역을 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교직원과 교수진의 월급도 제때 나가야 하니 운영이 전만큼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천재지변 발생으로 수업이 중단되었을 때는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이라 보기 애매해 등록금을 돌려줄 법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교육자로서의 도의를 법적 의무보다 먼저 생각할 수는 없었나,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반값 등록금을 내세운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뽑아만 준다면,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확 낮추고 대학생의 얼굴에 웃음을 되찾아주겠다던 정치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은 요즘,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학생들에게 대학이 너무 일찍 사회의 냉정함을 가르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소비자로서 자신의 마땅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진상 손님' 취급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환불 원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한 낸 등록금의 삼 분의 일은 반환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청년 실업으로 안 그래도 고민이 많을 고달픈 청춘들에게, 고달픈 시대를 물려준 책임이 있는 어른들이 좀 더 너그러울 순 없을까, 아쉬운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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